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위에 '큼직한 화분'..."숨바꼭질 끝이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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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위에 '큼직한 화분'..."숨바꼭질 끝이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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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점령 '불법 적치물'...1000건 적발돼도 '여전'
"불법 주차 막기위해" 시민 항변에 제주시 '전전긍긍'

도로상에 세워둔 물통, 화분, 간판 등의 불법 적치물을 두고 '숨바꼭질'이 끊이지 않고있다.

올해 제주시는 28개 단속반을 편성해 각 지역의 불법 적치물 단속을 실시, 지난달까지 총 1148건의 노상적치물을 적발했다.

단속반은 시청 건설과 직원으로 꾸린 1개반을 포함해 각 읍면동별 1개 단속반씩 총 26개반, 이에 더해 적치물 단속을 전담하는 용엽업체까지 수주하는 등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제주시는 휴가철을 맞아 올 여름의 경우 주요도로와 보도에 놓인 적치물을 대대적으로 단속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그런데,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일부 시민들의 반발이 일고 있다. 불법 적치물의 문제는 단순히 단속을 자주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면도로에 놓인 장애물. <헤드라인제주>

# 집 앞에 세워둔 화분..."불법주차 차량 때문"

업소의 홍보를 위해 설치하는 입간판이나 현수막 등의 적치물은 둘째치고, 대부분 도로에 장애물을 세워놓는 경우는 자신의 가게나 집 앞에 세워두는 경우다.

어디서 온 것인지 모를 차량이 출입구를 가로막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제주시청 인근의 뒷길. 유독 물통이나 화분 등의 장애물이 놓여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면도로의 불법주차를 막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삼도2동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양모씨의 가게 앞에는 큼직한 화분이 놓여있다.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차를 세워두는 차량들에 골치를 썩다가 생각해낸 방법이다.

양씨는 "이렇게라도 해두지 않으면 백이면 백, 모르는 차가 와서 가게앞에 주차를 한다"고 토로했다. 장사한지 수년째지만 여전히 고쳐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차 안에 전화번호라도 남겨 놓으면 연락할 수 있는데, 번호도 없는 차가 몇 시간이고 가게 앞에 세워져있으면, 매출액의 피해를 떠나서 정말 신경이 쓰인다"고 털어놨다.

일도2동에서 미용실을 하고 있는 이모씨도 똑같이 호소했다.

이씨는 "손님의 차량도 아닌데, 가게 앞을 떡하니 막는 차들을 보면 '참 낯짝도 두껍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하소연했다.

이면도로에 놓인 장애물. <헤드라인제주>
이면도로에 놓인 장애물. <헤드라인제주>

"가끔 어떤 사람들은 차를 빼달라고 전화하면 오히려 신경질을 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일을 겪을 바에야 차라리 대비를 해두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도로에 장애물을 두는 것이 불법인지 알고 있느냐고 묻자 "당연히 알고야 있지만, 오죽했으면 이렇겠느냐"며 "모르는 사람들이야 장애물이 놓여있으면 심술을 부린다고 손가락질 하지만 괜히 이러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삼도2동에 살고있는 또 다른 이모씨는 집 앞에 반쯤 채워놓은 물통을 두개 갖다놓았다.

이씨는 "시아버지가 움직임이 편치 않으신데 가끔 집앞 문에 딱 붙여놓고 주차를 하는 차들이 있다"며 "낮 시간에만 물통을 놓고 밤에는 치워놓는다"고 말했다.

# 적발건수 1000건에 과태료 부과는 0건, 왜?

도로에 둔 적치물들은 쉽게 이동시킬 수 있는 장애물들이다. 단속에 걸리더라도 현장 계도조치가 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단속에 걸리면 장애물을 치워놨다가 다음날 다시 집 앞에 두는 숨바꼭질이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반기 적발건수는 1000여건이 넘으면서도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행정조치를 취한 경우는 한 차례도 없다.

단속반의 입장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사정을 모르는 것도 아닌지라 막상 칼같은 잣대를 들이밀기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주민들 중에는 더러 "장애물은 단속하면서 왜 불법주차는 단속하지 않느냐"고 맞서기도 한다.

이면도로에 놓인 장애물. <헤드라인제주>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제주시 관계자는 "현재 상황은 반복적으로 단속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일반 이면도로의 경우 집주인은 집주인대로, 주차하는 사람들은 주차하는 사람들대로 서로 입장이 다르다보니 난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노상적치물의 문제가 발생하는 지역은 일반도로나 주.정차구역이 아닌 기준이 애매한 '이면도로'인 경우가 많다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계속 계도는 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입장이 달라 참 어려운 부분"이라며 "서로가 이해를 해줘야하는 부분인데 그런 것이 잘 안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주차문제'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차량은 하루가 멀다하고 늘어나고 있는데, 주차공간은 여전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불거지는 현상이라는 주장.

제주시 관계자는 "도시계획 재정비를 통해서라도 주차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며 "주차공간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차공간의 해결은 소요되는 예산과 시간이 만만치 않기에 한동안은 노상 적치물을 둔 '숨바꼭질'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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