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세상에서 '감동'을 생각합니다
상태바
기막힌 세상에서 '감동'을 생각합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경훈이 시(詩)로 전하는 이야기] <32> 세상을 움직이는 힘, 감동

그렇게 몸을 무기로 살아온 세월이 벌써 20년. 나는 왜 세상의 십자가를 혼자 지려는 듯이 그렇게 미련하게 살았던가? 좀 더 편하게 살 수 있는 길을 두고 왜 바보 처럼 사서 고생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가?

바로 ‘감동’ 때문이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가슴 저민 ‘인간사랑’ 때문이었다. 가슴에 감동이 넘쳐나는 사람이, 가슴속에 뜨거운 인간사랑을 간직한 사람이, 정의와 진실을 외면할 수 없는데 어쩌겠는가.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에 비록 몸은 힘들었어도 나는 세상 그 어느 누구보다 행복했다.
- 성희직, '세상을 움직이는 힘, 감동' 여는 글 중에서

‘크게 느끼어 마음이 움직임’이라는 뜻의 ‘감동’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그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서 오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소통에서 시작됩니다. 서로 ‘통해야’ 가능한 공감에서부터 오는 것입니다.

꽉 막힌 상태에서야 감동은커녕 마음 가닥 하나라도 일어날 수 있겠습니까. 의미와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일방만 강요하는 사회에서는 감동이 스며들 여지가 없습니다. 감동이 없는 사회는 그야말로 ‘죽은 시인의 사회’일 뿐입니다. 그래서 소통이 중요한 것입니다.

이런 ‘감동’을 저는 존 칼린이 지은 '우리가 꿈꾸는 기적 인빅터스'라는 책에서도 강하게 느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의 일대기를 다룬 내용인데요. 이 책은 소위 3S라는 ‘스크린 스포츠 섹스’에 대해, 그중에서 스포츠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게 만든 책입니다.

존 칼린은 저자 서문에서 ‘정치란 결국 사람을 설득하는 일이다. 다른 이들의 마음을 얻어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일이다. 만델라는 자신을 추종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얻었을 뿐 아니라 그와 대적하는 적들까지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였다. 그를 감옥에 가두고 쾌재를 불렀으며, 그가 죽어 없어지기를 바랐으며, 그와 맞서 싸우려고 계획을 세운 이들을 상대로 만델라가 그들의 마음을 얻어낸 방법, 그것이 이 책의 중심 내용이다.’라고 쓰고 있습니다. 
 
“우리는 흑인 인구를 대표하여 만델라가 보내는 그 메시지를 고마운 마음과 안도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그들은‘우리도 당신들과 함께 열광하고 있다, 당신들의 과거를 용서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용서와 속죄는 함께 찾아왔다. “넬슨! 넬슨!”을 연이어 외치는 백인들의 목소리에 그 뜻이 담겨 있었다. 남아공 흑인들의 속박된 상태를 상징하듯 오래도록 감옥에 갇혀 있었던 그 남자에게 경의를 표함으로써, 그 들은 자신들의 죄를 인정하며 억눌러온 죄책감을 토해 냈다.
- 존 칼린, 「우리가 꿈꾸는 기적 인빅터스」중에서

그야말로 감동이 무엇인지를 전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올바른 정신을 지닌 한 사람의 지도자가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관용의 미덕이 얼마나 대단하고 감동적인 것인지를 일깨워주는 가슴 벅찬 책’이었습니다. ‘오래도록 감동의 여운이 떠나지 않기’ 위해서 이 책을 3권 더 사서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감동의 전염을 위해서요.

지난 6월 22일, 강정마을 중덕바다에서 한국작가회의 신경림.현기영 선생님 등과 함께 하는 문학의 밤 행사가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강정마을의 토종시인 고영진 선생을 특별히 모셔서 시 낭송을 하게 했습니다. 시를 낭송하는 내내 한 줄 읽고 울고, 또 한 줄 읽고 울기를 반복했습니다. 그 낭송을 들으며 모두가 ‘감동’의 눈물을 함께 흘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 어미는 해녀였다
한평생을 물질하다 저 세상으로 가신
내 어미가 오늘따라 몹시도 그립구려
지금은 저승가서 아들 생각이나 하는지
않하는지 그래도 어미가 보고파 웁니다
어릴적 호호 불며 소라꼬치 건네주던
어미손길 그리워 애가 탑니다
오늘도 중덕바위 틈새에 쪼그려 앉아
어미를 그리워하며 웁니다
내 어미 모진 손길 머무른 이곳을 이대로
내어줄 순 없지 않은가
내 기억의 몸부림으로 이곳을 지키고 싶다
살아 숨쉬는 그날까지 내 기억속에 남아 있기를……
- 고영진의 시, 「내 어미는 해녀였다」 중에서

