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의 거탑, "깨어지고 부서져도 다시 일어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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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거탑, "깨어지고 부서져도 다시 일어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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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훈이 시詩로 전하는 세상살이 이야기] <45>방사탑 쌓기

올해 여름 내내 그 무더운 나날들을
돌멩이를 나르고 탑을 쌓았다.
군사기지 공사장 진입로를 만들려고 깨뜨린
바로 그 구럼비 바윗돌들이었다.
생명과 평화의 공동체를 위해 그리고
그 대동세상을 위협하는 세력에 맞서
손톱이 뭉개지고 발등을 찍혀가며
크고 작은 돌멩이 하나마다에 땀방울 보탰다.
‘깨어지고 부서져도 다시 일어서라!’는 깃발을
탑 가운데에 힘찬 구호처럼 걸었다.
-졸시, '깨어지고 부서져도 다시 일어서라!' 부분

방사탑은 마을의 어느 한 방위方位가 불길하거나 허虛한 곳에 액운을 막으려고 쌓은 돌탑입니다. 저가 근무하고 있는 북촌리 너븐숭이4.3기념관 야외에 아주 작은 방사탑 10개를 쌓았습니다. 모든 방위를 방어하고자 보든 방위에 쌓았습니다. 의귀리 속냉이골 무덤에도 아주 작은 방사탑을 만들었습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강정마을 중덕 해안가에도 커다란 방사탑을 쌓았습니다. 탐라미술인협회의 회원들과 지난여름 내내 돌을 나르고 쌓기를 계속했었습니다. 물론 저는 가끔 가서 돌멩이 몇 개 날라주고 막걸리 얻어 마시는 재미로 했습니다만, 같이 땀을 나누고 뭔가를 함께 한다는 것은 아주 흐믓한 기쁨이었습니다.

여름날의 오후에 강정 중덕 구럼비에 들렀던 사람들은 저마다 크고 작은 돌들을 날라주었습니다. 집채만 한 바위를 허리에 지어서 날라준 분이 있는가 하면, 아주 작은 자갈들일지라도 고사리 손으로 날라준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모든 이들의 정성으로 방사탑은 날이 다르게 점점 높이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반 너머 올라간 공든 탑을 저들은
포크레인으로 아주 간단히 너무도 쉽게 무너뜨려버렸다.
만물동근萬物同根이다.
구럼비가 깨지면 우리의 가슴도 찢어진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밤이 길더라도 우리의 내일은 반드시 이길 것이다.
깨어지고 부서져도 우리는
유혈의 가슴을 부둥켜안고 다시 일어설 것이다.
무너진 방사탑을 다시 세우고 또 다시 세우고
영원한 생명 평화를 노래할 것이다.
-졸시, '깨어지고 부서져도 다시 일어서라!' 부분

강정 중덕 구럼비의 방사탑이 허물어져버린 다음에는 또 다른 형식의 방사탑을 만들어나갔습니다. 김경훈의 강정문편江汀文片 ‘돌멩이 하나 꽃 한 송이도’라는 책자를 3천부 만들었습니다. 이를 판매하여 그 수익금을 강정평화기금으로 전달하자는 취지로 제주와 전국에 배부 발송하였습니다. 통장을 하나 만들어서 거기로 책값을 입금하게 하였습니다.

방사탑이 돌 하나하나에 차츰차츰 높아가는 것처럼 ‘강정문편 방사탑 통장’에 돈이 쌓여갑니다. 아, 돈이 이렇게 불어나는 맛에 사람들이 돈을 악착같이 모으는 것이란 걸 알겠습니다. 내 인생이 온통 그야말로 ‘마이나스 통장’이었는데, 이렇게 처음으로 제대로 ‘남 좋은 일’을 하면서 흑자가 되는 삶의 의미를 알아갑니다.

이를 두고 ‘생색’이나 내려는 걸로 폄하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만, 저는 나름대로 신변상의 각오를 한 일이었습니다. 이런 얘기를 김수열 시인에게 했더랬습니다. 형은 그 마음을 안다면서 발문이나 표사글을 써주겠다고 했습니다. 저와 같이 동참한다는 의미로요.

