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등록금의 '분노', 대학생 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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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등록금의 '분노', 대학생 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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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등록금 염원 대학생모임, 시내서 촛불문화제
"등록금에 치여 알바 현장 전전"..."일제고사도 안돼!"

"친구들은 등록금을 벌기 위해 다들 알바를 하고 있습니다. 엠티도 가고싶고 과 친구들과 어울리고도 싶은데, 시급 4000원짜리 알바때문에 평범한 일상을 즐길 수도 없는 상태에 직면해 있습니다." -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4학년 현치훈씨

"아들딸들이 등록금에 치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사회에 나오자마자 빚쟁이로 살아가는게 이 나라의 현실입니다" - 강동수 전교조 제주지부장

11일 늦은 오후,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 작은 촛불이 환하게 타올랐다. '반값 등록금'의 전국적 이슈가 기어코 제주에서도 터져나온 것이다.

11일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반값등록금 염원 촛불문화제'. <헤드라인제주>
촛불을 켜고있는 참가자들. <헤드라인제주>
11일 촛불문화제에 나선 시민들.<헤드라인제주>
촛불문화제는 반값등록금을 염원하는 제주도대학생 모임과 제주교육연대가 공동으로 마련한 '반값등록금 실현과 경쟁만능 교육 중단을 위한 촛불문화제'에서는 비싼 등록금 때문에 '알바 현장'으로 쫓기는 대학생들의 현실적 문제가 거침없이 쏟아져 나왔다.

# "대학생...우리는 일상도 포기해야 하나요?"

곧 발언권은 집회장의 한켠을 가득 메운 젊은이들에게 넘어갔다.

첫 주자로 나선 제주대 사회학과 현치훈씨는 "역사의 시계 바늘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며 "군부시대도 아닌데 정부는 대학생들의 등록금 인하를 위한 투쟁을 색깔론으로 보고 있다"고 비난했다.

현씨는 "등록금을 벌기 위해 일상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에 혹사당하는 학생들은 공부할 기회도, 젊음을 즐길 기회도 뺏겼다"며 "이것이 88만원 세대에 살아가는 대학생들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제주대학교 현치훈씨. <헤드라인제주>
11일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반값등록금 염원 촛불문화제'.<헤드라인제주>
제주대학교 김덕찬씨. <헤드라인제주>
11일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반값등록금 염원 촛불문화제'. <헤드라인제주>
제주대 사회교육과 김덕찬씨도 힘을 보탰다.

그는 "얼마전 서울에서 등록금을 벌기 위해 냉동창고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수 많은 대학생들은 친구를 만나는 것을 사치라 여길만큼 등록금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김씨는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당시 약속했던 반값 등록금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며 "이번에는 등록금 고지서를 받아들때 반값이 찍힌 고지서를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싼 등록금을 반값으로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제주시청 어울림 마당 일대에 세워진 '의견란'의 쪽지메모를 통해서도 분출됐다.

반값 등록금의 실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써 놓은 글들은 지나가는 시민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날이 어두워지자 자연스럽게 켜진 촛불도 꺼지지 않고 손에서 손으로 옮겨졌다.

촛불문화제 중간 중간에는 제주대 학생들로 꾸려진 댄스팀의 퍼포먼스와 공연이 이어졌다.

# "경쟁 만능교육에 빠진 아이들이 신음하고 있습니다"

촛불문화제의 또다른 화두는 '일제고사'의 폐해였다. 이 문제는 전교조 제주지부를 중심으로 해 제기됐다.

강동수 전교조 제주지부장은 "영재실습, 야간학습 등 시험에 지친 아이들이 신음소리를 내뱉고 있다"며 "아이들은 남을 짓밟고 1등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탄식했다.

학부모 김여선씨. <헤드라인제주>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 <헤드라인제주>
촛불을 켜고있는 참석자들. <헤드라인제주>
강 지부장은 "대단한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남을 배려할줄 알고 행복한 교육을 받았으면 하는 것 뿐"이라며 "교육 체계를 협력교육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자녀의 일제고사에 마음이 아팠다는 한 학부모의 발언도 이어졌다.

"아이들이 배워야 될 것을 가리는 기준은 하나밖에 없어요. 시험에 나올 것과 나오지 않는 것. 이런 환경에서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자라게 될까요?"

그는 "배움은 아이들의 자아 존중감을 높이는데 있다고 보는데,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아이들이 풀이죽는다"며 "경쟁하는 체제에 있다보니 친한 친구들끼리도 서로 믿지 못하더라"며 안타까워했다.

남광초등학교의 한 교사는 현재 진행되는 일제고사를 하나씩 꼽으며 "초등학생은 한달에 한번꼴로, 중학생은 한달에 두번꼴로 시험을 보고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경쟁 만능교육에 빠져있고, 학교는 아이들의 성적을 높이는데만 혈안이 되면서 교육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이 되고있다" 토로했다.

고등학생인 김영준 학생도 한마디 했다.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면서 일제고사를 보고있다며 다들 '명박고사'라고 불러요. 중학교때부터 일제고사를 계속 봤는데, 주위 친구들보면 싫어하지 않는 친구가 단 한명도 없어요."

한 참석자는 "오늘 집회만 봐도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이 보인다"며 "일제고사 등으로 끊임없이 경쟁해서 간신히 들어간 대학생활은 등록금 지옥에 빠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 말미에는 촛불문화제를 주도한 강봉수 제주대 교수(제주교육연대 대표)의 연설이 있었다.

그는 반값 등록금 실현과 일제고사 폐지의 당위성을 역설한 후 앞으로 '학생 인권운동본부'를 구성해 '인권'의 문제에도 나서겠다고 말했다.

공연과 시민발언으로 2시간 넘게 진행되던 촛불문화제는 밤 9시를 넘어서야 다음을 기약하며 마무리됐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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