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엔 멀쩡, 저녁엔 '차선진입 금지'..."뭔 공사가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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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엔 멀쩡, 저녁엔 '차선진입 금지'..."뭔 공사가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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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자고나면 파헤쳐지는 우후죽순 도로공사, 시민불편 '뒷전'
갑작스럽 "덜컹" 운전자들 분통..."표지판도 안세우고 공사해?!!"

올해 초부터 시작된 제주시내 도심지 곳곳의 공사가 겨울철에 들어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오늘은 이곳에서, 내일은 저곳으로 옮기고 하는 방식으로 하다보니, 집 앞의 도로가 언제 파헤쳐질지도 좀잡기 힘든 상황이다.

제주시 일도2동의 제일교사거리는 물론이고, 일도2동 사무소에서 인제아파트 사거리로 이어지는 도로, 영락교회 입구도로, 신천지 아파트에서 영락교회 사거리 할 것 없이 도심지 곳곳이 온통 공사 중이다. 

하루가 지나면 이곳이 파헤쳐지고, 내일은 저곳을 파헤치고, 밤 중에는 노면이 파헤쳐진채 그대로 놔두는 막무가내식 공사가 진행되면서 운전자들의 분통은 크게 일고 있다.

문제는 밤중에 곳곳의 노면이 파헤쳐진채 방치되거나, 낮 시간에도 최소한의 안전표지판 하나 세우지 않은 공사현장이 많다는 것.

그 중 제일교 사거리와 일도지구 순복음교회 앞 도로는 오래전부터 이런 상황이 반복되기고 있다.

안전조치 미흡으로 문제가 된 도로공사 지점. <헤드라인제주>
안전조치 미흡으로 문제가 된 제주시 일도2동 제일교사거리 인근 도로공사 지점. <헤드라인제주>
안전조치 미흡으로 문제가 된 도로공사 지점. 공사구역 경계에 붙어있는 야광스티커가 눈에 띈다. <헤드라인제주>

#"공사후 깍아낸 노면, 안전표지판 하나 없이 방치"

21일 제일교 사거리 앞 도로.

동문로터리와 사라봉, 문예회관, 탑동 등을 연결하는 도로이다 보니 하루종일 차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차량통행이 많은 지역이다.

이 곳에 얼마 전 도로 표면을 덮고 있는 아스팔트를 벗겨낸 후 다시 재포장하는 공사가 진행됐다. 공사 자체는 흔히 볼 수 있는 도로 보수공사와 다를 것이 없었으나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이상한 점이 포착됐다.

흔히 도로공사를 하게되면 차량운행을 통재하거나 통제가 여의치 않을 경우 차량속도 등을 제한할 수 있는 공사 중이라는 표시를 해야한다. 하지만 해당 공사현장에서는 도로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어디에도 공사가 진행 중이라는 표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아스팔트가 벗겨진 곳에는 경계 지점에 붙어있는 야광스티커 몇장이 공사 중이라는 것을 알리는 표시의 전부였다.

이렇다보니 공사 중임을 모르고 해당 구간을 지나던 운전자들은 갑자기 느껴지는 충격과 차량의 요동에 당황할 수 밖에 없다.

공사지역 인근에 거주하는 김모 씨(51)는 "밤에 지나가다가 차량이 '덜컹'하길레 깜짝 놀라서 확인해보니 도로공사가 진행되는 중이었다"면서 "밤이라 아스팔트가 벗겨진 것을 보지 못하고 지나가다가 깜짝 놀라 차량에 문제가 생긴 것인가 하고 당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솔직히 당시 커브길이었기 때문에 속도를 줄여 지나갔기에 망정이지 만약에 빠른 속도에서 해당 구간을 지나갔다고 생각하니 오싹하다"면서 "공사를 진행할 꺼면 공사 중이라는 표시를 붙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제기했다.

