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감해진 차별대우..."강요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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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권 이야기] (17) 느끼는대로 표현하라!
송창헌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IL지원팀

송창헌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IL지원팀.<헤드라인제주>
보편적인 판단이 무엇일까?

사전적인 의미를 확인했더니 ‘보편적’이란 ‘두루 널리 미치는, 모든 것에 공통되거나 들어맞는’이고 ‘판단’이란 사물을 인식하여 논리나 기준 등에 따라 판정을 내림. 어떤 대상에 대하여 무슨 일인가를 판정하는 인간의 사유 작용‘이라고 나와 있다.

사전적 의미에 맞게 ‘보편적 판단’이란 말의 의미를 알아본다면 ‘어떤 일은 모든 것에 공통되거나 들어맞게 판정하는 인간의 사유 작용‘이라 할 수 있을 것 이다.
나는 오른쪽 다리에 소아미비의 휴유증이 있는 지체장애인이다. 나의 성장과정에서 나는 장애로 인해 느껴야했던 불편함은 어쩔 수 없이 내가 감수해야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초.중.고등학교는 상급생이 될수록 교실 위치가 높아졌으며 점심시간에는 밥을 먹기 위해선 멀고 먼 급식소를 향해야 했고, 학교 도서관을 이용하기 위해선 계단을 통하여 가장 고층으로 향해야 했다. 이런 물리적인 환경들로 인해 격어왔던 불편함이 나에게는 벽이라 느껴질 정도였다. 심리적으로도 힘든 상황도 많았다. 체육시간, 소풍, 수학여행 등에서도 나는 우선적으로 배제되어지는 말들을 들었었고 대놓고 요즘 말하는 왕따가 된듯한 느낌에 힘들어 한 적도 있었다.

사회생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할 때 사람들에게 장애인이 힘들어서 일을 할 수 있겠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나를 무시하는 듯한 생각에 기분 상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을 격으면서도 불편함이나 기분이 나쁘다는 것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장애인이기에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혼자만 속으로 삭히고 말았다. 나 스스로가 장애를 가지고있기 때문에 불편함이란 당연한 것이라는 보편적 판단을 하고 있었다 할 수 있다.

나의 보편적 판단은 한순간에 단 한마디 때문에 깨졌다.

“넌 엘리베이터도 없는데 왜 힘들게 3층에 사니?”였다.

웃음이 났지만 순간 아차 싶었다. 나의 부모님조차도 나의 장애를 인식하거나 불편함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이말 한마디는 이전의 나에게 큰 혼란을 주었다.

사실 이전의 일상생활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차별을 받지 않았던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다시생각해보니 기분이 나빴다. 깊게 고민하고 생각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불쾌한 감정인 것이다. 이런 감정을 알지 못한, 아니 알아도 한번도 표현하지 못한 내가 한심스러웠던 순간이었다.

그 후 난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장애인이라서 월급을 적게 받고, 불합리한 대우를 받으며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던 나는 기분이 나빴고 처음으로 그 감정을 표현하였고 장애로 인한 차별에 대항한 것이었다. 당연한 것이라고 알고 있었던 일들이 24년 만에 처음으로 차별이란 것을 알고 그것에 대해 내 감정을 처음으로 표현했다는 것에 나 자신에 대한 안쓰러움과 동시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의 나는 장애로 인해 격는 여러 일들에 대해 느껴지는 나의 감정들을 솔직히 표현하면서 장애인 송창헌으로서 지역사회 속에서 보편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나처럼 장애로 인한 차별에 둔감하거나 차별을 보편적으로 강요당하는 장애인은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에 살고있는 장애인들은 대부분 비슷한 경험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뉴스에 나오는 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하고 탄압하는 장애인 생활시설인 경우 보편적 판단을 하도록 강요하며 장애인 차별을 정당화하여 하고 있다.

보편적인 판단을 하고 있거나 강요당하는 장애인당사자들은 “왜?” 라는 고민과 함께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었으면 한다. <헤드라인제주>

<송창헌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IL지원팀>

장애인 인권 이야기는....
   
장애인인권포럼 심벌마크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앞으로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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