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세계7대자연경관(제주도청에서는 7대불가사의라고 주장)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이 "하루종일 7대경관 투표만했어요? 당신도요?"(헤드라인제주 11월24일자 보도)하고 내게 물어왔던 영국청년 짐 선더스(Jim Saunders)의 사고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3대가 한 집에 살고 있는 한 제주 가족의 이야기를 상상해봤어요. 잠깐 생각해보세요.
어느 날 한 초등학생은 학교에서 너무나 행복했어요. 휴대폰으로 7대경관 투표 많이 한 학생들을 도지사가 세계여행 시켜주기로 했는데 그 학교에서는 그 학생이 뽑혔기 때문이에요. 이제 세계여행 하는 10일 동안 그 지겨운학원에 가지 않아도 되지요. 그 학생은 집으로 달려가다가 깨어진 보도 블럭에 걸려 넘어져서 무릎에서 피가 흘렀으나 아프지가 않았어요. 7대경관 참 고마워요.
그 학생 어머니가 일을 마치고 집에 도착했어요. 약을 찾아 무릎에 바르고 있던 그 학생은 엄마를 봤어요. "엄마, 나 7대경관 투표 때문에 세계여행 먹었어요."
어머니는 한숨을 쉬었어요. 하루 일과를 생각했어요. 7대경관 투표하느라고 손가락에 마비가 와서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었는데 사무실 TV에서 박주희 도의원이 7대경관 투표 전화비 미불금이 200억 원이라는 게 맞느냐고 묻고 도지사는 KT영업비밀인데 알아서 뭘 하겠다는거야 하고 대답하는 어이 없는 장면을 보고 힘이 빠져 더 이상 사무실 일을 할 수 없었어요.
"네, 잘 먹었어요." 그 학생의 머리를 쓰다듬는 어머니 손에는 힘이 없었어요. 우리나라 부잣집 어린이들은 해외여행 갈 때 100불짜리를 잔뜩 넣어 가지고 간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에요. 순간적으로 7대경관이 원망스러웠어요.
1시간 후 아버지가 집에 도착했어요. 그런데 힘이 하나도 없어 보이고 완전 풀 죽은 모습이었어요.
그 아버지 공무원이에요. 7대경관 홍보 많이 했었어요. 투표증명서도 많이 받았고 전화투표도 많이 했었어요. 하지만 그 아버지는 이번 승진에서 탈락했어요. 그의 부서에서 그 아버지보다 9000번 더 많이 투표한 직원에게 밀렸어요.
할아버지는 노인학교에서 장기 두시느라 늦어지셔서 집에 있는 가족들이 먼저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어요. TV뉴스를 보는데 또 7대경관 기사가 나와요. 뉴스에서 도지사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는 떳떳한 7대경관 선정이라고 해요.
그 아버지는 갑자기 생각이 들었어요. "아, 확 불어버릴까." 그 아버지는 도청 OOO부서 공무원이에요.
저녁식사를 끝내고 그 학생은 그 어머니 눈치를 보며 막 컴퓨터 게임을 시작하려는데 할아버지가 들어오셨어요.
어머니는 할아버지께 말하셨어요. "저녁 차려드릴게요." 할아버지는 대답하셨어요. "먹었다. 홧김에 소주까지 했구나. 냉수나 다오."
할아버지는 아버지께 말씀하셨어요. "승진 탈락했다면서? 그래 다 안다. 낙심할 것 없다."
할아버지는 언성을 높이시면서 말을 이어 가셨어요.
"내 참, 오래 살다보니...노인학교 학생 가운데 왕년에 스위스 대사를 지낸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 말이 뉴세븐원더스(N7W)재단에서 7대경관 발표할 때 기자회견은 커녕 어떤 행사도 없이 달랑 재단 설립자인 버나드 웨버(Bernard Weber)랑 세 놈이 조그만 책상 앞에 앉아 킥킥거리며 발표랍시고 했다는구나."
"그런데 애비야, 이번 발표를 잠정 발표로 하고 내년 초 확정 발표하기로 한 것은 야바우라고 하는구나. 제주도청에서 지불하지 못한 전화료를 받아내기 위한 수작이라는구나. 허기야 지금이 어느 땐데 인터넷투표, 전화투표 확인에 석달이나 걸릴까." 말을 마치신 할아버지는 학생을 찾으셨어요.
"어서, www.new7wonders.com 열어봐라. 할아버지가 확인할 게 있구나."
모든 제주도민 가족에게는 7대경관 선정 뒷얘기가 있어요. 당신의 이야기는 뭐예요?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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