그런데, 우리가 느끼는 이 ‘감동’을 다른 식으로 써먹는 분들도 있습니다. 다음 글을 보면, 감동조차도 우리만의 전유물은 아니란 생각이 들 것입니다. 소위 가진 자들에게 있어 이 감동이라는 말은 ‘촌스럽게 정의다 진실이다 떠들어대는 사회적 저능아’들이나 사용하는 걸로 치부해버렸는데, 그게 아니네요. ‘감동’조차도 이윤이나 잉여가치로 보는 분들의 이야기입니다.

“예, 목적만을 위한 상투적이고 사무적인 로비가 아니라 인간적인 감동을 주는 로비, 즉 ‘무한감동 로비’를 하기 위해섭니다. 예, 우리가 태봉그룹을 능가하진 못하더라도 빠른 시일 내에 같은 수준에 오르려면 태봉이 하지 않는 특별한 전술을 구사해야 합니다. 그게 바로 인간적으로 감동시키는 것이고, 그 방법이 단시일 내에 우 리에게 믿음을 갖게 하고, 신뢰를 키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그건 다른 게 아니라, 그 대상자 가족 전체의 생일, 결혼기념일을 파악하고 그때마다 카드와 선물을 보내는 겁니다. 그리고 자식들의 진학 상황을 파악하여 축하 카드와 등록금을 보냅니다. 그렇게 하는데 감동하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 조정래의 소설 「허수아비춤」중에서

이 기막힌 세상에서 다시 감동을 생각합니다. 온기를 나눌 수 있는 잉걸이나 장작불 같은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그 사람들이 모여 나누는 따뜻한 바람의 날갯짓이 훈풍이 되고, 그 훈풍이 더 모이면 변화의 바람이 됩니다.

공감과 감동이라는 그 바람은 서로 나누고 배려할 줄 아는 사람들 속으로 전염되어 더 큰 바람을 일으킵니다. 그렇게 해서 세상을 움직이는 새 바람, 신바람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감동이야말로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자 우리가 꿈꾸는 기적’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합니다. 우선은 스스로 감동을 하거나 남을 감동시키는 것부터 시작입니다.

스스로 감동하지 않고서는 남을 감동시킬 수 없습니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은 스스로 감동하거나 타인을 감동하게 하는 일입니다. 그것은 우리 몸에서 자라나는 감동의 바이러스를 민들레 홀씨가 바람에 날리듯 세상 곳곳에 퍼뜨리는 일입니다. 그러면 혹, ‘자신을 추종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뿐 아니라 그와 대적하는 적들까지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그런 위대한 감동의 지도자가 이 땅에서도 나올 지 누가 압니까?

만일 당신이 무병장수하며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다면 하루한번 감동하거나 남을 감동하게 하는 일을 하라. 의외의 상황에서 돌발적으로 벌어지는 감동적인 일이 감동의 폭을 더욱 크게 한다. 내가 남을 위해 무상으로 기쁘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그것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의 모습은 감동적이다. 남이 주는 감동을 가다리기보다 스스로 감격하고 감탄하고 감명 받으며 감응하고 감읍할 일을 찾다보면 하 루 한번 감동하는 건 쉬운 일이다.
- 성석제의 소설집 「인간적이다」 중에서
<헤드라인제주>

김경훈 시인이 시(詩)로 전하는 세상살이 이야기는...

   
김경훈 객원필진.<헤드라인제주>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4.3이야기, 현시대의 시사문제, 책을 읽은 후의 느낌, 삶의 의미과 가치에 대한 생각 등을 시(詩)를 통해 세상을 들여다봅니다.

 프로필.

1962년 제주에서 태어났고 제주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시집으로 「우아한 막창」,「운동부족」, 「한라산의 겨울」, 「고운 아이 다 죽고」,「삼돌이네집」, 「눈물 밥 한숨 잉걸」이 있고 마당극대본집으로 「살짜기옵서예」가 있다. 

제주 4.3 일본어 시집 「불복종의 한라산」도 최근 출간했다. 제주MBC 라디오 제주4.3 드라마 10부작「한라산」을 집필했다.

제주4.3 연구서인 「잃어버린 마을을 찾아서」와 「그늘 속의 4.3」, 「무덤에서 살아나온 4.3수형인들」을 공동집필했다. 현재 제주4.3사업소에서 일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김경훈 객원필진/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