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기밀' 도지사에게 누설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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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회 기밀' 도지사에게 누설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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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전 의장 제주포럼C 대담, 도의회 인사권 문제 언급
"국민희망포럼은 순수봉사단체...해군기지 문제 가슴 아프다"

"의회 인사권이 도지사에게 있으니 공무원이 의장 말 듣겠어요? 중요 정보가 누설되는 경우도 있었죠."

25일 오후 7시 제주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열린 제주포럼C(상임공동대표 고희범)의 <선배에게 길을 묻다> 여섯 번째 대담자로 김용하 전 제주도의회 의장이 초청됐다.

"타의 70%, 자의 30%로 정치에 발을 들여 놓았다"고 밝힌 김 전 의장은 제7대 도의회 당선을 시작으로 제8대 의회에서는 후반기 의장을 지냈다.

제8대 도의회 의장을 끝으로 정계에서 물러나 지금은 농사를 지으며 생활하고 있다는 그는 '도정과 의회, 긴장과 협력의 기로에 서서'라는 대담 주제와 관련해 지난 8년 간의 의정 생활 등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김용하 전 제주도의회 의장. <헤드라인제주>
제주포럼C는 25일 '선배에게 길을묻다' 대담자로 김용하 전 제주도의회 의장을 초청했다. <헤드라인제주>

우선 도의회와 도정 간의 관계에 대해 "지방자치법상 기본적으로 도정과 지방의회가 일정부분 갈등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대립된 형태"라며 "더구나 정당 정치가 도입되면서 갈등이 심화될 경우 지방의회의 고유 목적인 지역발전과 주민 복리증진이 후순위로 밀린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특별자치도의 경우 도정과 의정 간의 균형 관계가 다른 지역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대단히 중요하다"며 "상호 협력과 지원이 없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에 특별자치도에 걸맞는 도정과 의정 관계 모델을 만들어 가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특별자치도가 낳은 '제왕적 도지사'가 도정과 의정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의장은 "제왕적 도지사라는 부분에 대해 의회에서도 도정질문 등으로 많이 지적하기는 했지만 이를 견제하기에는 힘든 부분이 많다"며 그 사례로 의회 사무처 직원을 도지사가 임용하는 현행 인사 체계를 꼽았다.

"의회 직원 160명 정도인데 의장이 행사할 수 있는 것은 별정직과 기능직, 일용직에 대한 인사권 뿐이다. 그 밖의 공무원은 인사권이 도지사에게 있다보니 일반 공무원이 과연 의장 말을 듣겠나? 각종 조례나 상임위에서 다루는 예산 심사 등 중요한 정보는 도지사에게 누설되는 경우도 있었다."

의회 사무처 직원을 도지사가 임명하면서 의회가 도정을 견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알게 모르게 도지사에게 세어나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인사권을 독립해야겠다는 생각에 전국 의장협의회에서 안건으로도 채택하고 국회에서 당시 정책의장이 의원 발의로 이 안건을 상임위에 넘겼지만 지금도 감감무소식"이라고 말했다.

"이 부분(인사권 독립)은 의회가 아무리 국회에다 이야기를 해도 먹히지 않는다"며 임기 중 이 부분을 매듭짓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의회와 도정 간 대립은 항상 있지만 장기적인 갈등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역 지속발전을 위해 힘을 합쳐도 모자라다"고 강조했다.

김용하 전 제주도의회 의장. <헤드라인제주>
제주포럼C는 25일 '선배에게 길을묻다' 대담자로 김용하 전 제주도의회 의장을 초청했다. <헤드라인제주>

# "국민희망포럼은 순수 봉사단체" 
 
이어진 고희범 대표와의 일문일답에서는 김 전 의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사단법인 국민희망포럼' 제주지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국민희망포럼은 2008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지지자들로 설립된 단체로, 점차 심화되고 있는 사회계층 간 격차를 해소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봉사활동을 전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국민희망포럼은 자원봉사 정책대안 연구 및 개발, 자료집 발간 또는 세미나 개최 등의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국내.외 연구기관과의 교류 협력, 자원봉사단체나 지역사회 등 관련 단체화의 협력 관계도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

제주지역에 있어서는 교육, 문화, 사회, 정치 등 각종 현안에 대해 직접적 또는 쟁점적인 방법으로 대안을 모색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현재 제주에서만 교수, 병원장, 언론인 등 다양한 계층에서 2000여 명의 회원이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고 김 전 의장은 전했다.

