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글쎄 4km를 걸어서 학교 가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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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글쎄 4km를 걸어서 학교 가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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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언 교육감 '도민 대화', 학부모들 열악한 환경 호소
"버스 한번 놓치면 4km 걷기"...양 교육감 "예산이 문제"

제주시 동(洞)지역 중심부와 차량 편으로 약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서귀포시 표선면, 남원읍, 그리고 성산읍.

1시간 내로 왕래할 수 있는 거리이지만, 이 지역 학부모들이 '교육'에 대해 느끼고 있는 상대적 거리감은 '1시간'에 견줄 바가 아니었다.

그 '거리감'은 통학버스가 없어 4km를 걸어서 등하교 하는 점, 인턴교사가 읍면지역 학교 근무를 기피하는 점 등 제주시 동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교육 여건에서 생겨났다.

16일 오후 2시 표선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진행된 양성언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의 '도민과의 열린대화-제주교육에 바란다'에서는 서귀포시 읍.면지역 학부모들이 교육에 대해 느끼고 있는 현실적 고민들이 쏟아져 나왔다.

양성언 교육감의 '도민과의 열린 대화'가 표선고 체육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양성언 교육감의 '도민과의 열린 대화'가 표선고 체육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이날 도민과의 열린 대화에는 서귀포시 읍면지역 학교의 운영위원장, 학부모 등이 참석한 가운데 양 교육감에게 정책제안과 함께 질의응답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도민과의 대화에서는, 학생 수와 인구가 많은 제주시 동지역에 비해 이곳 서귀포시 지역의 경우 상대적으로 교육 여건이 뒤떨어져 있다는 불만이 주류를 이뤘다.

학부모들은 특히 농산어촌의 교육 여건을 제주시 동지역과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 올릴 수 있도록 예산 및 정책을 지원해줄 것을 요구했다.

# "버스 놓치니까 인도도 없는 4km를 걸어서 등하교 하더라"
 
먼저 발언에 나선 나재진 흥산초등학교 운영위원장은 읍면지역 학생들이 겪고 있는 교통 불편에 대한 불만을 털어 놓았다.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 2리의 경우 마을과 학교 간 통학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는 오전과 오후 한 시간 간격으로 각 두 편 밖에 배정돼 있지 않다. 버스를 놓친 아이들은 4km 정도의 인도도 없는 위험한 길을 한 시간 이상 걸어서 등하교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는 "이에따라 일부 주민들은 자녀들이 학교에 무사히 오고 가는지 항상 마음을 졸이고, 급기야 보다 나은 교육환경을 찾아 마을을 떠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나재진 흥산초등학교 운영위원장이 질의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김영옥 표선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자모회장이 질의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김영옥 표선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자모회장은 교통 불편 가운데서도 특히 병설유치원에 다니는 영.유아 자녀를 둔 학부모 입장에서 불편함을 토로했다.

그는 "병설유치원 입학생이 부족한 이유는 유아들이 없어서만이 아니라, 사립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입학을 선택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라며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경우 통학버스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야말로 유치원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버스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 그는 "학교가 상대적으로 가까운 도심지에서는 통학버스 선호도가 미미하지만, 농산어촌에서는 동네별 통학 거리에 따라 통학버스 선호도가 절대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병설유치원마다 버스를 확보한다는 것은 어림도 없겠지만, 현재 형편에서 지원해줄 수 있는 묘안을 찾아달라"고 주문했다.

# 양 교육감 "교통 불편 공감하지만, 문제는 예산"

읍면지역 교통 여건을 개선해 달라는 요구에 대해, 양성언 교육감은 이에 공감은 하면서도 예산 형편상 당장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 교육감은 "통학버스 문제를 겪는 곳은 이 곳 뿐만이 아니라 약 20 군데가 있다"며 "돈이 있으면 모두 지원하고 싶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 돈이 문제"라고 말했다.

양성언 교육감이 학부모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그는 "모든 유치원과 학교에 통학버스를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운전원 정원 확보와 인건비, 차량 구입 및 운영비 등 현실적으로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많다"며 "여러 사업 중에 우선 추진해야할 사업이 많기 때문에 차량 지원은 이런 관계로 현재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명 같지만 그런 것(학부모들의 요구)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여러가지 방안을 놓고 계속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 "인턴교사들, 거리 멀어서 농촌에 안 온다"

계속된 도민과의 대화에서 황미경 표선중학교 학부모회장은 농산어촌에서도 도시에 못지 않게 교육을 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을 마련해줄 것을 교육 당국에 요구했다.

그는 "농산어촌의 교육 여건이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도시에 비해 열악한 점이 많다"며 "농산어촌에서도 도시에 못지 않게 자녀를 잘 교육시킬 수 있다는 것을 학부모들이 확신할 수 있도록 교육청에서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정책 제안을 하고 있는 황미경 표선중학교 학부모회장. <헤드라인제주>
양성언 교육감의 '도민과의 열린 대화'가 표선고 체육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정규 교사가 아닌 인턴 교사의 경우 농산어촌 근무를 기피해, 결국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오창익 위미중학교 운영위원장은 "교육청에서 지역 간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가끔 농촌의 환경을 도시와 똑같이 보는 경향이 있다"며 인턴교사 문제를 끄집어 냈다.

그는 "학교에서 인턴교사를 선발하지 못해 고민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며 "도시와 똑같은 수당을 주면 누가 농촌으로 오겠나? 교통비를 준다 해도 왕복 2시간이 낭비돼 아무도 지원하지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당연히 학생들이 그 피해를 보게 된다"고 토로한 그는 "지역적 환경을 고려해 지원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소규모 학교 통폐합, 경제논리 접근 안돼"

소규모 학교 통폐합과 관련해 경제논리에 의한 통폐합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법수 동남초등학교 운영위원장은 "농어촌지역인 이곳은 해마다 학생 수가 크게 감소해 존폐 위기에 놓인 학교가 많아지고 있다"며 "지금까지 성산읍과 표선면 지역에 학교가 통폐합된 마을은 젊은 사람들이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질의에 교육청 간부들이 답변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그는 "경제논리에 의한 학교 통폐합도 중요하지만, 소규모 학교로서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서 마을과 학교를 함께 살릴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양성언 교육감은 "학교 통폐합은 나쁜 것만은 아니"라며 지역주민들의 이해를 구했다.

양 교육감은 "해마다 초등학생들이 2000명씩 줄어들고 있어 학교를 살리는데는 한계가 있다"며 "학교 통폐합을 나쁘게만 보지 말고 아이들의 앞날을 걱정하는 차원에서 결단을 내려 달라"고 말했다.

한편 양 교육감은 오는 21일 제주학생문화원 대극장에서 제주시 학부모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주시 지역 첫번째 도민과의 대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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