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이 동네는 소나무가 왜 빨갛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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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 동네는 소나무가 왜 빨갛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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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월읍 한담지역...말라 죽은 소나무-밭작물 '왜?'
선박서 유출된 '프레온가스' 추정...지원받을 길은?

제주시 애월읍 한담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곧게 뻗어있는 소나무의 모습이 심상치 않다. 사시사철 푸른색을 띄어야 할 소나무가 붉게 물들어 있는 것.

군데군데 붉게 물든 나무도 있고, 온 잎이 벌게진 나무도 눈에 띄었다. 인근 주민들은 "가을철 단풍구경이야 볼 맛이나 나지 소나무가 저래 버리니까 흉물스럽다"고 고개를 저었다.

비슷한 시기에 동네 밭작물 농가에서는 멀쩡하던 작물들이 말라 죽었다는 아우성이 터져나왔다.

무슨 일이 생겼던 것일까.

솔잎이 말라붙어 붉은빛을 띄고 있는 소나무. <헤드라인제주>
지난달께 말라붙은 파 묘종. <헤드라인제주>

# '속 탄' 주민들..."배에서 나온 가스 때문이에요"

소나무가 붉게 물든 것은 나무의 잎파리가 말라버렸기 때문이다. 보통은 솔잎이 나무에 매달려있는채로 고사하는 경우가 흔치 않기 때문에 나무가 붉게 물든 것으로 보여지는 것이다.

솔잎이 고사한 것은 약 한달전쯤으로, 그때부터 최근까지 솔잎이 마르는 면적이 늘기 시작했다. 유독 한담 인근에서만 발생하는 상황이다.

마을 주민들은 이에 대해 지난달 15일께 발생했던 선박 프레온가스 누출 사고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당시 애월항에 정박하고 있던 한 선박에서 내부의 프레온가스가 바깥으로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프레온가스란 냉장고.에어컨 등에 사용되는 기체로, 낮은 온도의 가스가 소나무를 덮치면서 고사했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한 지역 주민은 "그 이유가 아니고서야 몇십년도 아니고 수백년짜리 소나무가 갑자기 말라버린 것을 설명할 길이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문제는 고사한 것이 소나무 뿐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담 인근 약 3000여㎡ 면적의 밭작물도 말라죽는 사례도 함께 발생했다.

유독 프레온가스에 약한 작물이 있는 탓인지 브로콜리나 파, 고구마 등의 작물에 피해가 컸다. 고구마 같은 경우는 열매가 채 영글기 전에 줄기 부분이 다 말라버렸다.

특히 브로콜리나 파 등은 묘종의 새순이 모조리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파종을 마치고 한창 신경을 쏟고있던 시기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브로콜리 농사를 짓고 있는 A씨는 "결국 밭을 다 갈아엎고 묘종을 새로 심을 수 밖에 없었다"면서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올해 심은 농작물이 제대로 클지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그나마 농작물이 크기전에 사고가 터져서 다행"이라며 "보상을 받을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주택 정원에 심어놓은 조경수들도 고사하면서 다소 흉측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A씨는 건너편의 주택을 가리키며 "저집에도 비싼 소나무를 일부러 갖다 심었는데 다 말라죽었다더라"고 말했다.

붉은빛을 띄고있는 소나무. <헤드라인제주>
지난달께 말라붙은 고구마 줄기. <헤드라인제주>
솔잎이 말라붙어 붉은빛을 띄고 있는 소나무. <헤드라인제주>
힘을 잃은 해바라기. <헤드라인제주>

# 농작물 피해...원인파악 진행 중

한켠에서는 프레온가스로 인해 농작물이 죽었다는 것은 억측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가스가 유출된 곳은 항구 근처인데 농작물이 죽는 지역은 항구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한담 지역이 중심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항구와 소나무가 고사한 지역간의 거리는 1~2km정도 이격돼 있다. 가스로 인한 농작물의 피해라면 당장 항구 근처의 작물들이 피해를 입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가스가 유출된 직후에 농작물과 소나무가 말라죽은 것이 아니라 3~4일 정도 후에 발생한 일이라는 점도 의문을 남긴다.

이에 대해 제주해양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가스의 성분과 나무의 고사 원인을 의뢰했다.

머지않아 결과가 나오면 정확한 원인규명이 될테고, 이후에 피해보상에 대한 논의도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가스로 인한 것이라는 결과가 나와도 개인 소유의 작물 피해보상은 이뤄지지만 마을 소유의 소나무는 보상을 받을 길이 없다.

아직도 고사되는 소나무의 면적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주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제주시 애월읍 관계자는 "살아있는 솔잎도 많기 때문에 나무가 죽은 것인지를 판단하기는 이르다"며 "추이를 지켜보고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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