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우리집 아빠차는 꼬진 아빠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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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우리집 아빠차는 꼬진 아빠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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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훈이 시(詩)로 전하는 세상살이 이야기] (22) 시를 쓰는 일

일단 ‘시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부터 간단히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시는 사전적인 의미로는 ‘자신이 느낀 감정이나 감동을 짤막한 운율의 형태로 간략하게 쓴 글’입니다. 여기서 길게 詩論시론에 대해서 얘기할 건 아니고요. 제가 평소에 생각하는 시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시는 마음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어떤 기교나 기법은 사람의 마음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시인은 그 마음을 제대로 끄집어내서 언어라는 형식으로 표현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 ‘마음’을 가진 여러분 자신, 우리 모두는 시인입니다. 모두 그 시의 감동, 느낌을 전부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그 순간 느꼈던 느낌이나 감동을 단지 언어로 표현하는 데 약간 어색해하거나 힘들어할 뿐입니다. 그러나 그 감동을 느낀 순간에는 저나 여러분은 모두가 시인입니다. 누구나 자신의 마음이 쉽고 편안해져야 타인을 받아들입니다, 어려운 시는 그만큼 타인 또는 그 자신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열려있지 않은 그 폐쇄된 공간은 시의 집이 아닙니다.

우리집 아빠차는 꼬진 아빠차
학교 갔다 돌아오면 부릉부릉부릉
아직도 시동 걸고 있네
-김소리, 「아빠의 똥차」 전문

저희 둘째 딸이 초등학교 3학년 때 쓴 시입니다. 당시 타고 다녔던 차가 90년식 그레이스 봉고차인데요, 그게 남들이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거의 똥차 수준이었나 봅니다. 얼마나 똥차이길레 이런 표현을 했을까요. 야, 역시 시는 이런 데 있는 거로구나. 순수한 동심과 진정성, 여기서 시나 예술이나 모든 삶이 시작되는 것이로구나!

좋은 시는 단순하고 자연스러워서 어째서 모든 사람이 다 시인이 되지 못하는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시란 건강한 말에 다름 아니다. 가장 훌륭한 시 구절을 대 하노라면 내가 겪은 평범한 일들을 그저 이 시인이 보고 듣고 느낀 그대로 토로한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 헨리 소로우, 『소로우의 일기』중에서

또 저는 시가 단순히 언어의 나열이 아니라, 시는 무기라고 생각을 합니다. 짤막한 글이 어떤 사람에게는 감동을 주고, 어떤 사람에게는 칼이 되기도 합니다. 소외 받고, 힘 없고, 가난하고, 수탈 당하고, 억압 받는 사람들에게는 시가 힘이 되고 감동이 됩니다. 그러나 가진 자, 수탈을 하는 자, 억압을 하는 자, 힘 있는 자 이런 사람들을 향해서는 시가 무기가 됩니다.

그래서 시는 삶의 정의와 평화와 진실과 인권 이런 것을 이루기 위한 무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 이것이 저의 평소의 시론입니다. 물론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 분도 많을 줄 압니다. 그런 분들은 나름대로의 시나 예술을 하시면 됩니다. 저는 저의 시론으로 합니다. 시인으로서 역사와 현실을 제대로 좀 살피며 글을 써야 한다고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실과 정의 그리고 아름다움을 지키고 불의와 비인간에 저항하는 글을 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거창하거나 생경한 구호를 외치거나 그러지는 않겠습니다. 늘 해오던 방식대로 ‘충격과 분노, 해학과 감동’을 편편마다 새기고자 합니다. 인생의 희로애락이 시에 고스란히 드러나서 ‘한 권의 시집이 잘 빠진 마당극 한편 보고 난 것 같은 기분’이면 그걸로 족합니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뒤집어졌다

