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학생들 발생해"...사회적 인프라 구축 이뤄져야
내년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주5일 수업제. 그동안 토요일이면 격주로 쉬던 '놀토' 개념이 사라지고 주말이면 별도의 수업을 하지않는 시스템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주5일 수업제가 시행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도 주5일 근무제가 사회 전반적으로 퍼지고 있는터라 사회적인 흐름상 필연적인 도입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시급한 도입이 야기시킬 수 있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걱정이 일고있다.
특히 사회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주5일제를 도입했을 경우 할 일이 없어진 학생들이 방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사단법인 제주청교련은 14일 오후 2시 제주시 벤처마루 10층 대강당에서 '주5일 수업제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제발표는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윤두호 교육의원이 나서 주5일 수업제의 의의와 긍정적인 작용, 또 이로인해 우려되는 부작용 등을 발표했다.
이어 진행된 토론은 제주청교련 YP단장인 고재만 제주대 교수가 좌장을 맡고, 토론자로는 문석호 교육의원, 고창근 제주도교육청 교육국장, 이동민 경찰청 생활안전과장, 강세현 한라대학 사회복지과 교수, 양기훈 제주청교련 부회장, 전재도 제주도 청소년담당 등이 참여했다.
이날 발제에서 윤두호 의원은 "주5일 많은 선진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로, 서구의 국가는 물론 최근들어 일본과 중국도 전면적 도입을 실시하는 등 국제적으로 일반적인 경향이 되고있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그러나, 가까운 일본만 해도 주5일 수업제를 도입한 이후 전면 실시되기까지 16년을 투자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바로 내년부터 전면 실시되도록 하고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5일제가 시행되면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48시간이 꼬박 자신들의 시간이 되기 때문에 주말 시간을 학습이나 봉사활동, 체험활동 등에 투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면 시간을 유용하게 활용하지 못할 경우 인터넷에 빠져들거나 문제행동을 부추길 수도 있다"며 "체계적인 학습시간이 줄어들면서 학력저하 현상이 심화되는 부정적인 면도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토요일에 자녀를 보낼 곳이 없게되면 학부모들은 아이를 방치하지 않기 위한 고육책으로 학원에 보낼 수밖에 없게 되는데 그렇다면 사교육비가 증가되고, 체험활동이 부모의 소득에 따라 차이가 나는 다면 상대적 박탈감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주5일 수업제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프라 구축을 선결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청소년들이 휴일을 제대로 보내도록 하기 위해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줘야한다"며 "각종 청소년 단체와의 연계를 통해 주말을 효율적으로 보내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풀뿌리 시민단체들이 운영하는 체험프로그램이나 학교내 청소년 단체, 동아리 활동 등 다양한 클럽들이 활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지역사회교육 네트워크를 구성해 기업, 기관, 학교, 파출소, 사회복지관, 주민단체 대표 등이 망라된 연합조직을 만들어 학교와 가정 그리고 지역사회를 매개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 문석호 의원 "'나홀로 자녀' 발생...교육 양극화 심해질 것"
문석호 교육의원은 "현 상황에서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 자영업이나 주마른무 등 맞벌이 학부모들이나 저소득층 한부모 가정에서는 '나홀로 자녀'가 발생하게 된다"며 "부유층 자녀들은 주말을 이용해 사교육을 하게 됨으로써 교육의 양극화가 점점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 의원은 "또 나홀로 학생들은 주말 시간이 늘어나면서 휴대폰이나 TV, 컴퓨터를 하는 시간이 많아져 헛되게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 수 있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경우 토요일 돌봄교실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을 전면 시행해야하고, 일부 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는 방과후 학교를 모든 학교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교육의 주체를 학교와 교육청뿐만이 아니라 제주자치도도 함께해야 한다"며 "청소년 문화의 집, 청소년 수련원 등과 같은 지역사회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 고창근 국장 "수업일수 부담돼...감축시키는 방안 검토"
고창근 제주도교육청 교육국장은 "학교 측면에서 보면 도입에 대한 이점도 크지만, 저소득층과 소외계층에 대한 예산지원 문제가 발생하고, 수업일수가 감축되는데도 수업시수가 줄지 않아 학습부담이 생길 수 있다"고 걱정했다.
고 국장은 "앞서 제기된 여러가지 우려를 위해 교육청 내부적인 해결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저소득층 가정을 위해 지역아동센터를 활용한 방과후 돌봄 서비스 등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업일수 감축에 대해 "현재 매 학년 220일 이상으로 정해져 있는 수업일수를 내년부터 190일 이상으로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재도 제주도 청소년육성담당은 "도 차원에서 청소년 수련시설의 운영 지원을 강화하고, 청소년 방과후 돌봄서비스를 확대하는 등의 내실화를 다지겠다"고 설명했다.
또 "지역사회의 다양한 인적 자원과 공유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등 이미 설립돼 있는 기관과 시설 등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옥 경찰청 여성청소년계장은 "집에 혼자 있는 학생이 많아지면서 인터넷 음란.폭력사이트 등 유해환경 접촉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 계장은 "친구들끼리 또래문화를 형성하며 학교폭력 등 범죄행위 및 음주.흡연 등의 탈선행위가 증가할 수 있다"며 "청소년 유해환경에 대한 단속을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양기훈 부회장 "'유관기관 연계'...말만으로는 안돼"
양기훈 제주청교련 부회장은 "주5일 수업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빠지지 않는 '유관기관과의 연계'는 30~40년전부터 계속 나오던 문구"라며 "역할을 분명하게 나누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우선 '주5일 수업제'라는 정책 이름부터가 잘못됐다"며 "'주5일 수업제'가 아닌 '주2일 사회책임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부회장은 "수업이라는 단어가 제도에 들어가면서 모든 책임을 학교 담장안으로 몰아가려 하고있다"며 "절대 학교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모든 기관들이 책임을 지고 학생들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세현 제주한라대학 사회복지과 교수는 "아동.청소년기의 다양한 문화와 사회 경험, 다른 사람과 교섭하는 경험 등을 통해 자기관리 능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진 객석토론에서 한 학부모는 "제주의 환경적 특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며 "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할 경우 제주의 문화와 오름.올레 트레킹 등 건강 관리를 위한 각종 다양한 체험활동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시내 초등학교 근무하는 한 선생님은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하더라도 운영 기관의 거리가 멀 경우 학부모 입장에서는 안전 문제 때문에 집에 있으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지역아동센터의 방과후 프로그램의 경우 중학생 등과 섞여서 활동하다보니 안좋은 습관들을 아이들이 그대로 배울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주5일 수업제는 지난 6월 14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하면서 내년부터 전면적으로 시행된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