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 6년 정말 '바람잘 날'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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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사 6년 정말 '바람잘 날'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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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김태환 전 지사가 내놓은 민선도정 6년 성과와 반성
"인기 연연 않고 소신껏 정책추진"..."식께집 도지사요?"

"인기가 떨어지더라도 옳은 길이라면 그 길로 가야하죠. 성과에 대해서는 후에 역사가 평가하는 것이니까요."

46년간 공직생활, 그 중 두번에 걸친 민선 제주도지사를 지냈고, 지금은 자연인으로 돌아간 김태환 전 제주지사.

김 전 지사가 4일 오후 7시 제주포럼C(상임공동대표 고희범)가 제주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마련한 <선배에게 길을 묻다>의 세 번째 대담자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담에서 그는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간 제주도지사직을 맡으면서 겪은 갈등과 위기, 그리고 그가 일궈낸 성과들을 담담하게 피력했다.

김태환 전 제주지사. <헤드라인제주>
#"역사를 다시 쓴다는 자부심으로 '특별자치도' 출범시켰다"

기조 연설에서 김 전 지사는 제주도 발전의 시초가 된 1985년 특정지역 종합개발계획 수립에서부터 1991년 제주도 개발 특별법 제정, 1998년 제주국제자유도시 계획 등 '제주도의 발전사'를 간략히 소개했다.

2002년에 이르러 제주국제자유도시 특별법이 제정되고,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는 등 지금 제주도의 틀이 잡히게 되는 부분에 이르자 김 지사는 '제주특별자치도'라는 행정체제에 대해 역설했다.

"요즘 도의회에서 행정체제 구조 개편 관련 조례가 통과되고 효율적인 모형을 만들기 위해 위원회고 구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운을 뗀 김 전 지사는 "다음 선거 때 적용하기 위한 로드맵을 가져 나가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도지사로 재직하면서 4개 시.군체제를 광역체제로 통합했는데, 왜 했느냐는 말이 많았다"며 "2002년 국민의 정부 당시 국제자유도시 특별법이 만들어졌는데, 그때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존스 랑 라살이라는 용역회사에 제주도가 국제자유도시의 가능성이 있는지 용역을 맡겼다"고 말했다.

용역 결과 제주도가 국제자유도시로 성공할 여건은 충분히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단, '행정구조를 개편하는 것이 좋겠다'는 건의가 달려 있었다.

김 전 지사는 "그렇게 해서 2003년부터 행정구조 개편에 대한 작업이 도정에서 추진됐는데, 시장과 군수, 시.군의회 의원들이 반대하면서 (개편 작업이) 굉장히 어려웠다"며 "결국 점진안과 혁신안을 가지고 주민투표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투표 결과 혁신안이 과반수를 넘어 4개 시.군에서 광역자치단체로 통합하는 안이 선택됐고, 지금의 제주특별자치도가 탄생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당시 시장과 군수가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는 등 갈등이 터져나오면서 굉장히 어려웠다. 그래도 도민들은 지금의 혁신안을 선택했고, 지방행정사에 큰 획을 그은 행정체제 개편이 이뤄졌다."

어렵게 출범시킨 특별자치도. 김 전 지사는 이의 최대 효과로 '행정의 효율성'을 강조했다.

그는 "풀뿌리 민주주의가 다소 간 훼손되더라도 효율적 행정을 기해 국제자유도시로 빨리 성공할 수 있도록 도민들이 이를 선택했다"며 "또 인구 57만의 제주도에 4개 시.군 체제 말고 하나로 통합해서 나간다면 상당히 효율적인 행정을 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행정 효율성'의 대표적 예로 그는 지갑에서 '교통카드'를 꺼내 들었다. 김 전 지사는 "이 교통카드로 제주시에서 서귀포시에서 서울에서도 다 쓸 수 있다"며 "특별자치도 되니까 교통카드가 통합된 것처럼 행정 효율성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는 행정체제 개편에 대해 오랫동안 말은 무성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겠다는 것이 도민의 여론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자치도는 어느정도 미래가 그려지기도 하고, 희망이 보이기도 했다"며 "그래서 특별자치도의 행정의 밑그림을 다시 그리고 역사를 다시 쓴다는 자부심으로 임했고, 결과적으로 특별자치도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역설했다.

