소값 폭락, 사료값 폭등..."소들이 굶어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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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값 폭락, 사료값 폭등..."소들이 굶어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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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성난 농민들, 소값 안정화촉구 집회...정부대책 요구
"사료값 감당못해 소들이 굶어죽을 판"..."안정대책 마련하라"

"치솟는 사료값을 감당하지 못해 지금 소 300마리가 굶어죽게 생겼어요. 소를 팔려고 해도 오히려 손해를 보는 상황이다보니 이마져도 어렵구요. 도대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소를 키우라는 겁니까!"

살을 애는 듯한 강추위도 성난 농심을 막지 못했다.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소값과 치솟는 사료값에 격분한 농민들이 제주도청으로 몰려와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한우협회 제주특별자치도지회와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등 농민 50여명은 5일 오전 10시 제주도청 앞에서 소값 안정과 사료값 인하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이들 농민들은 최근 치솟는 사료값에도 불구하고 소값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이제는 소를 팔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상황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한미FTA와 미국산 소고기 수입 등을 통해 한우농가를 말살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료값 인상과 소값 폭락 등에 격분한 농민들이 제주도청 앞에서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하며 집회를 갖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소값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고 있는 농민들. <헤드라인제주>
# "사료값 엄두 안나 송아지 태어나도 그냥 굶겨 죽여"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한 농민은 사료값이 너무 비싸고 소값이 떨어지다 보니 송아지를 키울 생각을 못하고 그냥 버리고 있다고 성토했다.

제주에서 한우 300마리를 사육하고 있다는 김모 씨(50)는 "지금 현재 한우 암소값이 70만원으로 떨어지고 송아지 가격은 50만원까지 곤두박질쳤다"면서 "거기에 사료값이 오르다보니까 소를 키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송아지를 판매할 때 150만원은 받아야 손해를 보지 않는데 50만원에 팔 수 있겠느냐"면서 "송아지를 팔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키우자니 사료값이 너무 비싸서 1등급 한우로 비육한다 하더라도 출하시에는 150만원을 손해를 보게되니 결국 송아지를 키우지 않고 그대로 굶겨 죽이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300마리의 한우를 키우면서 지금까지 조합에서 외상으로 사료를 받았지만 현재 외상한도를 넘어서서 앞으로는 조합에서 사료를 받지 못하게 됐다"며 "대출이라도 받아서 이를 갚아야 사료를 받을 수 있는데 현재 상황에서는 그마져도 어려워서 소 300마리를 굶어 죽이게 됐다"고 덧붙였다.

말을 하는 도중 감정이 격해져 눈시울을 붉힌 김씨는 "지금 한우 농가가 모두 굶어죽게 생겼는데 정부는 한미FTA니 미국산 쇠고기 수입 확대니 헛소리를 하고 있다"며 "우리 한우농가가 다 죽게되면 청와대가 나서 소를 키울꺼냐"고 비난했다.

집회를 갖기 위해 제주도청으로 몰려오고 있는 농민들. <헤드라인제주>
집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장소문제로 제주도청 청원경찰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헤드라인제주>
# "정부가 한우 농민을 버려...이제 정부가 소 키워라"

현재 전국적으로 소값 하락에 대한 농민들의 항의집회가 진행되고 있고, 이날 오후에는 전국에서 모인 2000마리의 소를 몰고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벌일 예정인 가운데 김수만 전국한우협회 제주도지회장은 "정부가 한우 농민을 버렸으이 이제 우리가 한우를 버리겠다"며 정부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김 지회장은 "한미FTA 비준 전에는 FTA의 청사진을 TV와 각종 매체를 통해 홍보하면서 피해산업에 대한 보전을 약속하던 정부는 비준과 동시에 얼굴을 바꾸고 한우농가를 외면하고 있다"며 "국익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한우산업에 지속적인 희생을 강요하며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축산업은 지난해 발생한 구제역의 악몽이 가시기도 전에 축산업에 대한 각종 규제로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가고 있다"며 "그리고 끝을 모르고 오르는 사료값에도 불구하고 반토막이 돼 버린 소를 보고 있노라면 이제 빚에 허덕이다 삶을 비관해 자살을 생각하기에 이르고 있다"고 피력했다.

