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다" 소리 듣던 작은공장, "이젠 당당한 수출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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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다" 소리 듣던 작은공장, "이젠 당당한 수출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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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쑥'으로 일어선 한라참쑥마을의 성공비결은?
떡재료 '참쑥-참모시' 판매고 '쑥쑥'..."오기로 버텼어요"

"미쳤지 미쳤어." 밭에다 쑥을 재배한다고 했을때 들려오던 목소리다.

멀쩡한 밭에 나는 쑥도 없애지 못해 안달인데, 잡초로 알려진 쑥을 재배하겠다고 하니 주위 사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10년이 지난 오늘, '미쳤다'는 비난을 듣던 작은 업체가 미국으로까지 수출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육지부와 수출로 나가는 한해 물량은 500톤 정도.

"활용하기에 따라 훌륭한 자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죠. '두고봐라'하는 심정에 오기로 버텼어요."

향긋한 쑥 냄새가 물씬 풍기는 한라참쑥마을(대표 조남경, 김양섭)의 탄생배경이다.

쑥과 모시의 잎을 선별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헤드라인제주>
제주시 이호2동의 한라참쑥마을. <헤드라인제주>
22일 찾아간 제주시 이호2동의 한라참쑥마을은 제주지역에서 자라는 참쑥과 참모시를 가공해 육지부나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가공된 제품은 흔히들 즐겨먹는 쑥떡이나 모시떡 등의 재료로 쓰이고는 한다.

"참쑥이나 참모시는 제주지역 어디서나 자라요. 말 그대로 농약 등이 전혀 없는 친환경 자연산 농산물이죠." 지난 2002년부터 남편과 함께 기업을 꾸려온 김양섭씨의 설명이다.

참쑥은 따로 밭을 관리하면서 재배하기도 하지만, 참모시의 경우 길거리에 자생하고 있는 것을 따다가 원재료로 사용한다. 해안변을 돌아다니다보면 참모시는 쉽게 눈에 띈다.

그러다보니 재료의 조달방법도 비교적 원활하다. 참모시를 매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발품을 판 이들이 따 온 것들을 사들이기만 하면 된다. 이날도 포대에 가득담은 참모시를 팔러 온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참쑥의 경우 업체에서 직접 재배하기도 하고, 계약을 맺은 농가에서 조달해주기도 한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농가들도 계약을 맺은 후 모두 만족스러워한다. 감귤이네 양배추네 물량이 너무 많아 골치를 썪고있는데, 이를 대체할 농작물로 이만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쑥은 농약을 칠 필요가 없고 날씨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메리트가 있다.

인터뷰 도중에도 참모시 물량이 꾸준히 들어왔다. <헤드라인제주>
참모시에 대해 설명하는 김양섭 대표. <헤드라인제주>
처음 계약을 맺을때 3000~6000㎡의 면적으로 쑥을 짓던 농가들도 점점 규모를 키워 2만㎡이상의 토지에서 쑥을 재배하고 있다. 쑥은 4월부터 6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재배되고, 모시는 6월부터 9월사이에 거둬들인다.

이렇게 모은 참쑥과 참모시는 비교적 간단한 가공과정을 거쳐 판매되는 제품으로 만들어진다.

우선 참쑥과 참모시는 뜨거운 물에 한번 삶아진다. 혹시 벌레나 이물질을 한번 거르기 위한 작업이다. 이후 가지와 잎을 선별하는 작업을 거치게 된다.

골라낸 잎만을 따로 압축팩으로 포장하고, 냉동창고에 보관해두면 바로 외지로 보낼 수 있는 제품이 완성된다.

여기서 눈여겨 볼 대목은 가지와 잎을 선별하는 작업이다. 직접 손으로 골라내야 하는 이 작업을 위해서 많은 인력이 투입돼야 하는데,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지라 동네 어르신들이 나서기에 제격이다.

노인들의 일자리가 없어 고민하는 지역사회에 적절한 대안이라는 평도 들려온다.

시스템도 일하는 이들을 얽매는 것이 아닌 볼일이 없으면 나오고, 따로 쉬고 싶으면 쉬는 자유로운 분위기다. 지금도 일을 하겠다는 노인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중이라고.

또 만들어지는 제품의 전량이 외지로 팔린다는데도 큰 의의가 있다.

김양섭 한라참쑥마을 대표. <헤드라인제주>
쑥을 포장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헤드라인제주>
제주시 이호2동의 한라참쑥마을. <헤드라인제주>
현재 한라참쑥마을의 제품은 육지부의 떡 가공 기업들과 미국 한인사회의 떡관련 협의회 등을 통해 LA,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으로 수출되고 있다. 모두 도외자본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수출 1조원을 부르짖는 제주도정의 정책과도 흐름을 같이한다. 지난 15일에는 우근민 제주지사가 직접 한라참쑥마을을 방문해 향토자원을 활용해 수출에 나서는 관계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 없이 직접 발품을 팔아서 일궈냈다"고 옛 기억을 떠올렸다. 광고 등으로 제품을 어필할 기회가 없으니 박람회 같은 곳을 돌아다니며 직접 소개하는 방법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꾸준히 계약자를 늘리다보니 '제품의 질이 좋다'는 입소문이 퍼졌고, 이제는 먼저 한라참쑥마을의 제품을 찾아오고는 한다. 미국과 닿은 연도 순전히 입소문으로 인한 것이었다.

물론 아직 어려운점들도 남아있다. 우선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비싼 물류운송비가 꼽힌다.

배에 선적해 제품을 운송하려면 육지부에서 나는 쑥제품보다 1.5배 이상 비쌀 수 밖에 없다. 육지부에서 3000원하는 것을 마진때문에 5000원에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제주산'이라는 브랜드와 제품의 질로 승부하고는 있지만, 앞으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물류비를 줄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과제다.

단순 가공품으로만 승부를 볼 것이 아닌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지원책도 필요한 실정이다. 가령 떡재료로 판매되고 있는 상황에서 직접 떡을 만들어 판매한다면 더욱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것.

한라참쑥마을이 재배하는 쑥밭. <헤드라인제주>
김 대표가 갖고 있는 비전도 참쑥과 참모시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부분이다.

"떡 제품으로 판매하는 방안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사업이에요. 또 오설록박물관처럼 쑥을 이용한 관광자원화도 해봄직할 거에요. 즉석에서 만든 차나 떡을 직접 판매할수 있으면 더욱 좋겠죠."

수출업체이면서 새로운 대체작물의 대안, 노인 일자리 창출 등 각 분야에 기여하고 있는 한라참쑥마을의 행보는 앞으로가 더욱 바빠질 듯 하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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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2011-07-25 10:36:23 | 59.***.***.23
한라참쑥 정말 대단하십니다.
대표께서는 진정한 제주인입니다.
제주최고 여성CEO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