‘4.3’이라는 운명적 업보를 몸에 새겨온 그가 이제는 ‘강정’을 새기고 있다.
그의 행적이 은근히 염려가 되어 물었더니 돌아온 답은 단순 명쾌하다.
“전상입주.”
그야말로 전상이고 치명적인 사랑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 그의 운명적 업보의 두 축은 ‘4.3’이고 ‘강정’이다.
4.3을 온몸으로 써 온 그가 지금은 강정을 기록하고 강정을 노래하며 강정을 살고 있다. ‘4.3’과 ‘강정’은 둘이면서 하나고 하나면서 둘이다. 적어도 김경훈 시인에게 만큼은 그렇다.
그의 江汀文片 『돌멩이 하나 꽃 한 송이도』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싸움에 대한 기억이며 영원히 함께 해야 할 평화에 대한 기록이다.
- 김수열(시인)

책값으로 작게는 1만원에서부터, 단 한권 책값으로 30만원을 보내주신 분도 있습니다. 또 두 세권에서부터 많게는 150권을 맡아서 팔아주신 분도 있습니다. 초등학생 아들과 바자회에서 번 수익금을 10원짜리까지 모두 털어서 입금해준 분도 있습니다. 그분들은 저의 책자를 통해 강정마을에 그들 나름의 마음을 보낸 것입니다. 저는 그분들을 위한 일종의 ‘마중물’ 역할을 한 것일 뿐이고요. 마중물은 아시다시피 ‘펌프에서 물이 잘 나오지 아니할 때 물을 끌어올리기 위하여 위에서 붓는 물’을 말합니다. .

2011년 9월 21일부터 입금되기 시작해서 11월 23일 현재 통장에 입금된 액수는 16,249,196원입니다. 출판인쇄비와 우편발송료를 제한 나머지 모두를 강정평화기금으로 전달했습니다. 마침, 지난 11월 23일은 해군기지 반대싸움을 하다 구속되었던 강동균 마을회장 등 3명이 석방된 날이었습니다. 강정마을 의례회관에서 석방환영회를 하는 자리에서 기금을 전달했습니다. 이 돈이 그동안 강정마을 주민들의 가슴에 깊은 상처로 남은 아픔들을 조금이라도 치유하는데 쓰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자리를 빌어 ‘김경훈 강정문편 돌멩이 하나 꽃 한 송이도’를 빌어 강정에 성금을 보내주신 수많은 분들께 거듭 고마움을 전합니다. 나중에 술을 사든 밥을 사든 귤을 보내든 기회가 닿는 대로 꼭 이 ‘웬수’를 갚겠습니다. 여러분들이 놓은 돌멩이 하나하나가 더께로 쌓여 평화의 방사탑이 되고, 꽃 한 송이 한 송이가 모여 생명의 거탑巨塔이 되어 강정마을에 우뚝 서는 그날을 함께 그려 봅니다.

사邪를 물리침은 곧
의義를 이룸이니
이로써 한민족의
통일이 발산되리라

액厄을 막음은 곧
화和를 이룸이니
이로써 한반도에
안녕이 융성하리라
-졸시, 속냉이골 방사탑 헌시防邪塔 獻詩 전문

김경훈 시인이 시(詩)로 전하는 세상살이 이야기는...

   
김경훈 객원필진. <헤드라인제주>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4.3이야기, 현시대의 시사문제, 책을 읽은 후의 느낌, 삶의 의미과 가치에 대한 생각 등을 시(詩)를 통해 세상을 들여다봅니다.

 프로필.

1962년 제주에서 태어났고 제주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시집으로 「우아한 막창」,「운동부족」, 「한라산의 겨울」, 「고운 아이 다 죽고」,「삼돌이네집」, 「눈물 밥 한숨 잉걸」이 있고 마당극대본집으로 「살짜기옵서예」가 있다. 

제주 4.3 일본어 시집 「불복종의 한라산」도 최근 출간했다. 제주MBC 라디오 제주4.3 드라마 10부작「한라산」을 집필했다.

제주4.3 연구서인 「잃어버린 마을을 찾아서」와 「그늘 속의 4.3」, 「무덤에서 살아나온 4.3수형인들」을 공동집필했다. 현재 제주4.3사업소에서 일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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