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서 절반을 넘어 태백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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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서 절반을 넘어 태백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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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강명균 / 백두대간 종주 제주팀

강명균 / 백두대간 종주 제주팀. <헤드라인제주>
어느새 절반을 넘었다. 2007년 11월, 지리산 천왕봉을 시작으로 첫 발을 내 디뎠던 '백두대간 종주'라는 대장정의 길이 소백산 구간을 넘어서면서 62%를 달성했다.

'10년이면 되겠지'하고 무모하게 덤빈 것에 비하면 엄청난 수확이다. 특히, 길지 않은 다리, 풍부하지 않은 폐활량, 둔한 운동신경, 약간의 고소공포증을 갖고 있는 나에겐 기적과 같은 일이다.
 
한반도의 등줄기인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진 분수령이 연속된 산줄기다. '백두'는 백두산(白頭山)의 '백'자와 지리산의 다른 이름인 두류산(頭流山)의 '두'자를 따서 붙인 것이며, '대간'이란 '큰 산줄기'를 의미한다.
 
백두대간의 전체 도상 거리는 약 1,615㎞이다. 이중 우리가 도전하고 있는 남한구간 즉, 지리산 천왕봉에서 향로봉까지의 구간은 약 680㎞에 달하며, 실제 걷는 거리는 1,257㎞이다. 하루에 8~9시간씩 걷는 다면 59일이나 걸리는 거리이다. 제주도에 사는 직장인들이 1년에 3~4회(한번에 3박 4일 정도) 휴가를 받아서 종주한다면 8~9년 걸리는 거리.
 
우리 종주팀은 지리산, 덕유산, 속리산, 소백산권을 넘어 태백산권인 도래기재까지 773㎞를 완료하였다.

가끔은 엄청난 눈보라도 헤치고, 우비를 입어도 속옷까지 젖을 정도의 빗속도 걸었다. 동서남북을 분간하기 힘들 만큼 짙은 안개도 만났다. 길을 잃어 비탈진 계곡에서 배고픔과 추위도 잊을 만큼의 공포에 떨며 밤을 꼬박 새우고 동튼 새벽에 탈출한 적도 있다. 끝이 안 보이는 암벽에 매달린 밧줄에만 의지하여 내리고 오르던 기억도 또렷하다.
 
한여름 밤, 밝은 달빛을 쫒아 걸을 때는 '꿈 많은 소년'이 되고, 곧 넘어갈 것 같은 숨을 참으며 높고 가파른 봉우리에 올라서 탁 트인 경관을 볼 때는 '풍류시인'이 된다. 오솔길처럼 평탄한 능선 길을 걸을 때는 자연스레 콧노래가 흥얼거리는 '범부'가 되기도 했다가, 다시 계곡이 깊어지면 내린 만큼 올라야 함을 알기에 자연에 순응하는 겸손한 '양'이 되기도 한다.
 
대간 길은 산과 산이 이어지는 만큼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의 연속이다. 크고 작은 수많은 봉우리들이 어깨동무하고서 골짜기를 품고 있고 강물과 악수하고 있다. 이 곳에 한민족의 정기가 있고 우리네 인생이 있는 것이다.
 
어느 TV 예능프로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내리막길, 오르막길'을 노래하며 인생길을 논하는 모습을 볼 때 나도 모르게 코웃음이 나오는 것은 아직도 내가 닦아야할 도(道)가, 아직도 타야하는 대간 길이 많이 남아 있음인가.
 
'오르막길은 어렵고 힘들지만 그 길은 인간의 길이고 꼭대기에 이르는 길이다. 오르막길을 통해 뭔가 뻐근한 삶의 저항 같은 것도 느끼고 창조의 의욕도 생겨나고 새로운 삶의 의지도 지닐 수 있다. 오르막길을 통해 우리는 거듭 태어날 수 있다. 어려움을 겪지 않고는 거듭 태어날 수 없다'고 하셨던 법정스님의 글귀(산에는 꽃이 피네)가 맘에 드는 것을 보니 그새 산 맛을 좀 알게 된 것일까.
 
우리 종주팀은 매번의 기록을 다음카페 '백두대간 제주', (http://cafe.daum.net/climbjeju)에 차근차근 기록하고 있다. 완주 후 조그마한 책자라도 만들 욕심으로 꼼꼼히 사진과 자료들을 올리고 있다.
 
얕잡아 보면 고난을 주고, 체력을 키우지 않으면 거부하는 '산'인 줄 알기에 항상 겸손하고 단련하면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한발 한발 남은 구간 종주에 임할 것이다.

<강명균 / 백두대간 종주 제주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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