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도예가, 제주서 '공방' 차린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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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도예가, 제주서 '공방' 차린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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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人제주] (29) '스튜디오J'의 존 필립 클리워
"도자기 빚는 이유요? 성공-실패에서 인생 배워요"

도자기는 아주 오래 전인 선사시대 때부터 제작, 사용되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 많은 시간이 흐르면서 종류도 다양해지고 나라별, 대륙별로 그 형태와 용도 또한 다양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의 도자기가 아시아 전통을 물려 받았다면, 미국의 도자기는 '유러피언' 스타일의 영향을 많이 받아 왔다고 한다.

근원이 어디이든, 형태가 어떻든 모든 도자기에는 만든 이의 혼이 베어 있다는 미국인 존 필립 클리워(John P. Kliewer, 31). 미국인의 손길로 아시아 제주에서 도자기를 빚고 있는 도예가 존을 만났다.

존 클리워. <헤드라인제주>

# 대학서 도자기 전공...2008년 공방 '스튜디오J' 마련

존은 지난 2005년 6월 제주를 찾았다. 학원가를 돌며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던 그의 원래 전공은 도자기 공예였다.

미국 대학에서 도자기를 전공했지만 제주에서의 생활은 그의 손에 흙을 묻힐 시간과 기회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다시 도자기를 빚고 싶다던 그의 바람은 2008년 지금 그의 작업장이자 집인 공방 '스튜디오J'를 만들기에 이른다.

"지금의 한국인 아내와 결혼하면서 이 곳에 자리 잡았고, 공방을 내게 됐어요. 규모는 작지만 저에게는 둘도 없는 소중한 작업장이죠."

낮에는 제주한라대학에서 영어 강사로, 퇴근 후에는 도자기를 빚는 도예가로 변하는 존.

작업장 곳곳에 진열된 도자기들을 설명할 때면 그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나고 말이 빨라졌다. 그 중 그가 만든 최고의 작품이라 칭한 그릇 한 점을 소개할 때는 더없이 신나 보였다.

"주변 사람들이 가끔 묻고는 해요. '도자기 만들어 봤자 돈도 안되는데 왜 하냐'고. 맞는 말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도자기는 저에게 돈보다, 취미보다 훨씬 큰 의미가 있어요."

그렇다면 도자기는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존 클리워. <헤드라인제주>
# "도자기는 과거로 돌아가기 위한 반란"

도자기의 의미를 설명하기에 앞서 그는 앞에 놓인 플라스틱 물뿌리개를 들어 보였다.

"세상에 석유가 고갈된다면 이 플라스틱 물뿌리개는 더 이상 만들 수 없어요. 그런데 흙은 달라요. 이미 만들어진 도자기도 흙으로 돌아갈 수 있고, 그 흙으로 다시 도자기를 만들 수 있어요. 석유는 한정된 자원인 반면, 흙은 '끝없는 순환'이 가능하죠."

흙의 끝없는 순환, 즉 도자기에 착안한데는 현대인들이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에 대한 인식이 깔려 있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발명품을 생산해 내는 첨단기술, 더 이상 없어서는 안될 컴퓨터, 손에서 떼질 않는 휴대폰 등등.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자기 빚는 것을 낡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도자기는 지금 바로 이 순간, 현실과도 같아요. 컵, 주전자, 밥그릇 등 어디에나 있죠."

현대인들에게서 점점 잊혀지고 있는 과거, 특히 각종 '첨단기술이 없는 과거'를 사람들에게 도자기를 통해 일깨워 주고 싶었다고 했다.

"결국, 도자기를 빚는 일은 과거로 돌아가기 위한 저 나름대로의 반란, 항의라고 볼 수 있겠네요."

# "실패한 도자기 깨면 성공 보여요"

존은 공방에서 도자기 제작 강의를 받는 학생 10여 명의 선생님으로도 통한다.

도자기 빚는 작업이 단순히 작품 하나를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인생에서의 성공과 실패를 배워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도자기를 빚다 보면 사람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요. 급한 사람은 조급하게 만들다 보니 망치기 일쑤죠. 반면 인생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은 도자기를 만들 때도 도자기에 행복이 묻어나요."

도자기를 통해 하나씩 단계별로 추진해 나가고, 그 과정에서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법도 배웠다고.

"도자기를 빚다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물도 가끔 나오죠. 그럴때는 그걸 부수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합니다. 아깝다는 마음에서 실패작을 계속 두고 보게 되면 그 잔상이 마음과 머리에 남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패를 깨고 뛰어 넘어야 성공할 수 있는 길이 보인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만약 실수로 성공작을 깼을 경우에는?

"그럴 경우에는 굉장히 난감하겠지만, 만약 실수로 깨졌을 때는 또 다른 도전 기회로 삼아야죠. 내 능력과 의지를 믿고 열정으로 도자기를 만들면 언젠가는 성공작이 나오니까요."

존이 그가 만든 도자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존이 그가 만든 도자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존이 만든 도자기들. <헤드라인제주>

# "제주는 '섬'...흙 얻기 어려워요"

도자기를 통해 성공과 실패를 맛보고 인생의 교훈을 얻고 있지만, 제주에서 작업하는데는 어려움도 따른다고 했다.

"좋은 흙을 구하는 게 가장 어려워요. 제주는 '섬'이기 때문에 흙을 구하기가 제한적이죠. 주로 육지에서 흙을 가져다가 쓰고 있어요."

비록 흙을 얻는데 어려움이 따르기는 하지만 그의 꿈은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 몇달 뒤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전문 도자기 강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다시 제주로 돌아올 계획이다.

"돌아와서는 공방 규모도 넓혀서 카페와 연계해보고 싶어요. 그 곳에서 사람들이 도자기도 빚고, 차도 마실 수 있게요. 그래서 저 혼자만의 반란을 많은 이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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