연극쟁이 남편 따라 제주에 와 사는 대구댁이
어디서 그게 그 말이라는 걸 주워듣고는
경상도 억양으로 천연덕스럽게 써본 것인데

며느리 딸 낳고 어느 할망이 말했다는
‘헌 씹에서 새 씹 낫져!’ 이후 최고의 압권이다

말이 단지 의미만 공유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가치를 가지는 것인 바
그 때 묻지 않은 정곡(正鵠)의 언어 덕분인지

민망한 가운데서도 치료는 잘 되었다고 한다
- 졸시, 「“얘가요, 보댕이가 아파서요!”」 전문


저의 시는 저의 삶입니다. 저의 삶에서 저의 시가 나오고 저는 저의 시를 살아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의 시는 고상한 경지의 것이 될 수 없습니다. 그냥 저의 삶처럼 우습기도 하고 천박하기도 하고 가끔 심각하기도 하고 더러 비장하기도 하고 평범하게 일상스럽고 가끔 튿으며 싸우기도 합니다.

저는 시나 문학을 떠받들지 않습니다. 저는 그것들에 끌려 다니지도 않고, 무지개처럼 쫓아가지도 않습니다. 그것들은 그 자체로 어떤 권위적인 것이거나 잡을 수 없는 신기루가 아닙니다. 거듭 말하지만 시는 우리 이웃들 민중들의 일상의 삶입니다. 사람들이 저에게 ‘요즘 시대에도 너같은 참여시를 쓰는 사람이 있느냐’고 묻습니다. 저의 대답은 ‘저는 씁니다’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거리의 시인’이 되고 싶기 때문입니다. 고상하게, 우아하게, 거룩하게 그런 멋진 시들을 왜 저라고 쓰고 싶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거리에서, 현장에서 싸움이 계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는데 저는 그것을 정말로 나 몰라라 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거리의 시인’으로 거리에 있는 그분들과 함께, 그분들 곁에서 그런 시를 쓸 것이고, 그런 삶을 살아갈 것입니다.

진정한 작가이길 원하거든 민중보다 반발만 앞서 가라. 한발은 민중 속에 딛고. 톨스토이의 말이다. 진실과 정의 그리고 아름다움을 지키는 것이 문학의 길이다. 타골이 말했다. 작가는 모든 비인간적인 것에 저항해야 한다. 빅토르 위고의 말이 고, 노신은 이럴게 말했다. 불의를 비판하지 않으면 지식인일 수 없고, 불의에 저항 하지 않으면 작가일 수 없다. 나랏일을 걱정하지 않으면 글(詩)이 아니요, 어지러운 시국을 가슴 아파하지 않으면 글이 아니요, 옳은 것을 찬양하고 악한 것을 미워하 지 않으면 글이 아니다. 다산 정약용의 말이다.
-조정래의 『허수아비춤』서문에서

김경훈 시인이 시(詩)로 전하는 세상살이 이야기는...

   
김경훈 객원필진. <헤드라인제주>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4.3이야기, 현시대의 시사문제, 책을 읽은 후의 느낌, 삶의 의미과 가치에 대한 생각 등을 시(詩)를 통해 세상을 들여다봅니다.

 프로필.

1962년 제주에서 태어났고 제주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시집으로 「운동부족」, 「한라산의 겨울」, 「고운 아이 다 죽고」,「삼돌이네집」, 「눈물 밥 한숨 잉걸」이 있고 마당극대본집으로 「살짜기옵서예」가 있다. 

제주 4.3 일본어 시집 「불복종의 한라산」도 최근 출간했다. 제주MBC 라디오 제주4.3 드라마 10부작「한라산」을 집필했다.

제주4.3 연구서인 「잃어버린 마을을 찾아서」와 「그늘 속의 4.3」, 「무덤에서 살아나온 4.3수형인들」을 공동집필했다. 현재 제주4.3사업소에서 일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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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란 2011-06-24 15:00:12 | 14.***.***.108
이 시대의 아픔과 공유하는 사람이다.그것을 해학과 풍자로 질펀하게 표현하는 사람이다...김경훈시인은 거기에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