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들을 사랑하는 기관들이 제주에 있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의 기쁨이요 제주의 미래가 되는 아동들에게는 소중한 일이 될 것이다. 제주지역에 있는 아동시설 중 6개 단체가 이처럼 아이사랑협의회를 조직하고 취약아동들의 아픔을 가슴에 담아내려고 하고 있다. 아동들이 건강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서 뿌듯한 마음을 느낀다. 아동인권을 보장하는 데 생각을 같이 모을 수 있는 사람들과 기관들이 있어서 감사하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 21세기 화두
21세기의 최대 화두는 단연 인권이다. UN은 2005년 3월에 발표한 UN개혁안을 통하여 21세기 UN의 비전으로 '개발ㆍ안보ㆍ인권'을 선포하였다. 21세기 UN의 비전을 하나로 말하면 '인권'이다.
아동인권은 아동의 권리와 동의어로 아동이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를 말한다. 권리는 타인의 개인적ㆍ집단적 권리와 충돌될 수 있으므로 다른 사람과의 균형이 필요하다. 권리는 보호받아야 하며, 보호해야 하는 책임을 가진 주체가 존재한다. 성인뿐만 아니라 아동에게 있어서 교육받는 것은 그 자체가 곧 권리이다
국제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아동인권에 대한 관심과 그 정립을 위한 움직임의 확산은 1989년 '아동의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을 낳게 되었고, 우리나라도 1990년 서명, 1991년에 비준했다.
# 왜 아동인권이어야 하는가?
아동권리협약은 무차별의 원칙(제2조), 아동 최선의 이익원칙(제3조), 아동의 생존ㆍ보호ㆍ발달보장원칙(제6조), 아동의 의사존중원칙(제12조)을 기본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이들 원칙에 근거하여 아동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함을 권고하고 있다.
첫째, 아동권리협약에서 제시하고 있는 아동 최선의 이익 원칙은 공공 또는 민간 사회복지기관, 법원, 행정당국, 또는 입법기관 등에 의하여 실시되는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에 있어서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아동의 생존ㆍ보호ㆍ발달보장원칙은 아동의 생존 및 보호와 발달을 보장하기 위하여 국가는 최선의 환경을 제공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아동의 의사존중원칙은 아동에게 영향을 주는 사항들은 아동의 관점에서 고려되고 결정되어야 하며 아동 자신의 의사가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사회복지 실천영역에서는 아동의 권리와 관련해서는 복지권에 입각한 서비스 활동만이 이루어져 왔고, 자유권에 입각한 활동들은 크게 부족했다. 복지권의 행사가 궁극적으로 자유권을 행사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아동의 권리가 기본적인 삶에 요구되는 최소한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복지권의 행사에 그친다면, 아동을 권리의 주체로서 간주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왜 아동인권이야 하는가? 아동은 존엄한 인간으로서 권리를 가지고 있는 권리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현재 아동의 권리는 권리의 주체로서 권리를 행사하는 자기결정권과 같은 적극적인 자유권을 포함하여 참여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므로 아동인권 인식은 매우 중요하다.
아동인권 인식 높이기 방안을 국가, 지역사회, 시설운영자와 종사자, 당사자인 아동의 역할 순으로 생각해보려고 한다.
# 국가의 역할
1) 현실성이 있는 인권교육
아동복지법과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최소한의 아동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이다. 아동복지시설의 시설장과 종사자는 아동의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의 내용을 잘 모르고, 이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적도 없으며, 아동이 인권침해를 받을 때 구제받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잘 알려주지 못한다는 보고가 있다.
아무리 좋은 법이 있고 협약이 있을지라도 시설종사자와 아동에게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알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아동복지시설 인권평가지표 개발연구와 함께 교육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이명묵(2010)의 사회복지사 인권의식 조사에 의하면 한국 사회복지사의 인권의식 수준을 다른 집단(인권전문가, 인권.시민단체관계자, 일반국민)과 비교했을 때, 일반국민보다는 좀 더 인권 성향적이고 인권.시민단체관계자보다는 어느 정도 차이가 나면서, 인권전문가에 보다 근접하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고명석(2008)은 사회복지생활시설 종사자의 인권의식에 관한 연구에서 담당공무원의 전문성 부족 등이 시설운영자나 종사자의 업무에 스트레스를 가중시킴으로써 시설생활인에게 발생되는 인권침해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국가는 현실성 있는 인권교육을 해야 한다. 공무원, 시설운영자, 종사자 뿐만 아니라 아동에게도 체계적인 인권교육을 해야 한다. 학교 정규과정에도 인권교육을 포함시켜야 하고 사회복지사 자격과 관련해서도 인권교육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해야 한다.
2) 행정편의주의가 아닌 아동인권 시각의 서비스 제도 마련
정부는 프로그램을 통한 아동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 행정을 통한 서비스체계를 만들어 평가하고 있다. 평가를 통해서 서비스의 질이 나아진 점도 있고 공공성이 확보된 점도 있다. 하지만 평가의 대부분은 평가를 위한 평가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평가 과정에서 보면 아동복지시설 종사자들을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 있게 만들고 있다. 오래 앉아 있을수록, 아동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적게 가질수록 평가 점수가 높게 나오는 경향이 다분하다.