제주포럼C는 4일 '선배에게 길을 묻다'를 열고 김태환 전 제주지사를 대담자로 초청했다. <헤드라인제주>
김태환 전 제주지사. <헤드라인제주>

#"해군기지 문제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미흡한 점 있었다"

대담 주제는 자연스레 제주 최대 현안 중 하나인 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옮겨갔다. 

"제가 도지사 출마했던 2004년 재보선때 당시 해군기지는 도민들의 관심도 상당히 많았고 제주지역 사회의 핫이슈였다.그래서 후보자 3명이서 TV토론회도 하고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질문도 받았었다."

"해군기지는 1992년도부터 공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고,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 본격적으로 거론되면서 어차피 결론을 내려야할 사업이었다"고 소회했다.

해군기지의 강정마을 입지선정 당시의 상황과 관련해서는, "결론을 내는 방법에는 도민 의견 수렴, 도의회 특위 활동 등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결국 2차에 걸친 여론조사를 통해 현재의 위치(강정마을)에 가는 것이 과반수의 뜻이어서 그렇게 결정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었다고 회고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소환도 되고 직무정지도 20일 간 당해봤다. 결국 주민투표로 결론나게 됐었는데 여기에서 두 가지 교훈을 얻었다."

주민소환 과정에서 얻은 두가지 교훈이란 도민들과의 소통을 많이 해야한 한다는 것과, 현안에 대해 지사가 소신있고 꿋꿋하게 진행을 잘 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도 해군기지 문제를 매듭짓지 못한데서 아쉬움을 느낀다고 했다.

"저로서도 해군기지 문제를 가급적 원만하게 하려고 나름대로 노력은 많이 했지만 다소 간의 능력이 미흡했다고 생각한다. 해당 지역 주민을 비롯해 의견을 달리하는 도민들과 의견을 충분히 나누고 모든 것을 이해와 양해 속에 도정을 이끌어 갔으면 좋았을 텐데, 원하는 뜻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에서 못내 아쉽게 생각한다."

임기 내 해결하지 못하고 다음 도정으로 넘긴데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임기 중에 그런 모든 것에 대한 타결이 잘 이뤄졌다면 참 좋았을텐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다음 도정으로 넘긴데 대해 대단히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고희범 대표와의 일문일답에서는 해군기지 문제에 대한 질문이 쏠렸다.

고 대표가 "해군기지 해법이 무엇이었느냐"고 묻자, 김 전 지사는 "주민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지역주민과의 소통에 좀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 업무를 한다고 해도 그 길을 다시 걸을 수 밖에 없지 않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5당의 해군기지 진상조사단 구성 등 지금의 상황에 대해 조언을 해달라는 주문에는, "제가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각자가 알아서 현명하게 판단하는게 나을 것이라 생각한다"는 말로 갈음했다.

고희범 제주포럼C 상임공동대표. <헤드라인제주>
김태환 전 제주지사를 대담자로 초청한 '선배에게 길을 묻다'. <헤드라인제주>

#"식께집 도지사" 말에 김 전 지사 '정색'

김 전 지사가 얻었다는 두 가지 교훈이란 말에 고 대표가 허를 찌르는 질문을 던졌다.

고 대표는 "도지사를 하면서 '식께집 도지사'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직접적 물었다.

김 전 지사는 순간 당황한 듯, "이래서 (대담에) 나오지 않으려 했다. 가만히 있는 사람 나오라고 해서는..."라며 다소 얼굴을 붉혔다.

그러자 고 대표는 "다른 의도는 아니고, 그런 별명 얻을 만큼 대단히 부지런히 도민들을 만나고 했을텐데, 제주시장 재직시 산지천문제 등은 이해당사자들이 얽혀서 풀기 어려웠는데 소통을 잘 해서 잘 풀었다"며 소통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김 지사는 '식께집 도지사'는 나름대로의 '소통법'이었다고 설명했다.

"제주시장을 꽤 오래하면서 '시민의 생활을 불편 없이 하는 것'이 바로 시정이라는 점을 느꼈다. 공식적인 모임에서는 내심의 표현을 잘 안하지만 비공식적 모임에 가면 시정에 반영해야 될 중요한 얘기들이 나온다."

"그래서 시정을 이끌면서 많은 시민과 만났고, 건의하는 내용은 꼭 검토했다"고 밝힌 그는 "그렇게 하다 보니 산지천 문제, 탑동 매립 문제, 항공소음 문제, 봉개동 쓰레기 매립장 문제 등 어려운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었다"며 나름대로의 '소통법'으로 현안해결에 도움을 얻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경조사'도 소통법의 하나로 설명했다.