제주지부는 김 전 의장을 대표로 해, 제주시 갑 지회 및 을 지회, 서귀포시지회 등 각 선거구별로 지회가 구성됐다.

이와 관련해 고희범 대표가 "국민희망포럼이 어떤 성격의 단체이고, 앞으로의 활동 방향은 무엇인지, 그리고 친 박근혜 모임이라는 세간의 관심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지 밝혀달라"고 주문했지만, 김 전 의장은 극도로 말을 아꼈다.

김 전 의장은 "희망포럼은 행정안전부에 비영리법인으로 등록된 단체"라며 "순수 봉사단체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말은 하지 않겠다"고만 답했다.

김용하 전 제주도의회 의장. <헤드라인제주>
고희범 제주포럼C 상임공동대표. <헤드라인제주>

# "현명관은 세계적 마인드 가진 인물"

김 전 의장이 지난 6.2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 도지사 후보에서 탈당, 무소속 후보로 선거에 임한 현명관 전 삼성물산 고문을 지지한데 대한 질문도 나왔다.

6.2지방선거 막바지였던 지난해 5월20일 김 전 의장은 기자 간담회를 갖고 "평생을 경제계에 몸담아 오면서 성공신화를 일궈냈던 현명관 후보의 저력은 분명 제주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해 우리나라 최고 소득을 자랑하는 고장으로 만들어 낼 것이라고 믿는다"며 공개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고희범 대표는 "지난 선거에서 현명관 후보를 지지한 게 얘깃거리가 됐었는데, 선거에 직접 개입한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혀달라"고 주문했고, 이에 김 전 의장은 "사실 현명관 전 고문을 잘 알지도 못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현 전 고문이 한나라당 후보였을 당시 제 방에 와서 여러가지 말을 나누던 중 (현 전 고문이) 도지사가 된다면 자기는 제주도에 있지 않고 1년 중 절반을 해외에 투자유치하러 다닌다고 했다"며 "제주도는 행정 출신이 계속 도지사를 하고 있는데, 변화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또 "그가 삼성물산 고문으로 있었기 때문에 세계적 마인드를 많이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고, 그가 당선돼야 새로운 바람이 일 것이라 생각했었다"며 "전반기 의장이었다면 중립을 지켰을텐데 후반기 의회가 곧 끝나기 때문에 확실한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 "해군기지 문제, 가슴 아프다"

제주 해군기지와 관련해서도 김 전 의장에게 질문이 향했다. 질문 주제는 지난 2009년 말 도의회에서 통가됐던 '절대보전지역 변경안'.

당시 도의회는 '절대보전지역 변경안'과 '환경영향평가 협의 동의안' 등 2건의 안건을 전격 상정해 통과시켰고, 민주당과 무소속 의원들은 "날치기"라며 한나라당을 강력 비난했다.

이와 관련해 고희범 대표는 "당시 김 전 의장이 아니라 구성지 부의장이 의사를 진행했는데, 당시 심정과 입장은 무엇이었냐"고 질의했다.

이에 김 전 의장은 "이같은 질문이 있을 줄 알고 많은 고민을 했다"며 "어찌됐든 해군기지 문제는 이렇게 돼서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절대보전지역 변경안의 경우 의원 당시 제가 의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보름 동안 갈등을 겪었다"고 회고했다.

최근 해군기지를 둘러싼 일련의 상황에 대해서는, "의장 당선되자마자 각 상임위원장과 함께 강정마을을 방문해 조정자 역할을 하겠다고 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그때 과감하게 조정자 역할을 못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같은 지역에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으로써 말을 잘못 했을 경우 (난처해질 수 있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제주포럼C는 다음주(6월1일) 고봉식 전 제주도교육감을 초청, '자율성을 키우는 교육, 전인교육의 꿈을 꾸며'를 주제로 대담을 갖는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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