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마다 '공사중'...'공사중'..."이거 짜증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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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마다 '공사중'...'공사중'..."이거 짜증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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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꽉 막힌 도로 "도대체 공사현장이 몇 군데야?"
도로 구간마다 '공사 중'...차량 운전자 '볼멘소리'

도로가 가장 많이 개설돼 있고 포장율이 높기로 정평이 난 제주.

그러나 제주는 지금도 연중 도로공사가 진행 중이다. 가는 곳마다 멀쩡한 도로는 찾아보기 힘들고, 구간마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8일 오후 제주시 화북동을 출발해 제주공항으로 가던 시민 김모씨는 정체된 도로상황이 곤혹스러웠다.

평소라면 도로가 막힐 일이 없었을 낮시간, 김씨는 차량 정체의 이유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도로공사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게 됐다.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건입동의 한 골목길. <헤드라인제주>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일도2동의 한 골목길. <헤드라인제주>

그가 차량을 운행하던 시간대에만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 앞, 제주동초등학교 앞, 동문로터리, 서문로터리, 용담로터리 인근, 용두암 입구까지 무려 6군데에서 동시에 공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김씨는 "그나마 제주도민들이야 불편을 이해하겠지만, 비행기 시간이 급한 관광객들의 불편은 어쩌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제주도정 인터넷홈페이지 <제주도에 바란다> 코너를 통해 이에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그는 "공사를 발주한 책임자들이 직접 이 길에서 차량을 운행해 보면 알 것"이라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 공사로 인해 제기되는 민원만 20-30건

사실확인 결과 김씨가 맞닥뜨린 공사현장은 크게 하수관거 공사와 일반 도로공사 현장들이었다.

그중 첫번째가 '제주시 동지역 하수관거정비 임대형민자사업'이었다.

제주도 수자원본부 주관아래 BTL사업으로 지난해 5월부터 오는 2013년 1월 31일까지 진행되는 하수관거 정비공사는 하나의 관으로 흘러 들어갔던 '우수'와 '오수'를 따로 분류하기 위해 각 가정마다 하수관을 추가하는 사업이다.

사업이 완료되면 기존의 하수관은 '우수관'으로 사용되고 새로 추가되는 하수관은 하수처리장으로 직접 연결되는 '오수관'으로 사용될 계획이다. 대상지역은 일도1.2동, 건입동, 이도2동의 5680가구로 약 224만7000㎡ 면적에 하수관을 새로 매설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공사가 동시에 이뤄지는 통에 지역주민을 비롯한 시민들이 통행은 물론 차량 운행에 불편함을 느낀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약 5개업체가 참여한 공사는 6개 공구로 나뉘어져 1공구당 4개팀이 각각의 구역을 맡아서 공사를 진행한다. 그러다보니 20~24개 지역에서 동시에 공사가 이뤄지는 것이다.

공사지역의 주요 도로변과 일대 골목의 도로가 파여져 있어 교통이 원활하지 못해 특히 차량 통행자들이 많은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하수관거 매설 공사는 끝났으나 파인 도로의 포장이 제대로 돼있지 않은 경우도 허다하다.

20여개의 팀이 동시에 진행하는 하수관거 사업의 속도를 도로포장 수주 업체가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그러다보니 공사를 이미 끝낸 지역의 도로도 공사현장을 방불케 한다.

제주도 수자원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 공사로 인해 하루에 제기되는 민원만 20건에서 30건에 달한다고 한다.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건입동의 한 도로변. <헤드라인제주>
공사가 끝난 후에도 도로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다. <헤드라인제주>

# 일반도로 공사도 153개 노선서 진행 중...끝이 보이지 않는 공사

하수관거 설치공사는 어쩔 수 없이 꼭 할 수밖에 없는 사업이라고 치더라도, 일반 도로공사 현장도 문제다.

제주에서 현재 개설된 도로밀도를 보면 ㎢당 1.73km로 전국에서 1위다. 인구대비 도로연장에 있어서도 제주가 1000명 당 5.73km로 강원도에 이어 2위다. 도로포장율은 83.8%로 경기도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도로 보급율은 전국 최고수준에 이르고 있으나, 현재 벌려놓은 도로공사만 수도 없다.

현재 건설 중인 신규 도로사업 구간만 153개 노선.

올해의 경우에만 1757억원이 투자돼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기존 도로의 보수공사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신규 도로개설은 그렇다 하더라도 이미 개설돼 있는 주요도로의 보수공사가 곳곳에서 이뤄진다. 그야말로 짜증 투성이다. 

현재 용담로터리 인근에서 이뤄지고 있는 도로공사는 제주시가 발주한 '서초등학교 주변 어린이보호구역 정비공사'다.

동문로터리 인근에서 이곳까지 차량을 몰고 온 운전자의 경우 내내 거북이 걸음으로 느릿느릿 패달을 밟을 수 밖에 없는 모습이다.

제주시가 발주한 '제주서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 정비공사' 현장. <헤드라인제주>

# "너무 이곳저곳 벌려 놓기만 했다" 볼멘소리

건입동 도로에서 만난 택시 운전기사 황모씨는 "요즘에는 이 동네만 오면 운전하는 것이 영 성가시다"고 말하면서 "평소에는 한번에 받던 신호도 2~3번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황씨는 "나도 그렇지만 다른 운전자들도 짜증이 났는지 차가 막히는 교차로에서 앞 차량이 빨리 가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경적을 울리더라"고 전했다.

또 그는 "운전하는 사람들이야 다 알겠지만, 포장되지 않는 도로를 달리는 것도 좀 신경쓰이는 일이 아니다"라며 "웬만하면 요철위로는 달리지 않으려다보니 차선을 넘나드는 차량들도 많다"고 말했다.

건입동의 한 주민은 "이 근처에서만 한달이 넘게 공사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 동네는 요즘 골목골목마다 도로가 파이지 않은 곳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여기저기서 공사를 벌려놓을 것이 아니라 한군데 공사가 끝나면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차례차례 해나가는 것이 좋지 않겠나"라는 견해를 드러냈다.

# 해도해도 끝이 없는 공사...제주는 '공사 중'

주민들의 이같은 민원에도 행정은 어쩔수 없다는 입장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우리도 구역별로 하나하나 공사하고야 싶지만 그렇다보면 예정된 기간안에 공사를 완료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13년 1월까지 공사를 마쳐야하는데, 지금도 시민들이 공사 좀 빨리 끝내라고 아우성인 상황에서 공사일정이 더 늦춰진다면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히려 공사업체나 인부들은 공사를 빨리 끝내고 싶어서 오전 8시 이전부터 공사를 하려하는데 출근길에 공사하지 마라, 자는데 시끄럽다는 등의 이유로 시민들이 못하게 막는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그는 "지금으로서는 최대한 공사를 빠른 시일내에 끝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최대한 공사시일을 앞당기고 포장전문 업체도 효율적으로 운영해 교통문제를 줄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문제는 해도 해도 끝이 없다는 것.

제주특별자치도는 도로사업에 있어 앞으로 신규 개설을 가급적 자제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현재 발주됐거나 계획된 공사만 하더라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여서, 공사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곧 다가올 여름 관광시즌에 관광객들은 '공사 중'인 제주에 불편을 느끼지는 않을까.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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