"시간만 있으면 가는 게 나쁜 것이 아니다"는 그는 "여유가 있다면 경조사 가서 시민이 슬플 때 손도 잡아주고, 즐거울 때 같이 웃기도 하는 것은 나쁜 게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나쁜 것이 아닌데 식께집 도지사로만 봐서는 안 된다"며 "(시민과) 술 한잔 해봐야 진짜 이야기가 나온다. 소주잔에서. 그런 과정의 이야기를 시정에 반영해 해결하는 게 목민자의 모습이 아니냐"고 말했다.

"조금도 후회없이 그런 것을 해 왔고, 주민과의 소통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거듭 '소통'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 "도정 맡으면서 바람잘 날 없었다...그래도 많이 변하지 않았어요?"

김 지사의 이야기가 계속됐다.

"도정 맡으면서 조용할 때가 없었다. 바람 잘 날이 없었다. 2004년 6월 재보선 해서 도정 맡았다. 당시만 하더라도 행정구조 개편 때문에 상당히 갈등이 심했었다.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하고 나서도 해군기지 때문에, 주민소환 등으로 바람잘 날이 없었다."

그는 "제주도가 변화도 많이 했다. 우리는 잘 모르지만, 외부 사람이 제주에 한번 오게 되면 정말 많이 변했다고들 말한다"면서 갈등도 많았지만 그만큼의 발전도 있었음을 강조했다.

갈등문제와 관련해서도, "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주민과의 갈등은 다소간에 있게 마련이다"며 "갈등을 100% 해소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문제로, 큰 일을 하는데 있어서 다소간의 갈등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옳은 길이라면 인기 연연하지 않고 소신있게 가야죠"

이어진 방청석의 질문에서는 제주가 지향해야 할 개발방향이 생태.환경을 주제로 해야 하지 않느냐는 견해가 제시됐다.

이에 김 전 지사는 "싱가폴의 이현룡 수상이 30년을 집권했는데, 그의 철학 중 하나가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신념이었다"며 "인기에 연연한다면 자치단체를 이끌어가기 정말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사를 하면서 인기에 영합하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며 "요즘 포퓰리즘이 나오고 있는데, 인기 떨어지더라도 옳은 길이라면 그 길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인기는 하락되더라도 성과에 대해서는 후에 역사가 평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환 전 제주지사. <헤드라인제주>
제주포럼C는 4일 '선배에게 길을 묻다'를 열고 김태환 전 제주지사를 대담자로 초청했다. <헤드라인제주>

#"무소속 도지사 하면서 비참할 만큼 때리는 대로 맞았다"

무소속 도지사로서의 어려움은 없었느냐는 질문도 이어졌다.

이에 김 지사는 "장단점이 있다"고 전제한 뒤, "정부와 상대할 때는 여당이 좋고, 국회에서는 무소속일 겨우 여야 모두 상대할 수 있어 큰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의회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어려움을 겪었다고 고백했다.

"도의회와의 관계에서는 옹호하는 세력이 없어서, 무소속이어서 비참하리만큼 때리는대로 맞았다. 옹호해주는 세력이 없어서."

도정 책임자의 입장에서는 당적을 갖는 게 낫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도정을 맡을 때는 정당에 소속돼 있어서 도정을 이끄는 것이 보다 좋지 않을까 하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주포럼C는 오는 11일 김영훈 전 제주도의회 의장을 대담자로 초청해 대담을 갖는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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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2011-05-07 06:28:00 | 121.***.***.179
뻔한 얘기 들을 이런 행사를 왜 하는지...

색안경 2011-05-06 14:37:53 | 49.***.***.135
김 지사 재임기간 평가는 민선 6기는 되어야 제대로 나올듯 하네요
지금은 전임도정 날카롭게 비판하는데 제대로운 평가 나오지 않을듯 하구려

smile 2011-05-06 00:44:02 | 110.***.***.65
김태환도지사님!국제자유도시제주도발전을위하여세계자연유산등재지질공원인증..지금은세계자연경관투표가남아있습니다도지사님께서자연인으로돌아감으로써항상제주도발전을위해도민들과함께힘을모읍시다..smile~~아자아자화이팅!!그동안수고많이했습니다..

제주도민 2011-05-04 23:56:03 | 118.***.***.150
김태환 지사는 역사의 평가를 받을 것이다. 제2의 4.3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