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강정 제주해군기지 문제에 있어 천주교 신부들이 정면으로 나서 항거하기 시작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언제나 강정주민들과 함께 해왔지만, 지난 9월6일 대규모 공권력을 투입해 중덕 구럼비 해안으로 가는 길목에 거대한 펜스와 철조망을 설치한 후부터는 그 장소가 옮겨졌을 뿐이다.
구럼비 해안에서 올리던 미사장소가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으로 옮겨져 매일 오전 11시만 되면 미사가 집전되고 있다.
문제는 해군과 경찰의 대응이 성직자에게도 예외가 아니는 것이다. 공사에 항의만 했다 하면, 가차없는 경찰의 진압작전이 전개된다.
22일 미사를 마친 후 레미콘 10여대가 공사장으로 진입하는 것을 본 신부들이 이에 항의하다 3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이 과정에서 한 신부는 경찰이 거칠게 끌어내리면서 하마터면 추락할 뻔한 상황까지 있었다.
연행된 이강서 신부와 이영찬 신부, 박도현 수사는 당연히 중단돼야 할 것으로 생각했던 해군기지 공사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고, 레미콘 차량들이 줄지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차량 위에 올라가 격격렬하게 항의했다.
해군과 경찰은 '업무방해죄'라는 잣대를 들이밀었지만, 신부들에게 있어 항거는 '양심'을 얘기하는 것일 뿐이다.
사실 신부들을 연행하는 일은 강정에서는 깜짝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매일같이 신부들과 경찰의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최근만 하더라도 지난 12일에도 그랬고, 18일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툭하면, 강정마을 진입로는 경찰력에 의해 전면 봉쇄됐다.
신부들이 항의할 때 해군과 경찰의 대응은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를 대할 때 방식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신부들의 '요구'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어떤 부분에서 항의를 하는 것인지 조차 들으려 하지 않았다.
해군은 그저 "반대하는 사람들 중 한 무리"라는 인식이 깔려있고, 경찰은 "우린 상부의 지시대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란 '로봇'과 같은 존재일 뿐이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길위의 신부' 문정현 신부가 경찰에 호통치며 길을 지나갈 즈음, 한 경찰의 무전기에서는 "문정현 간다. 문정현 막아!"라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해군과 경찰에 있어 신부들은 '요주의 인물'일 뿐이었다.
신부들이 매일같이 공사장 정문 앞에서 미사를 집전하며 요구하는 것은 크게 3가지다.
우선 해군기지 사업에 대한 일련의 의혹이 해결될 때까지 공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최근 우근민 제주지사의 '오탁방지막' 설치를 지시하면서 해상과 해안공사가 사실상 중단된 상황, 해군기지 항만시설에 대한 재검증이 실시되는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충분히 설득력 있는 요구라 할 수 있다.
두번째는 비산먼지 발생으로 인한 주변 감귤원 등에 큰 피해를 주고 있는 문제에 대한 대책 및 문화재 발굴조사의 제대로운 진행 요구다.
세번째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해군이 적법하게 지키며 공사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마을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공사현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는 요구다.
일련의 문제에 대해 대화하기 위해 해군기지 사업 책임자인 이은국 제주기지사업단장과의 면담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요구는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심지어 '대화하자'는 요구나 이은국 단장과의 면담 요청마저도 묵살되고 있다.
"대화로서 갈등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것은 해군이 입버릇처럼 줄곧 말해왔던 약속임에도 강정에서 '대화'는 우스운 단어에 불과하다.
강정주민들의 대화요청도, 신부들의 대화요청도 번번히 거절되는 현실이다. 소통의 창구는 모두 꽁꽁 닫혀져 있다.
신부들이 '항거'하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
해군기지를 설계하는 단계에서부터 공사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문제가 많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 상황 속에서, 이제 해군은 이러한 요구를 더 이상 묵살해서는 안된다.
해군기지 문제는 이제 찬성이냐 반대냐의 차원을 떠나, 적법과 위법의 문제로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도 국책사업이란 미명 하에 경찰력을 앞세워 대화의 통로를 꽁꽁 잠궈버린다면 매일 충돌과 경찰 연행이라는 악순환은 반복될 뿐이다. <헤드라인제주>
공사강행에 화난 신부들, 격렬항의...3명 연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