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요?...'밀린 공부' 하는 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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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요?...'밀린 공부' 하는 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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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남의 청소년과 함께하는 이야기] <4> 달라진 청소년 명절 풍속도

아침 저녁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이 어느덧 가을이 왔음을 알립니다. 여름보다 가을이 더 좋은 건 무더운 더위를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코끝을 자극하는 고소한 전을 부치는 냄새,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친척들의 얼굴, 새 옷을 입고 동네 이곳저곳을 뛰어 다니던 추석날이 제 머릿속에 즐거웠던 추억으로 기억되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해마다 추석때면 모든 사람들이 분주해집니다. 도로 위도 평소보다 유난히 많은 차량들로 북적거리고 마트나 시장에 가도 사람들로 북적거립니다. 특히 부모님의 손을 잡고 함께 시장에 따라나선 아이들의 귀여운 종종걸음이 정겹습니다. 이때만은 길거리에 차가 많아도, 시장에서 물건 값을 흥정하는 것도 평소처럼 얼굴이 찡그려지지 않습니다. 특히 아이들은 모두가 즐거움과 기대감이 가득한 표정을 한 얼굴입니다.

작년 추석날이었습니다. 중학교에 다니는 조카가 놀러오면서 책가방을 메고 왔습니다. 처음에는 갈아입을 옷을 가지고 왔나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잠시 후 책가방에서 하나씩 무언가를 꺼냈습니다. 조카가 꺼낸 것은 다름 아닌 참고서와 필통이었습니다.

요즘 아이들에게 방학이나 명절연휴는 쉬는 날이라는 개념보다는 그동안 밀린 공부나 보충학습을 하는 날이라는 말을 들었었습니다. 그때는 농담처럼 웃어 넘겼었는데 정말 그 말이 맞나봅니다.

문득 제가 어릴 때 추석날의 풍경이 떠올랐습니다. 오랜만에 모두 모인 가족들의 모습에 한껏 기분이 들뜨고 사촌들과 함께 골목을 누비며 뛰어다니다 보면 눈 깜빡할 사이에 연휴가 지나가고는 했었습니다. 점심을 정리 한 후 밥을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공부하러 가야 한다며 다시 책가방을 싸던 조카녀석을 보니 우리의 어렸을 때 추석날의 모습과 지금 아이들의 모습은 참으로 다르다는 것이 실감났습니다.

길을 지나다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면 세상의 짐들을 모두 혼자서 지고 다니는 것 같습니다.

한창 장난기와 웃음기가 가득해야 할 아이들의 얼굴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표정과 친구들과 한창 수다를 떨고 있어야 하는 시간에 저마다 각자의 스마트 폰을 손에 들고 열심히 무언가를 검색하고 있습니다.

마치 우리 아이들에게 휴식이란 웹서핑을 하거나 온라인 게임을 하는 것인 것 같습니다. 그런 아이들이 명절을 기다리는 설레이는 마음을 느낄 수 있을까요? 우리가 어렸을 때 느꼈던 명절의 즐거움과 풍성함을 느낄 수 있을까요?

언제부턴가 아이들에게 명절의 의미가 없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제헌절이나 광복절 등과 같은 날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고 합니다. 오히려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빼빼로데이 같은 날을 더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씁쓸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 아이들을 이렇게 만든 것은 바로 우리 어른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철남 제주가정위탁지원센터 소장>.<헤드라인제주>
급변하는 사회에서 이리저리 정신없이 뛰어다니다보니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내 아이만큼은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남들보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에 자꾸 ‘공부해라’, ‘공부해라’ 말만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정작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한 말 한마디와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시간인데 말입니다.

이번 추석에는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내 아이의 친구는 누구인지, 학교생활은 어떤지, 꿈은 무엇인지, 요즘의 고민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가위 보름달처럼 밝고 환한 웃음이 온 집안을 가득 채워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헤드라인제주>

<강철남 / 제주가정위탁지원센터 소장, 제주청소년지도사회 회장>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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