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무식 때 임시직 해고통보, 꼭 그래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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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무식 때 임시직 해고통보, 꼭 그래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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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개발공사 임시직 근로자 해고통보의 방법적 문제
두루뭉술 '채용기간'에 갑작스런 통보...'도민의 기업' 맞나?

입으로 먹고 배를 채우는 일도 힘들다는 의미의 '구복지누(口腹之累)'라는 말이 떠오른다. 먹고 사는 문제가 심각하고, 고용불안 등으로 위태위태 하는 직장인들의 마음이 여기에 담겨있다.

새해 벽두,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가 임시직 근로자들을 조기 계약해지시켰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가슴을 아프게 한다.

꼭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문제는 지난 12월30일 종무식 때 있었다고 한다. 종무식을 하는 날, 임시채용한 근로자 12명에게 "내일부터는 일하러 나오지 말라"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다른 날도 아니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날 이뤄진 갑작스러운 통보는 이들 근로자들에게 큰 마음의 상처가 됐을 것이란 짐작은 쉽게 할 수 있다.

대부분이 새해를 맞이하는 기쁜 마음으로 들떠 있을 때 퇴출 통보를 받은 이들의 마음은 어떠했을지는 안봐도 뻔하다.

퇴출된 12명은 지난해 11월 채용된 근로자들이라고 한다. 개발공사에서 하는 감귤농축액 제조를 위해 감귤 선별 등의 작업을 하기 위해 채용됐다.

감귤수확이 보통 10월 중순부터 2월초까지 이뤄지기 때문에, 최소 3개월에서 4개월 정도는 일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기에 이들의 충격은 더욱 컸을 것이다.

이들의 근무환경도 매우 열악했다. 근무시간도 주간과 야간으로 나눠 12시간씩 일을 시켰다고 한다. 야간근무에서 주간근무로 바뀔 때에는 일요일 낮 12시에 일을 시작하면 다음날 오전 9시가 되어서 퇴근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다른 일반 사업장은 보통 철야근무를 해야 할 상황이라면 보통 3교대 근무를 시행하고 있으나, 이곳은 어찌된 일인지 12시간씩 2교대 근무를 시켰다고 한다.

그런데 두달간 열심히 일한 임시직 근로자들이 이 일거리 마저 없어졌다. 한시적으로 필요한 일거리인 것은 틀림없지만, '채용기간'이 문제였다.

근로자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했을 것이고, 적어도 2월까지는 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다. 반면 개발공사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갑작스럽게 12월30일부로 퇴출 통보를 했다.

그것도 사전에 협의나 양해를 구하는 절차도 없이 종무식 당일에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근로자들을 더욱 화나게 했다. 한 근로자는 제주도정 인터넷 홈페이지에 이 내용을 올리며 분개해 했다.

개발공사는 왜 이들에게 사전에 협의나 양해를 구하지 않았던 것일까.

개발공사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음을 사전에 미리 알리지 못한 것은 사실이나, 임시 계약직 근로자 모집공고 내용에 명시돼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임시 계약직 근로자 채용공고에는 채용기간은 '11월부터 농축액 가공시까지'로 명시돼 있음을 상기시켰다. 즉, 농축액 가공시까지가 언제인지는 분명히 제시되지 않았으나 가공작업이 끝나면 일도 끝나는 것이란 설명이다.

12시간 근무시간 문제에 있어서는 계약을 하면서 '개발공사의 사정에 따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설명해줬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일련의 상황을 접하면서 개발공사의 통보에는 큰 문제가 있다. 도민의 기업이라는 개발공사가 도민 인력을 활용하면서 최소한도의 기본도 지키지 않았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을 갖게 한다.

채용된 근로자들이 '임시직'이라고 하더라도, 또 채용기간이 '농축액 가공시까지'라고 명시돼 있다고 하더라도 지킬 것은 분명히 지켜야 했는데, 개발공사는 그러하지 못했다.

왜 채용기간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는지를 개발공사 관계자들은 알고 있고, 해당 근로자들은 모르고 있어야 하는 것이었는지가 의아스럽다.

또 계약해지 통보를 하면서 꼭 종무식 날 갑작스럽게 발표했어야 했는지도 의문이다. 만일 임시직 근로자들이 아니라 이들 근로자들을 관리하는 관계자의 신상과 관련한 문제였어도 그렇게 했을까.

일 처리를 하는 방법이 틀려도 너무도 틀렸다. 사전협의만 잘 했어도, 서로 좋게좋게 잘 마무리될 수도 있었던 사안이다.

이번 일은 한마디로 개발공사 관계자의 오만함에 다름없다. 먹고 사는 문제가 힘든 임시직 근로자들에게 새해를 맞이하며 꼭 이런 아픔을 줘야 했을까.

임시 계약직 근로자 12명을 단박에 잘라낸 이번 문제에 대해 개발공사측의 명확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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ㅉㅈㅉ 2012-01-03 15:53:07 | 211.***.***.184
말 한마디가 천냥빚 갚는다는 말도있는데 ㅉㅈ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