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미심쩍네"...'문화예술의 거리' 왜 시큰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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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미심쩍네"...'문화예술의 거리' 왜 시큰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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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도2동 문화예술의거리 중간보고...지역상인 '불안불안'
"중요한건 제주대병원 활성화"...유동인구 얼마나 모여들까?

찾아오는 이가 없어 점점 활기를 잃어가고 있는 제주시 삼도2동 옛 제주대학교 병원 거리가 '문화예술의 거리'로 탈바꿈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제주시가 지난 2009년 병원 건물이 아라동으로 이전하면서 죽어간 상권을 되살리기 위해 문화 예술 창작, 체험, 전시공간 등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주민들은 문화예술의 거리가 상권을 살릴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옛 제주대병원 건물의 활용방안을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시는 20일 오후 2시 제주시 삼도2동주민센터에서 지역주민 등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문화예술의 거리 조성사업 기본계획 중간 보고회'를 개최했다.

용역을 수행한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지난 10월 24일부터 해당 지역 주민들에 대한 4차례의 의견수렴을 거치고, 다른 지역의 사례를 비교 조사해 사업의 초안을 마련했다.

20일 오후 삼도2동주민센터에서 열린 '문화예술의거리 조성사업 중간보고회'. <헤드라인제주>

# 문화예술의 거리...어떻게 조성되나?

현재 수립된 기본계획 초안을 보면 사업은 사업추진협의회를 구성해 이끌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행정이 아닌 지역주민, 문화예술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협의회가 주도하는 식으로 거리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형태의 문화거리는 부산 감천마을, 수원 행궁동 문화예술마을, 일본 나오시마 문화마을 등이 대표적으로, 협의회는 이들과의 정보 교환 등의 체계를 스스로 구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해당 지역의 교통 및 주차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중앙성당에서 서쪽의 로얄악기까지의 도로와 로베로 호텔에서 삼도2동 주민센터까지의 도로, 서부교회에서 화교학교까지의 도로를 정비해 보도를 확충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키로 명시됐다.

보도가 확충되면서 좁아진 도로는 일방통행 체계를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지역내 도로 및 주변 건물과 연계한 환경개선 콘텐츠를 개발해 도로 정비 및 시설물을 정비하는 '아웃테리어'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웃테리어'란 '인테이러'의 반대말로 건물 내부가 아닌 거리 전체적인 디자인을 살려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비어있는 건물과 유휴공간을 활용해 예술인들의 창작 기회를 제공하면 훌륭한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게 용역진의 주장이다.

이와함께 지역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상징적 랜드마크 조형물을 설치하고 예술 등 창작품과 기념품 등을 판매할 수 있는 아트숍을 조성해 지역주민, 예술인, 방문객 간 소통의 공간으로 활용하자고 제언했다. 전통 먹거리 식단도 함께 개발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20일 오후 삼도2동주민센터에서 열린 '문화예술의거리 조성사업 중간보고회'. <헤드라인제주>
관련 사안을 질의하는 삼도2동 주민. <헤드라인제주>

# 불안한 주민들 "제주대병원 활용방안 어떻게 하시려고요?"

그러나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활성화 사업 시행 절차의 '앞뒤'가 뒤바뀌었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지역상권이 침체된 가장 큰 원인으로 옛 제주대병원의 이전을 꼽고있다. 실제로 병원 이전을 기점으로 시들해진 상가는 이제 비어있는 점포를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지경에 놓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아무런 용도없이 방치돼 있는 옛 제주대병원의 활용방안을 논의하기도 전에 일대에 문화예술의 거리를 만든다는 건 괜한 수고를 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이날 보고회에 참석한 한 시민은 "옛 제주대병원의 활용방안이 아직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문화예술의 거리 계획을 세우는데 있어서 연관성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어쨋든 지역에 가장 큰 건물이고 활용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오갈텐데 전혀 동 떨어진 사업을 할 수는 없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특히, 현재 비어있는 점포의 경우 병원 건물이 살아나고,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하면 어떤 형태로든 되살아날 가능성이 크다. 굳이 문화예술인들에게 저렴한 집세에 건물을 빌려줄 필요가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용역진의 김석범 제주문화예술재단 연구원은 "제주대병원의 활용방안도 염두해둬야겠지만, 마냥 결정이 내려질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며 "결국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부분"이라고 양해를 구했다.

김 연구원은 "현재 제주대병원 건물은 교육부 건물로 제주시가 함부로 말할 형편이 못된다"며 "추후에 건물 활용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제주대측과의 교감을 통해 문화예술의 거리와 크게 어긋나지 않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설명에도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는 어려웠다. 또 다른 주민은 "나중에 제주대병원의 활용방안이 정해지면 문화예술의 거리는 그냥 무효화 될 것 같다"며 "확실한 계획 없이 추진해도 되는 것이냐"고 따져물었다.

20일 오후 삼도2동주민센터에서 열린 '문화예술의거리 조성사업 중간보고회'. <헤드라인제주>

# 우후죽순 테마거리..."문화예술의 거리는 다르다?"

사업의 타당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계획대로 거리를 바꿔놓는다 한들 사람들이 찾아오겠냐는 지적이 인 것이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삼도2동 거리에는 벽화 등이 장식하며 지역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세워진다. 비어있는 점포에는 지역 예술인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한다. 또 지역 특산품을 생산하는 소규모 공방과 전시장 등도 인근에 조성된다는게 제주시의 구상이다.

그런데, 이 같은 계획이 시민이나 관광객의 발걸음을 얼마나 유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는 수행되지 않았다. 막연하게 타 지역의 사례를 거론하며 '관광객이 찾아올 것'이라고 설득하기에는 성공사례보다 실패한 사례가 부지기수다.

제주의 경우도 자유롭지 못하다. 현재 제주시에는 13개소의 '테마거리'가 조성돼 있다. 연동 바오젠거리를 비롯해 중앙로 빛의 거리, 관덕로 문화의 거리, 산지천 영화의 거리 등이다.

하지만 시민들은 어디에 무슨 특성을 지닌 테마거리가 있는지 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후죽순식 테마거리가 조성됐지만 '정체성'을 가진 거리는 드물다.

삼도2동에도 테마거리가 있다. 남문로터리와 중앙로 중앙성당을 잇는 샛길은 '영화의 거리'로 운영되고 있는 것. 그러나 해당 거리에는 옛 영화 포스터들이 붙어있고, 건물 외벽에는 영화의 거리임을 알리는 그림이 프린팅 돼 있을뿐 별다른 특색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인근지역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문화예술의 거리가 만들어지면 사람들이 몰릴 것이라는 것은 누구의 생각이냐"며 "문화거리를 만들어도 상관은 없는데 일단 사람들이 오갈 수 있는 환경을 우선 만들어야 할 것 아니냐"고 답답해했다.

이와 관련해 용역을 수행했으면 적어도 유동인구를 파악하거나, 각 테마거리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 등이 제시됐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있다.

한편, 제주시는 내년 1월 21일에 기본계획수립 용역을 마무리 짓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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