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실컷 해놓고, 왜 스스로 모양새 구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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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 실컷 해놓고, 왜 스스로 모양새 구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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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도의회 예산심사 삭감명분과 증액명분의 '이중성'
심사 땐 '큰 소리'...계수조정 땐 '난장판'...정체성은 뭔가?

1.

제주특별자치도의 새해 예산안과 연말 정리예산 성격의 제2회 추경안 심사에서 제주도와 도의회 어느 쪽이 더 모양새를 구겼을까.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욕'을 실컷 먹은 쪽은 당연히 집행기관인 제주도당국이다.

심사과정에서 '안(案)'을 제출해 검증을 받아야 하는 제주도정이 곤혹을 치를 수 밖에 없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결과론적으로 모양새를 구긴 쪽은 도의회다. 계수조정이 끝날 때마다 예산을 편성한 제주도정 보다도 예산을 심사한 도의회가 오히려 욕을 먹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2월 들어 행해진 두번의 계수조정에서 도의회는 예산심사의 쟁점만 반짝 만들어놓고, 모든 굴레를 뒤집어쓰는 자충수를 둔 격이다.

2.

다시한번 상황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우선 제주도의 새해 예산안 심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처음 심사과정에서는 많은 문제들이 불거지면서 '의회 주도'의 문제제기가 빗발쳤다.

제주의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에 따른 우수 공무원과 유공자들을 선발해서 해외연수 비용을 대거 책정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제주시 탐라문화광장과 동문야시장 사업비가 책정된 것과 관련해서도 돈이 남아도는 것도 아닌데 왜 따로따로 계상했느냐며 질책을 가했다.

1차산업 예산 심사 때에는 한미FTA와 관련해 감귤에 예상되는 피해액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따끔한 호통도 이어졌다. 한라산 오미자 생산가공 사업 예산이 대거 책정된 것을 놓고는 "특정 농가에 몰아주기 위한 사업"이라고 질타했다.

제주도가 내년 복지예산을 20% 수준으로 상향조정했다고 설명하자, 보훈청 예산까지 공약실현을 위해 복지예산에 갖다 맞췄다는 지적도 있었다.

열악한 서귀포시 어린이집 환경개선을 위해 예산이 배정된 것을 놓고는 "총선 노림수냐"는 말까지 나왔다.

여기까지만 보면, 의회가 그런대로 편성된 사업예산에 대한 타당성 검증을 어느정도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상임위원회별 예산안 계수조정이 이뤄지는 시점부터는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그동안 숱한 지적을 해온 도의회가 정작 '말 따로, 행동 따로' 식의 정체성 없는 계수조정 결과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농수축지식산업위원회는 한미 FTA 비준안 통과에 대한 우려를 표명해놓고, 계수조정에서는 FTA에 대응하기 위한 감귤관련 경쟁력 강화사업비를 대거 삭감했다. 그 삭감한 예산으로 지역구 챙기기 식의 또다른 민간지원 사업에 배정했다.

교육위원회에서는 삭감한 돈을 갖고 특정학교에 지원하면서 논란을 빚었고, 행정자치위원회 역시 삭감한 사업비 예산을 갖고 읍.면.동 체육행사 등에 증액 편성해 구설수에 올랐다.

제주도가 제출한 민간지원사업비는 '특혜'인 것처럼 몰아붙이면서, 정작 자신들은 또다른 민간지원사업에 퍼주기를 하는 몰염치를 보인 것이다.

그리고, 지난 15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계수조정 때에는 꼬박 밤을 새우고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차라리 제주도당국과 삭감예산을 둘러싼 갈등 때문이라면 모양새가 그리 나쁘지도 않을 법 했다. 그러나 문제는 의원들 내부의 문제였다.

특정의원과 연관된 증액 예산 문제를 놓고 갈등이 표출된 것이다. 주먹다짐 일보직전의 상황까지 연출됐다고 한다.

애꿎은 공무원은 이틀을 도의회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계수조정 결과를 기다리며 꼬박 밤을 지새웠고, 이튿날 저녁이 되어서야 새해 예산안이 통과되면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3.

두번째 사례는 23일 있었던 예결위의 제2회 추경안 심사.

말이 제2회 추경안이지, 실상은 연말 마지막 정리하는 예산이다. 그러나 이 추경안 심사에서도 도의회는 또다시 '원칙과 기준'을 상실한 예산심의 행태를 보여 눈총을 받았다.

오전 심사 때만 하더라도 목소리를 높인 것은 분명 의회였다.

당초 예산에 편성해놓고 집행되지 않은 불용액이 300억원에 달했고, 내년으로 이월되는 금액도 2300억원에 이르고 있는데, 연내 착수도 불가능한 신규사업이 65건에 271억원이 편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의회는 연내 사업착수가 불가능한 만큼 내년 예산안에 정식 편성해도 무방함에도 정리 추경에 편성한 것은 문제라며 일제히 목소리를 높였다.

신규사업을 편성한 명확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으면 전액 삭감하겠다는 경고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불과 몇시간 후 이뤄진 계수조정 결과에서는 또다시 엉뚱한 결과가 제시됐다.

신규편성된 사업예산 중 민간지원금을 중심으로 해 전액 삭감되기는 했으나, 이 삭감된 돈을 갖고 또다시 특정지역 예산에 대거 증액했다.
 
실컷 문제를 지적해놓고, 정작 지역구와 관련한 신규사업에 예산을 재편성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인 것이다.

4.

해마다 되풀이되는 논란이지만, 이번 두 차례의 예산안 심사에서 도의회가 보여준 행태는 도가 지나쳐도 한참 지나친 면이 있다.

지난해의 경우 민선 5기 제주도정이 민간보조금을 대거 축소 편성하면서 각 단체마다 반발이 거세지자 도의회가 축소편성된 사업비를 증액하면서 제주도당국과 갈등이 빚어졌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제주도와 갈등이 빚어졌다기 보다는, 의회 내부의 갈등으로 인한 문제였다. 제주도가 편성한 사업비의 타당성을 놓고 논란이 벌이는 것은 백번 이해할 수 있으나, 삭감된 예산을 놓고 서로 연관된 곳에  '증액'하겠다고 나서면서 다툼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삭감한 명분과 증액한 명분이 적절했느냐 하는 것이다.

계수조정 과정에서 이뤄지는 삭감의 명분, 그리고 증액의 명분에 있어 과연 그 명분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제시한 명분의 설득력에 문제가 있다면 '사심(私心)'이 작용했다는 것으로 오해받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도의회의 명분은 과연 무엇이었나.

남이 하면 불륜, 자기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처럼, 의회의 논리는 한마디로 명분도 없고, 설득력도 없다. 

원칙과 기준없이 행해진 삭감과 증액은 '아랫돌을 빼어 웃돌을 괴는' 우를 범한 것에 다름없다.

상황이 이러하니, 견제와 비판의 기능을 해야 할 도의회가 예산심사에서 집행기관으로부터 오히려 힐난을 받는 처지가 돼 버린 것이다.

모양새가 우스워도 정말 우습게 됐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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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놈놈 2011-12-25 22:13:25 | 61.***.***.94
9대 도의회 들어와서 언제 한번이라도 예산 계수조정 제대로 해본적이 있나...질문은 완전 언론플레이용이고 계수조정에서 자기들은 더 하면서 ㅉㅉㅉㅉ

이제사 2011-12-25 14:39:47 | 211.***.***.237
제대로운 평가가 나오는군요
이젠 그만 작작 하시죠
선량한 의원들이 도매급으로 같이 욕먹게 하지말고
그러니 제량사업비 아에 삭제시켜버려야한다는 말 나오는거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