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행 타진하던 FC바르샤, 발길 돌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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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행 타진하던 FC바르샤, 발길 돌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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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바르셀로나 축구학교, 제주 아닌 경기도 포천에 둥지
道-바르샤-중계업체간 '권한 행사' 이견...결국 발길 돌려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축구클럽으로 손꼽히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FC바르셀로나.

세계적 축구스타 메시를 키워낸 FC바르셀로나와, 박지성을 발굴해낸 김희태 감독이 만났다. 지난 5일 '김희태 바르셀로나 축구학교' 현판식이 경기 포천 이동면에서 열렸다.

이날 현판식에는 스페인 국가대표 출신인 축구학교 총책임자 겸 국제담당 이사 훌리오 알베르토가 참석했다.

그런데 훌리오 알베르토는 지난 2009년 11월 제주를 방문한 바 있다. 제주에 축구학교 개교를 타진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던 그가 어쩌다 경기도로 발길을 돌렸을까. 제주에 '올 뻔'했던 FC바르셀로나 축구학교가 왜 경기도로 가게 된 것일까.

FC바르셀로나 축구학교(FCBEscola)는 FC바르셀로나의 축구전술과 기술, 정신을 전수하는 유소년 축구학교다.

우수 교육생에게는 FC바르셀로나 등 스페인 1부 리그 유스팀과 해외 각국의 유스팀에 유학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김희태 바르셀로나 축구학교'에는 FC바르셀로나 구단에서 파견한 수석코치가 항상 선수들과 함께 학교 내에 머물며 축구를 가르치게 된다.

또 1년에 한 번씩 FC바르셀로나 스카우트 담당자가 한국을 방문해 유망주 발굴에 나선다. 선수들은 1년에 한 번씩 스페인 현지에서 입단 테스트 기회를 제공 받게 된다.

학생들은 해외 진출을 대비해 원어민 교사로부터 영어와 스페인어도 배우게 된다. 메시와 같은 세계적 선수를 키우는 '인재 양성소'인 셈이다.

김희태 감독은 "전술 교육이 뛰어난 바르셀로나의 방식을 접목해 한국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를 키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처럼 FC바르셀로나 축구학교는 뛰어난 선수를 육성함과 동시에 부가가치도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FC바르셀로나가 키워낸 한국 선수들이 유럽 빅리그로 진출하게 되면 한국 축구의 위상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

유럽의 선진기술을 습득하게 되면서 축구 유망주들의 기술이 향상, 한국 축구의 도약을 꿈꿀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만약 이같은 축구교실이 경기도가 아닌 제주에 있었다면,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제주 연고팀인 제주유나이티드와의 동반 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큰 가치가 잠재돼 있던 FC바르셀로나 축구학교는 결국 경기도로 가버렸다.

이에 대해 지난 2009년 11월3일 훌리오 알베르토와 논의를 가진 제주도 관계자는 여러가지 정황상 선뜻 계약에 나서기 어려웠음을 토로했다.

2009년 11월3일 FC바르셀로나의 훌리오 알베르토와 이상복 전 제주도 행정부지사가 논의를 갖고 있다. <헤드라인제주DB>

당시 FC바르셀로나의 국제담당 이사인 훌리오 알베르토는 축구학교 설립 대행사였던 T사와 함께 제주도청을 방문했다. 제주에서는 이상복 전 행정부지사와 스포츠산업과 소속 공무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홀리오 알베르토는 이 자리에서 "제주는 따뜻한 날씨와 훈련시설 등이 축구 아카데미를 운영하기에 적합한 지역"이라며 설립 의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FC바르셀로나는 축구 시스템을 제주학교에 들여오고, 그 속에 바르셀로나의 정신과 신념을 심는 것이지 직접적인 투자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직접 투자는 하지 않되, T사 측과 제주도가 4면의 축구장과 학교 건물 등 교육시설을 마련해 주면 축구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뜻이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제주도 측이 제기한 문제는 설립 대행사인 T사, FC바르셀로나, 그리고 제주도 간 삼각관계.

제주도에서는 FC바르셀로나와 직접 면대면 계약을 맺고 싶어했던 반면, 중계업체인 T사가 가운데 끼어 있어 원활한 권한 행사가 어려울 것이란 입장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9일 "제주도가 직접 권한을 행사하게 되면 원만하게 추진될 수 있었는데, 다른 업체가 사이에서 끼어 있다보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을 것이라 판단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FC바르셀로나 역시 중계업체한테 가로 막혀서 원활한 권한 행사 역할을 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결국 공익성을 추구할 수 있는 관계 정립이 어려울 것 같아 (유치 결정을) 주저했었다"고 말했다.

FC바르셀로나 축구학교 유치에 따른 효과 측면에 있어서는, "제주 축구학교를 통해 일본과 홍콩 시장을 겨냥하려 했는데, 이미 일본과 홍콩에 축구학교가 들어서 있어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며 "국내용 밖에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정황상 선뜻 계약에 나서기 어려웠다는 설명이지만, 잠재적 가치를 품고 있는 축구학교에 대해 제주도가 적극적으로 해법을 모색하지 않은 듯한 모습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헤드라인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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