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보다 못한 '방과후 학교', 이래서야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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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보다 못한 '방과후 학교', 이래서야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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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언 교육감 '도민 대화', 학부모들 '사교육비 절감' 주문
"영어-수학 심화 프로그램 필요"...양 교육감 "특기위주로 간다"

"사교육을 줄이기 위한 방과후 수업이 시행되고 있는데 왜 사교육이 눈에 띄게 줄어들지 않을까요?"

"아이들이 선행학습을 익혔다고 과연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21일 오후 2시 제주학생문화원에서 진행된 양성언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의 '도민과의 열린대화-제주교육에 바란다'에서는 제주시내 학부모들이 제주교육에 대해 느끼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이 제기됐다.

이날 도민과의 열린 대화는 제주시 동(洞)지역 초등학교와 유치원, 특수학교 교장 및 학부모들이 참석한 가운데, 양성언 교육감에게 정책을 제안하고 질의응답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양성언 교육감의 도민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양성언 교육감의 도민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도민 대화에서는 특히 아이들이 경쟁에 내몰려 사교육에 의존할 수 밖에 없고, 선행학습을 비켜갈 수 없는 현실적 문제에 대한 학부모들의 고민이 쏟아져 나왔다.

따라서 '영어-수학' 사교육으로 빠져 나가는 학생들을 공교육에서 잡아줄 것을 요구했으나, 이를 바라보는 양성언 교육감의 시각은 달랐다.

학부모들은 방과후 학교에서 영어와 수학 등 교과 프로그램 개설을 요구하는 반면, 양 교육감은 이를 지양하되 특기적성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 학부모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 학원 대체하지 못해"

동광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안선영씨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제주교육이 가진 문제점을 짚어냈다. 특히 사교육으로 인해 생기는 각종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동광초 학부모 안선영씨. <헤드라인제주>

안씨는 "제주도교육청에서는 학교에서의 일반 교육과, 사교육 근절을 위한 대책인 방과후 수업이라는 두 가지 제도를 추진하고 있는데, 방과후 수업 제도 시행 후에도 사교육이 눈에 띄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이유를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또 가정 경제가 어려워져도 줄어들지 않는 사교육에는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질의했다.

"사교육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은 수학과 영어에 집중돼 있다"는 답을 제시한 그는 "하지만 현재 초등학교에서의 방과후 수업에는 학원을 대체할 만한 교육프로그램이 그렇게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안씨는 "설사 교육청 영재가 됐다고 해도 그 수업에서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그것을 보충해 줄 사설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많다"며 "교육청에서 영재를 발굴해 키우겠다는 좋은 취지가 이제는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지나친 욕심으로 왜곡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따라서 그는 방과후 교육활동을 좀 더 다양화하고, 영어와 수학에 대한 심화프로그램이 개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씨는 "모든 초등학교에 특기적성 프로그램 일변도로 개설돼 있는 방과후 교육활동을 좀 더 다양화함은 물론, 교과 프로그램이나 영어, 수학, 과학 등에 대한 심화 프로그램 개설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 "현재 교육과정으로는 사교육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이어 화북초등학교 김영환 운영위원장도 사교육 등 선행학습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그는 "평소 사교육이 우리 아이들을 공부 잘하는 아이로 만들어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러한 생각을 끝까지 고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현실은 소위 특목고를 가지 못하면 우수한 학생, 소위 인재라고 말하기가 쑥쓰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화북초등학교 김영환 운영위원장. <헤드라인제주>

일반적인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서는 특목고에 입학하기가 불가능해 어쩔 수 없이 선행학습 등 사교육에 기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선행학습만이 학생들을 우리나라의 인재로 키울 것인가 하는 측면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선행학습으로 초등학교 5.6학년 때 중학교 과정을 익히고, 중학교 때 고교과정을 익히는 아이들이 인재가 되고, 그런 아이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경쟁만을 생각하는 아이들이 다른 동료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참으로 염려스럽다"고 우려했다.

# 양 교육감 "방과후 학교 교과 프로그램 개설은 지양"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방과후 학교에서 영어와 수학에 대한 프로그램을 개설해 달라는 주문에 양성언 교육감은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양 교육감은 "요즘 방과후 학교가 국영수로 흐르는 경향이 있는데, 앞으로는 이 방향을 고쳐서 '1 학생-1 악기 다루기' 등 비교과적인 것에 신경쓰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과후 학교의 경우 '수익자 부담' 원칙이라는 점을 분명히 함과 동시에, 프로그램 개설에 대한 책임은 일선 학교 측에 있다고 강조했다.

양 교육감은 "방과후 학교는 원칙적으로는 수익자 부담 원칙으로, 그 프로그램은 학교에서 선택하는 것"이라며 "일부 학교에서 백화점식으로 운영하면서 운영비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데, 그렇게 하지 말고 취사 선택해 중점적으로 운영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양성언 제주도교육감. <헤드라인제주>

현봉추 제주도교육청 교육복지과장도 "초등학교의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중 85%가 특기적성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초등학교에서의 교과 프로그램 운영은 지양하려 한다"고 말했다.

현 과장은 "선행학습이나 암기위주, 문제풀이식 프로그램에 학생들의 수요가 많은 것은 맞지만, 그런 것은 지양하되 능력과 흥미, 창의성 신장에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 "초보 부모 위한 교육기회 확대돼야...체육시설 교체도 시급"

이 밖에도 다양한 요구 사항들이 쏟아져 나왔다. '유아교육'에 초점을 둔 박전해 제주도 농아복지회관 관장은 "저출산이나 한자녀 현상 등으로 결여되기 쉬운 배려, 공동체 의식에 대한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면 한다"며 "이와함께 초보 아빠나 엄마들을 위한 부모교육의 기회를 확대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 "유아에게 양질의 교육환경을 보장하기 위한 재정 지원이 더욱 확대돼야 함은 물론, 유아교사의 처우 및 근무여건 개선도 절실하다"며 "사립유치원에 대한 확대지원이 이뤄질 때 진정한 유아교육의 기회 균등과 질 높은 교육이 보장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성언 교육감의 도민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도교육청 간부들이 학부모들의 질의에 대해 답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학교 내의 낡은 체육시설에 대한 교체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고경찬 중앙초등학교 운영위원장은 "체육시설들의 부식 방지를 위해 페인트칠이 돼 있었지만 이어진 용접부분에는 녹이 슨 곳도 보여 체중이 무거운 아이들인 경우 다칠 수도 있다"며 "낡은 체육시설을 과감하게 양질의 시설로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양 교육감은 "낡은 체육시설은 중앙초 문제만이 아니고 귀한 생명이 다칠 수도 있기 때문에 불안한 시설이 있다면 즉각 교육청에 알려주기 바란다"며 "그렇게 하면 수선하든지, 교체하든지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양성언 교육감은 오는 23일 동녘도서관에서 제주시 조천읍, 구좌읍, 우도면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도민과의 열린 대화'를 갖고 교육정책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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