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 무상급식 시행, 왜 의회만 생색내게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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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 무상급식 시행, 왜 의회만 생색내게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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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무상급식, 두 집행기관의 정책적 대응력 한계
뒤늦게야 허겁지겁 합의실패...결국 '돈내고 핀잔받고'

내년부터 제주도내 동(洞) 지역의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무상급식을 시행된다.

올해 병설 유치원 및 사립유치원, 초등학교, 그리고 읍면지역 중학교를 대상으로 시행되던 무상급식이 내년에는 동지역 중학교 3학년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무상급식의 완전한 실현을 위해서는 앞으로 중학교 1학년과 2학년이 남아있지만, 이번 중 3 무상급식 시행은 중학교의 전면적인 시행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중 3학년의 무상급식을 위해 책정된 예산은 제주도에서 12억원, 제주도교육청에서 12억원 등 24억원.

최초 제주도와 교육청에서 예산안을 편성해 도의회에 제출할 때만 하더라도 이 예산은 책정돼 있지 않았다. 도의회의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많은 논란 끝에 배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중3 무상급식비 책정과정을 살펴보면 아쉬움은 남는다. 정책적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결과물이라는 점 때문이다.

무상급식의 취지는 모두들 공감하지만, 당장 내년에 중 3을 대상으로 한 무상급식을 시행해야 하는가 하는 점에 있어서는 논란이 많았다.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이렇다.

지난달 초 제주도와 교육청이 예산안을 편성해 도의회에 제출할 때만 하더라도 내년 급식비 예산은 올해와 비슷한 규모였다. 물가상승분을 반영해 교육청의 경우 210억원을 편성했다.

여기에는 동지역 무상급식이 빠져있었다. 예산을 편성하기 전까지도 내년 무상급식의 범위설정 문제에 대한 유관기관간 정책협의 등 논의는 없었다.

예산안이 제출된 후에야 도의회 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해 이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처음 요구된 것은 동지역 중학교의 전면적인 시행.

의무교육 대상인 중학교까지는 무상급식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 시행을 위해서는 71억원의 예산이 필요하고, 제주도와 교육청에서 각각 최소 35억원씩은 추가로 확보해야 해 두 기관 모두 난색을 표했다.

재정형편상 추가 재원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중학교의 전면적인 시행을 주장하던 도의회는 한발 물러서 '중 3'을 대상으로 해 다시 제시했다. 전면적 시행이 어렵다면 24억원 정도를 확보해서라도 우선적으로 중 3학년만큼이라도 시행하자는 대안이다.

하지만 제주도와 교육청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집행기관과 의회측의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됐다. 그러나 "최소 중 3만이라도 우선적으로 하자"는 도의회 입장과 "재정형편상 곤란하다'는 집행기관의 입장이 맞서면서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

결국 상임위원회에서 계수조정 과정에서 교육위원회는 교육청 예산안에서 세출부분을 삭감해 12억원을, 행정자치위원회는 제주도 예산안에서 9억원을 각각 증액하는 방법으로 급식비 예산을 1차적으로 배정했다.

교육청 분에서는 12억원이 모두 확보됐지만, 도청 분에서는 3억원이 모자란 액수다.

그러자 교육청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제학력갖추기 평가 예산마저 전액 삭감되면서 각급 학교지원금과 더불어 중 3 무상급식비 예산이 책정된데 따른 불편한 심기 표출이었다.

갈등이 심화될 우려를 보이자, 12일 제주도의회와 제주도, 교육청 3개 기관이 정책간담회를 가졌다. 중학교 무상급식과 관련해 첫 공식적 협의자리였다.

하지만 이 정책간담회에서는 합의점은 도출되지 못했다.

반드시 편성시켜야 한다는 의회 입장, 그리고 재원확보가 곤란하다는 집행기관의 입장이 또다시 맞섰다.

1시간의 정책간담회에서 합의가 불발되면서 '공'은 의회로 넘어왔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을 통해 의회가 판단해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15일 이뤄진 계수조정에서 제주도와 교육청 예산에서 각 12억원씩을 증액편성하면서 중 3 무상급식비는 전액 확보됐고, 이 내용의 예산안 심사결과는 16일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의회의 의지대로 내년 무상급식비가 중 3까지 확대돼 시행을 눈앞에 두게 됐지만,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상당한 아쉬움이 남는다.

무엇보다 3개 기관이 정책적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예산의 계수조정 결과에 따라 내년부터 중 3의 무상급식은 시행하게 됐지만, 앞으로 중 1학년과 2학년 예산을 확보하는 과정에서도 적지않은 진통이 있을 것임을 예고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중 3이 내년부터 시행된다면 2013년과 2014년에는 중 1, 2학년의 무상급식비를 추가로 편성하는 문제를 놓고 또 한차례 갈등이 예상된다.

문제는 도의회의 예산안 심사 이전에 제주도와 교육청은 뭘 하고 있었나 하는 점이다.

예산안 심사에서 일반 세출부분의 사업비를 삭감해 학교급식비에 증액하려 하자, 두 기관은 그때서야 허겁지겁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작정 "안된다", "곤란하다"는 입장으로 일관한 것이 큰 문제였다. 당장 내년이 곤란하다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향후 구체적 시행계획을 갖고 사전에 의회와 협의를 벌였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더욱이 제주도와 교육청간에도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던 듯, 손발이 맞지 않았다.

바로 이러한 점이 갈등의 불씨를 지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닥쳐서야 협의에 나선 두 기관의 '늑장'은 논의의 범주를 '확대냐, 현행 유지냐'의 문제로만 좁혀 놓았다.

즉, 무상급식의 대상영역을 계속해서 확대해 가는 '양(量)' 위주로 나가야 할지, 아니면 현재 시행되는 무상급식의 '질(質)'을 높여야 하는 부분을 먼저 고려해야 할지, 혹은 학교급식지원센터 설립 등에 우선적 지원을 해야 할지, 우선순위에 대한 고민은 아예 논의조차 못하게 된 것이다.

결국 제주도와 교육청의 재원으로 만들어진 사업예산이면서도, 생색 한번 내보지도 못한채 '의회'의 직권으로 조정되는 결과를 낳은 셈이다.

제주도와 교육청의 정책적 대응력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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