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마다 갈아엎는 화단...수천만원 '펑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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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마다 갈아엎는 화단...수천만원 '펑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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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도심지 화단 3년새 5번 교체 "또 갈아엎나요?"
잦은 새단장에 '눈총'..."겨울철에도 꽃 보기위해" 항변

제주시는 사시사철 꽃이 만발한 도시경관을 가꾸기 위해 주요 번화가와 도로 등에 화단을 조성해놓고 계절화를 식재하고 있다.

올해도 광양로터리를 비롯해 993㎡ 21개소의 화단과 597개의 화분에 일일초, 폐츄니아, 꽃베고니아 등의 여름꽃 10만5000본을 식재, 경관을 정비했다.

그런데, 아무리 경관을 위해서라지만 계절마다 화단의 꽃을 교체하는 것은 다소 낭비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있다. 한해가 멀다하고 수천만원씩 소요되는 화단을 두어번씩 갈아엎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시청 인근에 식재된 화단의 꽃. <헤드라인제주>
도심지에 식재된 꽃. <헤드라인제주>

지난 2008년 7월 제주시는 남국정취가 묻어나는 이국적인 풍광을 느끼게 하기 위해 도심지 화단에 야자, 선인장, 유카 등의 식물을 심었다.

또 다른 화단에는 제주만의 특색을 살린 칸나와 고추, 가지, 부추, 토마토 등을 각각 식재해 지금까지 계절화 일색의 단순 식재에서 탈피해 꽃을 식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로부터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2009년 4월, 심어놓은 선인장이나 고추, 가지, 부추 등은 온데간데 없이 새로운 꽃이 화단을 차지했다.

당시 제주시는 광양로터리 등 22개소의 교통섬과 화단, 시내 화분 372개소에 꽃양귀비, 사피니아, 사루비아, 금귤 등 봄꽃 7만본을 식재했다.

현재 화단사업을 맡고있는 제주시 공원녹지과가 당시에는 없다보니 일부 교통섬에 자리하고 있던 고추나 가지 등의 식물은 행방이 묘연하다.

다시 1년이 지난 2010년 4월에도 어김없이 광양로터리와 중앙로, 신광로터리 등 35개소에 561개의 화분, 993㎡ 화단에 계절화를 식재했고, 불과 석달이 지난 7월께 똑같은 장소인 광양로터리, 중앙로, 신광로터리 인근에 5700만원을 투입해 계절화를 교체했다.

제주시는 이같은 작업을 민간업체에 위탁해 추진하고 있다. 제주시를 동부지역, 서부지역, 중앙지역으로 각각 나눠 각 업체마다 한 구역씩 맡아서 계절화를 식재하고 관리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올해 예산은 약 1억9000만원. 한번 화단을 교체할때마다 수천만원이 들어가는 공사가 두세번씩 이뤄지기에 배정된 예산이다.

제주시청 인근에 식재된 화단의 꽃. <헤드라인제주>
주요도로변에 식재된 화분의 꽃. <헤드라인제주>

제주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계절화는 시에서 관리하는 것이 아닌 민간업체에 위탁해서 관리하고 있는 것"이라며 자신들의 주 소관이 아님을 주장했다.

'이러이러한 꽃을 심어줬으면 좋겠다'라고 업체에 이야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결정과 작업 등은 업체가 도맡는다는 설명이다.

잦은 화단 교체에 대해서는 "사계절 내내 꽃을 보기위해 어쩔 수 없이 화단을 교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봄에 심어놓은 꽃은 오래가지만 꽃을 겨울철에도 볼 수 있게하기 위해 부득이 다시 꽃을 심는다는 것.

물론 제주시의 방침도 일리가 있는 의견이다. 관광도시의 특성상 사계절 내내 꽃을 볼 수 있는 도심지라면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주의 열악한 재정환경으로 미뤄보면 다소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오간다.

또 봄과 여름에 꽃을 보는 것은 자연의 이치지만, 부득부득 겨울철에도 꽃을 보기 위해 멀쩡히 살아있는 꽃들을 갈아 엎는다는 것은 다소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심어놓은 꽃중에는 '사루비아' 같은 일년초도 있지만 '사피니아' 같은 다년초도 심어져 있다. 그럼에도 겨울에 꽃을 피우지 못한다는 이유로 인위적으로 사라진다.

현재 노형로터리 인근 교통섬에는 분홍빛 송엽국과 노란빛 가자니아 등의 다년초가 식재돼있다. 지난 2009년에 식재된 것들로 다년초이기 때문에 겨울철에는 꽃을 볼 수 없지만, 봄이되면 꽃이 만개하고는 한다.

계절마다 꽃밭이 갈리는 여타 지역의 화단들과 대조되는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겨울에도 꽃을 보기위해 화단을 갈아엎는 사업의 효율성에 대해 의문이 이는 실정이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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