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시계가 다시 거꾸로 흐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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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시계가 다시 거꾸로 흐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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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훈이 시(詩)로 전하는 세상살이 이야기] (27)강정은 4.3이다

지난 7월 21일 서귀포경찰서를 방문한 조현오 경찰청장은 "강정마을에 들어서는 해군기지는 국가적으로 필요한 사업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추진한 것이지만 일부 주민과 시민운동가들이 반대하면서 예정대로 사업시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해군기지 건설에 대해 더 이상 사업을 방해하는 것은 곤란하며, 불법행위를 방치시키면 국가 중요사업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제주경찰은 단호한 입장에서 법집행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어디서 많이 들었던 말입니다.

1947년 3월 14일 제주에 내려온 조병옥 경무부장도 비슷한 말을 합니다. 폭동과 같은 무질서의 행동같이 조선건국의 전도를 위험케 하는 것은 없다. 폭동의 빈발은 조선민족의 정치적 자치력과 도덕적 자율성이 결여함을 세계의 이목 앞에 폭로시켜 우리의 위신과 신용을 실추시키는 것이다..기만적 선전과 파괴적 모략으로써 제주도의 사회를 무질서 상태에 빠지게 하였고 빠지게 할 근본적 요소를 제거할 근본방침도 수립되어 있다.”라는 포고문을 발표합니다.

이 두 분의 말씀의 핵심은 ‘폭동에 대한 진압’입니다. 그것은 이란 다른 지방의 응원경찰을 대거 투입, 물리력으로 무질서한 제주 치안을 바로 잡겠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당시 약 5백명 정도의 응원경찰이 파견되었습니다. 또한 현재도 강정마을에 육지부의 경찰 3개 중대 병력을 내려오게 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조병옥 경무부장은 제주 방문 첫날 오후에 제주도청을 방문, 파업중인 공무원들에게 파업 중지를 촉구하면서 “제주도 사람들은 사상적으로 불온하다면서 건국에 저해가 된다면 싹 쓸어버릴 수도 있다”는 놀라운 내용의 연설을 했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지난 7월 27일 한나라당의 모 중진의원께서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는 "제주 해군기지는 주민보상이 끝났고 1000억 원 이상의 공사비가 투입됐는데, 종북주의자 30여 명의 반대데모 때문에 이 중요한 국책사업이 중단이 되고 있다. 재 강정마을에서 공사를 제재하고 있는 세력들은 입으로는 평화를 외치지만 사실상 북한 김정일 정권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는 종북세력들이 대부분이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현장이 조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강력한 공권력이 즉각 투입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1948년 5월 5일 딘 군정장관은 제주도에서 소위 군정수뇌회의를 개최합니다. 안재홍 민정장관, 조병옥 경무부장, 경비대사령관 송호성 준장, 유해진 제주도지사 등이 참석했지요. 딘 장관은 다음 날인 5월 6일 기자들에게 “이번 폭동은 도외에서 침입한 소수의 공산분자들의 모략에 선동되어 양민들이 산으로 들어가서 현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살해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은 소수 불순분자가 산으로 들어가서 이러한 일들을 하고 있는데 이 사건도 경찰과 경비대의 노력으로 곧 회복되리라고 본다.”고 말합니다.

지난 2009년 1월에 소위 관계기관대책회의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제주도와 경찰과 해군, 정보기관 등에서 참석을 했고요. 이 자리에서 당시 환경부지사라는 분은 “도민들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조장해야 하며, 몇 명은 구속시켜야 해군기지 건설이 잘 될 것”이라는 발언까지 하였습니다. 기관측에서는 ‘제주도에서 조그만 것이라도 공세적으로 고소고발 해줘야 경찰도 조치가능하며, 인신구속 있어야 수위가 낮아질 것’이라고 거들기도 했습니다. (MBC PD수첩 방영분 「제주도 강정마을 왜 분노하는가」 중에서, 2009년 1월.)

정부와 해군은 또 지난 7월 6일 해군기지 사업부지 전체에 대해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냈습니다. ‘해군기지 시설공사의 건설사업을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 △생명평화결사, 제주참여환경연대,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개척자들, 강정마을회는 소속 회원, 사원 또는 구성원 등은 해군기지 부지 출입 금지, 해군기지 부지에 출입할 경우 1회당 500만원 지급 등 8가지 사항을 가처분에서 법원에 요구했습니다.