또 다른 주민 박모 씨(41, 여)도 불만을 제기했다. 박씨는 "공사 중이라는 표시도, 차량운행을 제한하는 표시도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낮에 보지 않았다면 공사가 진행 중이라는 것을 몰랐을 것"이라며 "비록 짧은 시간내 공사가 마무리됐다고는 하지만 사고가 발생할 위험도 있는데 안전조치는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공사지역 경계 표시를 붙여놓은 야광스티커.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표시는 이 스티커 외에는 찾아볼 수 없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성지에서 동문시장 주차장 방향으로 진입하는도로, 공사로 인해 왕복 2차선 도로의 한쪽이 막히면서 왕복 1차선 도로가 됐다. <헤드라인제주>

#"아침에 멀쩡한 도로, 저녁되면 차선 통제"

일도지구 순복음교회 앞 도로는 몇달전부터 이런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아침 출근길 차량으로 북쩍이는 시간대에 갑자기 공사 인부들이 나타나 차량을 막고 공사를 하는가 하면, 밤중에는 노면이 훼손된채 그대로 놔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초행길 운전자들은 깊게 파인 노면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공사가 끝났는가 싶으면 다시 하고 하는 식으로 몇달째 마무리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시민 고모씨(43. 여)는 "아침에 올때까지는 멀쩡한 도로가 저녁에 퇴근할 때에는 갑작스럽게 공사중 차선 제한이 이뤄지면서 당황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면서 "그날 공사가 끝나면 노면이 깍여져 위험구간이 있다는 안내표지판이라도 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공사로 인해 왕복1차선 도로가 된 곳에서 차량 2대가 마주치자 나중에 진입한 택시가 정지해 길을 양보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 순복음교회 앞 도로. 도로공사가 마무리된 후 가포장만 이뤄지면서 깊게 파이고 울퉁불퉁한 도로 표면에 운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왕복 2차선 중 1차선을 통제...어디로 다니라고?"

도로공사를 위해 왕복2차선 도로 중 1차선을 막아 차량통행이 어려워진 곳도 있다.

제주시 남문로터리에서 동쪽으로 제주성지 옆 도로로 진입하면 삼성혈 방향과 동문시장 주차장 방향으로 나눠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현재 삼거리 중 도로공사로 인해 삼성혈 방향 진입은 전면 통제됐고, 동문시장 주차장 방향으로만 진입이 가능하다.

그러나 진입구간 도로가 공사로 인해 일부 막히면서 왕복 2차선 도로가 왕복 1차선으로 변경됐다.

해당 구간은 경사도 가파르고 직각에 가까운 급커브길로 반대측에서 차량이 오는지를 눈으로 확인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만약 차량끼리 마주치게 되면 마치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것처럼 한쪽이 양보해 길을 열어줘야 통행이 가능하다.

시민 강모 씨(38)는 "공사로 인해 도로를 통제하는 것은 이해를 하지만 차가 안전하게는 다닐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왕복 2차선 도로를 1차선으로 만들었다 마주오던 차량과 충돌이라도 하면 누구한테 책임을 물어야 하느냐"고 말했다.

가포장된 거친 제주 순복음교회 앞 도로를 승용차 1대가 조심스럽게 운행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도, "안전표지판 미처 설치 못했다"...시민들 원성

제일교 사거리의 공사현장 문제와 관련해, 행정당국에 확인해본 결과 해당 공사는 제주특별자치도 수자원본부가 추진하고 있는 하수관거정비사업의 일환으로 공사를 마친 후 일차 포장된 노면을 깎아낸 후 재포장해 공사를 마무리하는 작업이었다.

취재진이 공사를 담당하는 수자원본부 관계자에게 안전조치가 미흡했던 공사현장에 대해 질문하자 순간 당황한 해당 관계자는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어진 전화통화에서 해당 관계자는 "해당 지점에 지난주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 하수관거공사의 마무리를 위한 노면처리 공사가 진행된 것이 맞다"면서 "공사현장 안전조치에 대해서는 미흡했던 것도 확인됐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이 관계자는 "하수관거공사가 임대형 민자사업이다 보니 발주처와 시공사가 따로 있고, 감리도 따로 있다. 공사구역이 넓다보니 감리에서 공사감독을 하는데 미진했던 것 같다"며 "우리측 관리감독에 대한 책임도 있고, 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친 사실이 있는 만큼 앞으로 주의해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초에 시작한 공사가 연말까지 계속 이어지면서 제주시 도심지 도로는 1년내내 '공사 중'인 모습이다.  공사구간을 지나는 운전자들은 물론, 주변 상가 시민들의 원성도 날로 커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김두영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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