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류지' 찬양?..."지금이 자랑할 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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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류지' 찬양?..."지금이 자랑할 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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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태풍 내습한 제주시의 '불편한' 후속조치

태풍이 휩쓸고 간 제주, 천연기념물 팽나무가 쓰러지고 강한 바람에 농가의 하우스가 뜯겨 나가는 등 곳곳에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일본으로 빠지네, 중국 대륙으로 방향을 트네, 소문이 무성했던 제9호 태풍 '무이파'는 결국 제주와 한반도를 제대로 훑고 가며 많은 주민들의 가슴을 치게 만들었다.

그런데, 피해 복구가 한창인 시점에서 제주시의 후속조치가 영 마뜩찮았다. 태풍의 영향권에서 물러난 직후 제주시가 곧바로 취한 행동은 '저류지 찬양'이었던 것이다.

지난 8일 제주시는 '저류지가 물폭탄 태풍 무이파 하천범람막은 일등공신'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자료에는 "태풍의 영향으로 지난 7일 14시경 제주시내 하천대부분은 급격히 불어난 빗물로 범람위기를 맞았었다"며 "위기를 구한 것은 저류지 11개소"라고 명시돼 있었다.

이어 "5년만에 엄청난 국지성호우를 안고 찾아온 태풍 무이파가 제주산간에 물폭탄을 뿌렸지만, 도심 주요하천변 11곳에 완공된 저류지가 하천수위를 낮춰 자칫 발생할 수 있는 인적.물적 피해를 예방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해낸 셈"이라고 자평했다.

특히 이번 태풍의 강우량은 지난 2007년 제주를 덮친 태풍 '나리'보다 많은 비가 내렸다고 비교하며 저류지의 혁혁한 공을 치하했다.

제주시 곳곳에 설치된 저류지. <헤드라인제주>
제주시 곳곳에 설치된 저류지. <헤드라인제주>

물론 저류지가 하천의 범람을 막는데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811억원이라는 사업비를 투입해 만든 저류지가 제 값을 해냈다는데 오죽 자랑하고 싶었을까.

다만 제주시가 자료를 배포한 시점은 피해 복구 작업이 진행중이었다는 점에서 '나 잘났소' 드러내기에는 다소 이른감이 없지 않았냐는 것이다.

아직 최종적인 피해규모가 집계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저류지로 인해 피해가 줄지 않았느냐는 듯한 행보는 눈살을 찌푸리기에 충분했다.

현재 제주시 지역 공공시설의 피해액은 2억7530만, 사유재산의 피해액은 5억6710만으로 집계된 상황이다.

태풍이 강타했던 여느때처럼 농작물과 하우스 등의 피해액이 컸고, 제주시내 곳곳에 간판과 가로수 등이 파손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축산농가의 피해액은 아직도 파악중에 있는 형국.

과연 저류지로 인한 효과가 이 같은 피해를 무마시켰는지 묻는다면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현 시점은 '우리가 잘했소'라고 내세우기 보다는 이미 입은 피해상황을 최대한으로 줄이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때가 아닐까.

저류지가 가져다 준 공로는 이후에 넌지시 밝혀도 뒷북을 쳤느니 손가락질 하는 시민은 없었을 것이다. 태풍 피해상황을 바라보는 제주시의 진정성이 아쉽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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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류지 2011-08-09 11:17:27 | 117.***.***.22
저류지로 뭥가 켕기는게 있으니. 대놓고 자랑질 하는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