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장 "제학력평가 살려달라"...'배경'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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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장 "제학력평가 살려달라"...'배경'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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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잇따른 예산 부활 촉구...교육청 '여론 몰이' 아냐?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 '제학력갖추기 평가' 예산 전액 삭감과 관련해, 교육 관련 기관 및 단체 등이 연일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한쪽은 제학력평가를 폐지하기 위한 움직임이고, 다른 한쪽은 삭감된 예산을 부활시켜 평가를 계속 시행하자는 차원이다.

15일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교육청 예산 계수조정을 하루 앞두고 있는 가운데, 삭감이냐 부활이냐를 둘러싸고 관계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설득'에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주도내 초등학교 교장들로 구성된 초등교장협의회와, 학부모들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가 14일 제주도교육청 기자실을 찾았다.

두 단체의 목적은 '제학력평가 예산을 살려 평가를 시행하라'는 것.

이들은 제학력평가 시행돼야 하는 근거로 '이 평가가 학력 향상에 기여하는 점', '교수.학습 성과에 있어 믿을만한 평가 도구라는 점', '폐지 시 사교육비가 증가한다는 점' 등을 들었다.

"(제학력평가 반대측에서) 일부 단점만을 예로 들어 크나큰 장점을 간과하면서 예삭을 삭감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태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학교 구성원인 초등교장과 학교운영위원장들이 주장하는 내용처럼, 학생 학력 향상을 위해 평가를 계속 시행해야 한다는 논리는 물론 일리가 있다.

그런데 두 단체가 마치 약속이나 한듯, 한날 한시에 똑같은 내용의 기자회견을 가진 배경은 석연치가 않다.

예산 삭감으로 평가를 시행하지 못하게 되자, 교육청이 이들 초등교장과 학교운영위원장에게 일종의 '지시'를 내린 것 아닐까.

의구심은 교육청이 취한 일련의 행동을 보면 사실에 가까워진다.

교육청은 앞서 13일 초등교장협의회가 기자회견을 갖는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출입기자들에게 발송, 예고했다.

이들이 낭독한 기자회견문은 기존 교육청이 배포하던 보도자료의 틀에 담겼다. 마치 교육청에서 배포한 보도자료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같은 모습은 지난해 10월 '학교 감사권'을 둘러싸고 빚어졌던 교육청과 제주도 감사위원회간 갈등을 연상시킨다.

당시 감사위원회가 일선 학교를 대상으로 직접 감사에 나서자, 초등교장협의회 소속 초등학교 교장들은 감사위의 직접 감사를 비판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장들로 구성된 중등교장협의회도 기자간담회를 갖고 감사위의 감사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었다.

교육청이 곤경에 처할 때마다 'OO협의회'라는 이름의 교육 관련 단체들은 어김 없이 교육청 기자실을 찾아 교육청 입장을 옹호했던 것이다.

감사권 다툼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이번 제학력평가 예산 삭감 문제 역시 교육청이 세(勢)를 위시해 여론적 우위를 점하려 한다는 우려를 갖게 한다.

하지만, 제학력평가 폐지냐 부활이냐의 문제는 '여론 몰이'로 풀릴 성격의 사안이 아니다.

예산을 삭감한 도의회 교육위원회나, 이 평가에 줄곧 반대 입장을 밝혀 온 전교조 제주지부 등은 평가 방법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교육청은 예산 삭감 전부터 지금까지도 이 평가의 계속 시행을 주장할 뿐, 반대 측에서 요구해 온 '개선' 방안은 한번도 꺼내 보인 적이 없었다.

'평가 부활' 쪽으로 여론을 몰아 평가를 계속 시행하려 하기보다는, 반대 측과 어떤 방향으로 개선해 나갈지를 논의해야 하는 게 순서가 아닐까. <헤드라인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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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 2011-12-14 22:03:13 | 121.***.***.197
창의 인성시대에 아직도 과거와 같은 방식의 평가를 시행하겠다는 교육청이나 그것을 유지해달라는 초등교장이나 시대착오적 발상이 아닌가?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학교와 학생들에 맞는 평가방식을 구안해야지 일제고사식 평가는 이제 구시대 유물로 박물관에 보냅시다

교사 2011-12-14 20:45:14 | 182.***.***.8
전국에 제주도 같은 제학력평가를 보는데가 거의 없더군요. 제학력평가가 과연 아이들의 학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지 의구심이 듭니다. 이 평가로 아이도 힘들고 교사도 힘듭니다.

학부모 2011-12-14 20:41:41 | 182.***.***.8
제학력평가 볼 때만 되면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아요. 제발 없애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