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의 '해'자도 꺼내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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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기지의 '해'자도 꺼내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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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해군기지 문제 '쏙 들어간' 주민과의 대화

제주해군기지 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서귀포시 대천동 강정마을.

최근 제주지역 각 읍면동을 방문하며 '주민과의 대화' 시간을 갖고 있는 우근민 제주지사가 18일 강정마을이 속해있는 대천동주민센터를 찾았다.

지역이 지역인 만큼 이날 대천동 주민과의 대화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해군기지' 문제였다.

지금까지 거쳐왔던 지역에서는 박수로 시작해 웃음을 지으며 훈훈하게 끝난 '주민과의 대화'라 할지라도 대천동 만큼은 뭔가 다를 것이란 예상이 있었다.

그러나, 이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1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주민과의 대화에서는 해군기지의 '해'자도 거론되지 않았다. 공사를 중단하네, 마네하는 중대한 문제가 거론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다. 아예 해군기지와 관련된 발설 자체를 금기시 하는 모습이었다.

이와 관련해서는 대화 말미에 우 지사가 "국가 안보 사업과 강정주민이 모두 좋은 사업을 해야한다"며 "도지사에게 주어진 길은 물러서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례적인 발언뿐이었다.

참석자들의 면면을 보더라도 다분히 의도된 자리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참석한 지역주민들은 총 12명으로, 자생단체장 중에서는 김영식 대천동주민자치위원장, 강보욱 통장협의회장, 이경선 새마을부녀회장까지 3명이 참석했다.

이 외 참석자들은 농원을 운영하는 주민과 결혼이주 여성, 제주유나이티드 사무국장과 리조트 지점장 등이었다.

강정마을과 관련한 이는 고종표 강정어촌계장 뿐이었다. 유일한 강정지역 참석자인 그 또한 강정항의 보수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을 뿐 해군기지 문제는 꺼내지 않았다.

도지사와의 대화에 참석할 인사들을 직접 섭외했다는 이승찬 대천동장은 "도에서 요구한 대로 참석자를 찾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지 의도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자생단체장들보다 지역주민들, 특히 수출과 지역경제와 관련된 이들을 섭외하다보니 참석자들이 그렇게 구성됐다는 것이다. 그는 취재진의 잇따른 질문에, "일부러 강정마을 사람들을 꼭 배석해야 하는 것은 아니잖은가"라고 반문했다.

과정이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보면 가장 우선시 돼야했던 지역현안 해군기지 문제는 철저히 외면당했다.

다른 주민들의 요청이 시덥잖았던 것은 아니다. 그들의 건의는 실질적으로 주민들에게 필요한 사안이었고, 지사 입장에서는 의견수렴 차원에서 새겨둬야 할 얘기들이 많았다.

하지만, 애써 '해군기지' 문제를 배제한 것은 여러 모로 생각해도 모양새가 좋지 않게 다가왔다. 

지금 대천동에서 가장 큰 ' 문제가 바로 해군기지 문제다. 평화로웠던 강정마을의 공동체가 붕괴되고, 성난 민심은 매일 해군기지 공사현장에서 충돌로 분출되고 있다.

그런데도 바쁜 시간을 쪼개어 어렵게 마련된 대천동 주민과의 대화에서, 제주 최대 현안인 강정마을의 이야기가 거론되지 않은 것은 아이러니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반면, 이곳에 이어 진행된 예래동 주민과의 대화에서는 해군기지 문제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대천동 주민과의 대화, 강정 주민들의 문제는 꼭 제외시켜야 했을까.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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