프로그램을 통한 아동서비스는 어떠한가? 많은 프로그램들은 제대로 검증되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실제적으로 프로그램 활동은 아동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위기가정의 아동들에게 있어서 프로그램과 기타 교육보다 우선시되어야 할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는 것이다. 아동들에게는 부모님의 빈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함께 말을 섞고 숨을 고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교육을 강화할지라도 사회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더 복잡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동인권 시각으로 볼 때 아동복지시설의 서비스는 행정편의주의가 아닌 아동인권 시각의 서비스로 변화되어야 한다.
3) 아동인권 평가지표 개발
아동복지시설을 이용하는 아동의 인권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가 만들어져야 한다. 인권평가지표는 아동복지시설에서 인권의 수준을 점검할 뿐만 아니라, 아동복지시설이 인간다운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할 때 자기성찰의 계기가 된다.
아동복지시설 인권평가지표는 첫째, 아동복지시설 인권평가지표는 아동복지시설 아동의 인권을 측정하는 척도이고 서비스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다. 둘째, 아동복지시설 인권평가지표는 시설아동의 인권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지표로 활용된다. 셋째, 아동복지시설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하고 발전방안을 모색하는데 도움이 된다. 넷째, 아동복지시설 인권평가지표는 시설의 운영자와 근무자에게 인권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구체적인 인권교육의 내용을 성찰할 계기를 준다. 다섯째, 아동복지시설 인권평가지표의 개발은 아동, 노인, 장애인, 부랑인 복지시설의 생활자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인권평가지표를 개발하는데 선례가 될 것이다.
4) 사회복지사의 임금개선 방안 마련
아동복지시설에서의 아동 인권문제는 그 특성상 일반아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권적 요구보다 효율적인 시설의 운영이 우선시 될 수밖에 없다. 다수의 아동을 위한 규칙과 정해진 일과와 프로그램운영으로 인한 아동복지시설의 아동들은 개별적인 선택의 기회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또한 아동복지시설을 운영하는 종사자들은 과중한 업무와 이로 인한 직무소진, 직무스트레스로 인하여 아동에 대해 개별적이고 자율적인 태도로 임하기보다는 권위적이고 통제적인 실천유형을 보일 수밖에 없어 직무와 관련한 만족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경향을 보인다.
사회복지사들은 직무환경인 근무조건과 처우에 만족을 느낄 때 열정을 가질 수 있고 아동에게 최상의 서비스와 아동인권 시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고명석(2008)과 현영렬(2009) 등은 사회복지시설 같은 휴먼서비스 분야에서 종사자의 처우와 업무환경은 생활인(아동포함)에 대한 서비스의 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인권침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한다. 시설종사자들의 임금 수준을 사회복지전담공무원 수준으로 상향시키는 임금개선 방안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어 시행되어야 한다.
# 지역사회의 역할
1) 아이사랑협의회의 효율적인 자원 활용을 위해 상호 공조체제
먼저 가지고 있는 인프라를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상호연대활동은 각 기관의 취약점과 강점을 파악할 수 있기에 자원 활용의 유기적 연대가 가능해진다. 더불어 필요한 자원이나 활동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으므로 함께 고민할 수 있다. 때론 대정부를 상대로, 지방정부를 상대로 하는 아동들의 권익을 위한 활동을 전개해 나갈 때도 힘을 같이 할 수 있다.
2) 지역사회의 연대의식을 고취
지역사회 내에 있는 사회복지기관과 시민단체와 도의회가 아동의 권익을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민과 관이 함께 아동인권을 보장하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3) 통합사례관리 체계 구축을 위한 통합네트워크 센터 구성
지역사회 내 지역아동센터와 협의회, 아동보호전문기관, 종합사회복지관, 가정위탁시설, 보육원, 청소년문화센터, 청소년쉼터, 건강가정지원센터, 장애인복지관, 정신보건센터 등 사회복지서비스기관들과 통합네트워크 센터를 구성하여 통합사례관리체계가 만들어 져야 한다.
# 시설운영자와 종사자의 역할
1) 인권프로그램의 개발과 종사자들의 인권감수성 향상
국가인권위원회가 지원하는 2009년 인권교육 프로젝트는 아동의 인권을 향상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보급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아동이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아동과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교사들이 아동의 권리에 대한 어떤 관점을 지니고 어떻게 생각하며 무슨 행동을 해야 하는 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권교육 프로그램의 효과성을 알아보는 연구에서 교사의 변화를 유도한다는 인권교육의 가치와 이념을 받아들였을 때 프로그램의 효과가 나타났다는 결과가 있다. 인권교육, 평화교육, 폭력예방교육의 중요한 전제는 단순히 아동만을 변화시키기보다는 아동을 둘러싼 가정, 학교, 지역사회 양육환경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인권감수성 향상 프로그램의 장기적인 개발과 함께 종사자들의 프로그램 참여를 통한 인권감수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직접서비스의 공급자인 종사자의 인권감수성 향상은 아동인권 시각의 서비스의 촉매제역할을 한다. 시설운영자와 종사자의 인권감수성 향상은 아동인권 인식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다.
