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속였나?"...국가권력의 짜여진 각본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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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속였나?"...국가권력의 짜여진 각본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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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충격적 해군기지 기본협약서 '이중 체결'의 파문

지난 2009년 4월27일 국방부장관과 국토해양부장관, 그리고 제주특별자치도지사 3명의 서명으로 체결된 제주해군기지 관련 기본협약서.

이 기본협약서는 종전 '제주해군기지' 개념을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전환시킨 결정적 계기였다.

협약서를 통해 정부는 해군기지가 아니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을 건설한다는 논리로 전환했다.군사기지에 대한 도민사회 여론의 악화를 의식해,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명명하고 민항과 군항이 함께 존재하는 관광미항으로 개발하는 것처럼 여론을 조성해 왔다.

그러나 2년여의 시간이 지난 이달 6일, 다시 충격적 사실이 드러났다.

기본협약서의 타이틀로 명시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란 용어는 제주도민을 상대로 한 '홍보용'이었고, 실제 국방부에서는 '제주해군기지'라는 별개의 명칭이 쓰여진 협약서를 보관해 온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똑같은 내용을 담은 협약서를 2가지로 만들어 해군기지를 주장하는 측에는 해군기지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란 단어로 달래야 하는 측에는 그 단어를 적용시켜 왔다는 말 밖에 달리 해석되지 않는다.

'여론'를 호도하기 위한 의도성이 짙다.

당시 MOU 체결은 이상희 국방부장관,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지사 3명의 서명으로 이뤄졌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당시 제주 언론 브리핑을 통해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과 관련한 기본협약서'란 제목의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해군기지'라는 말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국방부에서는 이 제목이 아니라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과 관련한 기본협약서'라는 타이틀의 협약서를 보관하고 있었다.

비록 국방부의 협약서에도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제주해군기지'라는 단어가 주로 쓰이고,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란 단어는 괄호안에 넣은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즉, 국방부에서 갖고 있는 협약서 타이틀을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기 보다는 '제주해군기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서귀포시 강정마을 앞바다에 대규모 해군기지 시설을 하고, 전체적으로는 군사기지로 운용되는 가운데 민항 여객선인 크루즈가 이용하는 정도로 볼 수 있다.

이는 종전 국방부와 제주도당국, 특히 전임 도정이 설득해왔던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그동안 제주사회에서는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지면서도 제주도의 설명대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란 군항과 민항이 함께 공존하는 항구로 생각해왔다. 군항쪽에 무게가 더 실린다 하더라도, 군항의 수역과 민항의 수역이 분명히 구분되는 경계선이 있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국방부의 협약서에서는 이런 기대를 일거에 무너뜨리게 했다. 국방부는 기본적으로는 '제주해군기지'를 건설해 전체적 구역을 군사기지로 운영하고, 민심을 달래기 위해 크루즈터미널 하나를 만들어 크루즈가 운항하는 정도였던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협약서 체결 업무를 담당했던 제주도 관계관은 "협약서 문구 하나 때문에 1년 여동안 협의를 했으나 국방부가 끝까지 '해군기지'를 고집하면서 결국 국무총리실 중재로 제목 부분을 각기 달리하는 방법으로 '이중 체결'을 했다"고 밝혔다.

물론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란 단어는 이 기본협약서가 아니더라도 현행 제주특별법에 명시돼 있으므로 '명칭'은 법률에 표기된대로 사용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이중 체결'은 해군기지 문제의 일련의 흐름 속에서 크나큰 충격을 주고 있다.

우선 국방부는 외형적으로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을 건설한다고 내세워 왔으나, 이는 민심 달래기용 '제스처'에 지나지 않고, 내부적으로는 거대한 군사기지를 건설하려는 의도가 확인됐다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게 한다.

국방부의 이런 '숨은 의도'는 국민기만에 다름없다. 대규모 국책사업에 있어 국가권력이 서로 짜고 그 각본대로 국민을 속인 것이다.

또 이런 사실을 숨기고 여론을 호도해 온 당시 제주도당국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설령 국방부의 고집으로 어쩔 수 없이 그랬다 하더라도 2중으로 체결된 사실에 대해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는 그대로'를 도민에게 알렸어야 했다.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강정마을회와 군사기지저지 범도민대책위원회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일제히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규탄하고 나섰다. 제주도의회도 이 문제에 대한 법적검토를 통해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국회 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협력해 국정조사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선 5기 도정도 '이중 체결'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기본협약서에 명시된대로 앞으로 세부협약 체결 절차를 밟아 민군복합항의 개념과 성격을 명확히 하는 작업을 추진키로 했다.

민군복합항의 개념을 구체화함 속에서 민항 부분에 있어 무역항 지정 등을 항만계획에 포함시키고 15만톤급 2척이 계류할 수 있는 시설과 크루즈터미널의 관리권을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행사할 수 있도록 중앙절충에 나서기로 했다.

'이중 체결' 사실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가운데, 이미 공권력 투입을 통해  해군기지 반대진영의 손과 발을 묶어놓은 해군은 재개된 해군기지 공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은 정녕 허울좋은 미사여구였던 것일까. <헤드라인제주>

'제주해군기지'라는 단어는 없고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는 타이틀이 붙여진 기본협약서의 내용. 이 협약서가 제주도민에게 공개된 내용이다. <헤드라인제주>
'제주해군기지'라는 단어가 먼저 들어가 있는 기본협약서의 내용.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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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인 2011-09-10 22:21:27 | 211.***.***.142
일본해(동해) 가 동해 단독 표기와 같다고 우기는 것과 비슷한 일이 국가기관 간 공문서에서 일어나다니!!! 그것도 국가의 주인인 도민과 국민을 속이기 위해서!!! 대역죄인들 능지처참을 시켜야 강정의 눈물에 조금이나마 덜어지려나...

지랄 2011-09-07 19:14:10 | 211.***.***.15
기본협약 이름갖고 꼼수부리다 제라하게 걸렸네
해군기지는 원천무효
사기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