법원에서 정부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면 해군이나 시공사 관계자 외에는 누구도 해군기지 사업부지에 접근할 수 없게 됩니다. 본격적으로 강경진압작전을 벌인다는 신호탄을 사법부의 힘을 업어 폭죽처럼 화려하게 쏘아올린 것입니다. 제주4・3때나 지금이나 제주도민들은 그저 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모양입니다.

이것은 1948년 10월 17일 제9연대장 송요찬 소령이 발표한 다음의 포고문 내용 -‘전도 해안선부터 5㎞ 이외의 지점 및 산악지대의 무허가 통행금지를 포고함. 만일 이 포고에 위반하는 자에 대하여서는 그 이유여하를 불구하고 폭도배로 인정하여 총살에 처할 것임’- 과 그 맥을 같이 합니다.

제주백성들의 피와 살과 뼈로 공구리 된
일제 잔재 속에 미제 독소 가득 들어찬
해방보다도 건국이 우선인

그런 나라

4·3에 죽었다고 독립유공자에서 제외된
‘지상에’ 있는 ‘숟가락 하나’도 불온한*
평화보다도 군사기지가 우선인**

그런 나라

그런 나라 만들겠다고 사정했지만
죽여 버리는, 백성들 다 죽여 놓고
폭동 없는 나라 만들려는***

그런 나라
-졸시, 「저들을 살려주면 대한민국 착한 백성 만들겠습니다」 전문

* 그런 나라는 현기영의 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를 불온서적으로 지정했다.
** 그런 나라는 서귀포시 강정동에 주민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해군기지 건설을 강 행하고 있다.
*** 그런 나라는 제주4·3을 여전히 폭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가 역사에서 교혼을 얻는 것은 다시는 그러한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서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은 강정마을에서 제주4・3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음을 봅니다. 60년이라는 시간의 편차를 두고 똑 그대로 재현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도대체 제주4・3에서 무엇을 배우고 있는 것일까요?

2003년 10월 31일, 고 노무현 대통령은 제주4・3에 대한 발표문을 통해 ‘폐허를 딛고 맨 손으로 이처럼 아름다운 평화의 섬 제주를 재건해’낸 ‘제주도민들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면서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제주도민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사과’하였습니다.

그는 또한 “4‧3사건의 소중한 교훈을 더욱 승화시킴으로써 평화와 인권이라는 인류보편의 가치를 확산시켜야 하겠습니다. 화해와 협력으로 이 땅에서 모든 대립과 분열을 종식시키고 한반도의 평화, 나아가서 동북아와 세계화의 길을 열어나가야 하겠습니다.”라고 호소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역사의 시계가 다시 거꾸로 흐르고 있습니다. 1949년 1월 21일 국무회의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미국 측에서 한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많은 동정을 표하나 제주도, 전남사건의 여파를 완전히 발근색원하여야 그들의 원조는 적극화할 것이며 지방 토색 반도 및 절도 등 악당을 가혹한 방법으로 탄압하여 법의 존엄을 표시할 것이 요청된다’는 대탄압 국면이 되돌아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대학살의 4・3’을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습니다. ‘제주4・3사건은 평화・통일・인권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상징’으로 기억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과거의 비극을 딛고 ’모든 대립과 분열을 종식시키고 한반도의 평화, 나아가서 동북아와 세계화의 길을 열어나가야‘ 합니다. 강정은 지금 ’대학살의 4・3의 재현‘이거나, 아니면 ’생명과 평화‘라는 모든 인류의 이상을 실현하는 기반이거나 그 둘 사이의 경계에서 바람 잎의 등불처럼 위태롭게 서있습니다. <헤드라인제주>

김경훈 시인이 시(詩)로 전하는 세상살이 이야기는...

   
김경훈 객원필진. <헤드라인제주>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4.3이야기, 현시대의 시사문제, 책을 읽은 후의 느낌, 삶의 의미과 가치에 대한 생각 등을 시(詩)를 통해 세상을 들여다봅니다.

 프로필.

1962년 제주에서 태어났고 제주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시집으로 「우아한 막창」,「운동부족」, 「한라산의 겨울」, 「고운 아이 다 죽고」,「삼돌이네집」, 「눈물 밥 한숨 잉걸」이 있고 마당극대본집으로 「살짜기옵서예」가 있다. 

제주 4.3 일본어 시집 「불복종의 한라산」도 최근 출간했다. 제주MBC 라디오 제주4.3 드라마 10부작「한라산」을 집필했다.

제주4.3 연구서인 「잃어버린 마을을 찾아서」와 「그늘 속의 4.3」, 「무덤에서 살아나온 4.3수형인들」을 공동집필했다. 현재 제주4.3사업소에서 일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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