김 지회장은 "이제 한우농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우리의 가족이자 재산인 한우를 청와대와 기획재정부에 반납할 것"이라며 "우리 한우농가는 한우를 사육할 수 없으니 우리를 국민 취급하지 않는, 한우를 기르지 못하게 하는 정부와 청와대가 제대로 한번 키워 바라"며 수수방관적인 정부의 태도를 비꼬았다.

김승진 한국농업경영인 제주도연합회장. <헤드라인제주>
# "정부가 농민과의 약속 휴지조각 취급...더이상 물러설 수 없다!"

이날 집회에 함께 한 김승진 한국농업경영인 제주도연합회장은 정부가 농민들과 약속했던 사항을 휴지조각처럼 버려버렸다며 격분했다.

김 회장은 "지난 2-3년간 소값 안정을 위해 농가들이 정부에 지속적으로 대책마련을 요구 했고, 이에 정부가 내놓았던 대책들은 모두 유야무야됐다"면서 "한미FTA 비준 통과시 13가지 사안에 대해 약속을 했지만 이번 정부예산에 해당 사안을 지키기 위한 예산은 한푼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이어 "정부는 앞에서 농민들과 국민들을 호도하면서 뒤에서는 1%의 위정자들을 위한 정책만을 펴고 있다"며 "이제 우리 한우 농가들은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사람 답게 살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정부에 맞서 투쟁해 나가겠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농민들은 한우산업 안정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수매와 도태유도 장려금 확대, 농가의 경영안정을 위한 사료자금 지원 확대와 사료 구매자금 상환 연장, 비육우 가격 안정제도 도입, 송아지 생산 안정제 보전금액 확대 등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한우산업의 안정적 유지를 위한 과감한 예산 지원과 보조정책을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농민들은 소값 하락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확대되는 것은 절대 안된다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이 한미FTA 빅딜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해 분명한 반대의사를 밝혔다.

농민들은 "한우산업이 한미FTA협상의 빅딜 대상이 돼 희생만 강요당하는 것에 대해 울분을 금할 수 없으며, 청와대와 기획재정부에서는 현장 농촌의 현실을 직시하고 농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수출산업에서 피해산업의 희생에 대한 충분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농민들은 이날 집회를 마친 후 농민들의 요구조건이 담긴 서한문을 이날 우근민 제주지사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헤드라인제주>

[전문] 우리의 요구

 우리 한우농가들은 2001년 전면 수입개방에도 우리의 노력으로 경쟁력을 갖추면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개량과 생산비 절감, 품질고급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국익을 위한 한미 FTA 체결로 자동차와 전자산업 등 수출위주의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우산업은 최소한의 경쟁력 마지노선인 40%의 관세철폐를 내주는 희생을 감수하였다.
 우리 한우인들은 한우산업이 한미 FTA협상의 빅딜 대상이 되어 희생만 강요당하는 것에 대해 울분을 금할 수 없으며, 청와대와 기획재정부에서는 현장 농촌의 현실을 직시하고 농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수출산업에서 피해 산업의 희생에 대한 충분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오늘 우리는 생명산업인 축산업을 지켜내야 한다는 한마음 한뜻으로 최소한의 우리 요구사항을 다음과 밝히며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촉구한다.
-  다     음  -
 -하나. 한우산업 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수매와 도태유도 장려금을 확대하라.
 -하나. 농가의 경영안정을 위한 사료자금 지원확대와 사료구매자금 상환을 연장하라.
 -하나. 비육우 가격 안정제도를 즉각 도입하라.
 -하나. 송아지 생산 안정제 보전금액을 확대하라.
 -하나. 정부는 한우산업의 안정적 유지를 위한 과감한 예산지원과 보조정책을 추진하라.
 -하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이 한미FTA 빅딜 대상이 되는 것을 결사  반대한다.
 -하나. 정부와 농협은 한우소비 촉진을 위해 과감하고 적극적인 예산집행과 할인행사 실시를 강력히 촉구한다.
 
2012년 1월 5일

한국한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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