2) 시대를 공감하며 아동 껴안기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는 전통적으로 유교사상이 민족정서의 저변에 깔려있다. 질서의식과 권위의식이 가정과 사회 속에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내재되어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부모님에 대한 호칭은 아버님, 어머님에서 아버지, 어머니로, 이제는 아빠, 엄마로 변화하고 있다. 선생님에 대한 호칭은 어떤가? 스승님에서 선생님으로 이제는 쌤으로 변화하고 있다. 시대의 변화와 흐름에 맞춰 민족적 정서도 변화하고 있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그렇다면, 아동인권 시각에서 부모님과 교사는 어떤 분이길 원할까?
소금에 절인 배추처럼, 권위의식이 사라진다면, 아버지가 아닌 아빠, 어머니가 아닌 엄마, 선생님이 아닌 쌤으로 남아주길 원한다. 아빠로, 형이나 오빠로, 때론 친구로 서로의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관계를 원한다. 마음의 고충을 마음껏 털어놓을 분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화 이후 경제발전으로 인하여 부모들은 바빠지기 시작했다. 아동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거나 없어지고 있다. 더군다나 가정의 해체 등의 위기 아동들에게는 함께 생각을 공유할 가족공동체가 없어졌다.
그렇다면 이러한 아동들에게 있어서 아동복지시설은 가정의 대안이요. 가정의 기능을 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시설종사자들은 교사로서 역할뿐만 아니라 멘토의 역할수행을 해야 한다. 아빠와 친구, 쌤의 역할은 위기에 내몰린 아동들에게 따뜻하고 안정된 정서를 갖게 만든다.
# 아동의 역할
1) 아동의 참여를 통한 긍정적 효과 만들기
아동은 참여를 통해 긍정적 자아존중감(self-esteem)을 형성할 수 있다. 자아존중감이란 자신이 느끼는 자신의 가치에 대한 판단으로, 아동의 행동이나 말, 생각에 대한 외부의 평가와 유능감의 지각을 통해 발달한다. 아동은 스스로 결정할 기회가 주어질수록, 가지고 있는 정보를 조직하고 이에 근거하여 실행가능성이 높은 결정을 하게 된다. 아동 참여권은 아동은 친사회적인 행동으로 사회의 변화를 이루어 낼 수 있다. 성인과는 다른 아동의 관점이 사회의 또 다른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가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의사결정과정에 아동을 참여시켜야 한다.
2) 권리의 주체로서의 역할하기
아동 참여권은 유엔아동권리협약(이하 협약) 총 54개 조항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아동의 권리를 명시하는 조항이다. 우리나라는 1991년 협약에 비준함으로써 아동의 참여권 이행 노력에 동참하였다.
북유럽의 나라들은 아동이 일상생활과 학교 및 지역사회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책을 제시한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다.
아동의 참여권에 관한 아동과 부모의 인식에 관한 연구에서 아동의 참여권에 대하여 아동이 가장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 하위역역은 자신의 견해가 존중받을 권리였으며, 문항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 문항은 성인이 모든 아동의 의견을 진지하게 듣는 것과 아동 자신과 관련된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성인과 사회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동자치회의 활성화를 통한 아동참여권의 보장은 아동이 권리주체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것과 같다. 자신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말하고 다른 아동의 생각을 들어보는 것은 서로 다른 가치관과 생각에 대해 원만한 이해를 하는 것을 돕는다. 또한 차이를 넘어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내는 능력을 배양함으로써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주역으로 자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게 된다.
# 마치면서
아동인권은 시설운영자와 시설종사자의 눈높이에 맞춰진다. 금번 아이사랑협의회세미나를 통해 우리의 아동인권 인식이 조금은 높아지리라는 기대를 해본다. 이제는 조금씩 아동인권 시각으로 세상을 보도록 하자.
먼저, 아동은 자신에게 어떤 권리가 있는지, 자신들의 권리를 옹호해주는 어떤 규정들이 있는 지를 잘 알지 못한다. 아동권리협약의 제42조에 "당사국은 이 협약의 원칙과 규정을 적절하고 적극적인 수단을 통하여 성인과 아동 모두에게 널리 알릴 의무를 진다"고 밝히고 있으나, 아직 아동을 단순한 보호의 대상인 약자로 인식하고 아동들에게 권리가 있음을 알리려는 노력은 아주 미미하다. 이제부터 아동에게 알권리를 보장하고 아동인권 시각으로 시설운영과 아동서비스를 하도록 하자.
끝으로, 아동자치회의 활성화를 통한 표현의 자유와 의사결경의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아동이 아동복지시설의 운영과 프로그램의 계획과 진행, 평가에 직접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가령, 시설의 임대료를 내는 곳은 아동자치회를 통해 현실적 문제를 함께 고민하게 하고 일일찻집, 후원의 밤 등을 통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함께하고 과업의 성취감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아동에게 참여권을 행사할 수 있는 폭넓은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아동인권 시각으로 참좋은 세상을 만들어 가도록 하자.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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