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만에 이뤄진 합의...아직 불씨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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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만에 이뤄진 합의...아직 불씨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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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노동현안 노사합의에 대한 불안감

161일간 지속된 노숙투쟁 끝에 2일 민주노총 제주본부를 비롯한 노동자들과 사용자 측 대표자들이 제주특별자치도의 중재안에 전격 합의했다.

이번 합의로 인해 지난해 겨울부터 제주도청 앞에서 반년간 이뤄진 노숙투쟁과 노동자들의 집단 단식투쟁 등도 중단돼 바로 철수가 이뤄지면서 모든 사태가 일단락 됐다.

하지만 합의내용을 살펴보다 보면 약간의 불안감이 드는 것을 어쩔 수 없다. 노동조합측이 크게 양보한 이번 합의안에는 언제든 다시 노사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불씨가 남아있다.

우선 제주도립 무용단 문제와 관련해 노사는 '무용단의 기간만료 통보로 인해 재위촉되지 못한 단원들에게 향후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무용단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상호 노력키로 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좋게 보면 재위촉 되지 못한 단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겠다는 말로 볼 수 있지만 나쁘게 보면 이들이 시험을 보고 신입단원으로 입단해야한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다.

또 양지호 제주지역 일반노조 도립예술단 지회장의 복직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제주의료원 단체협약 문제의 경우 별도의 단체협약문을 개정하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지고 단체협약 해지는 철회됐다.

제주의료원을 요양병원으로 전환하면서, 간호사 유산문제에 대해서는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직업환경연구실에 조사를 의뢰키로 했으며, 임금문제와 근무시간 등에 대해서도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마음에 걸리는 내용은 인사권과 경영권에 대한 합의내용. 종전에는 '합의'사항이었던 부분이 '협의'하는 것으로 기준이 완화됐다.

인사권의 경우 '조합전임자, 조합임원, 상임집행부 배치전환시 조합과 사전에 협의한다'는 내용이 마련됐고, 경영권 관련 사항에서는 '임금체계 및 직제개편시, 또는 통폐합시에는 사전에 노조와 협의한다'는 내용으로 개정이 이뤄졌다.

노조의 인사.경영권 침해로 인해 제주의료원 경영이 악화되고 있다는 제주의료원측 주장에 대해 노동조합에서 한발 물러나면서 이러한 합의내용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노동조합 측에서도 이와 관련해 앞으로 관련사항에 대해 노사간 '합의'를 통해 더 좋은 방향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어느 한쪽에서 독주를 할 경우 이를 견재할 수단이 없다는 불안감을 함께 갖고 있었다.

민주노총 제주본부의 한 관계자는 합의가 이뤄진 후 "솔직히 이번 합의에 대해서는 노조원들도 많은 불만과 불안을 가지고 있다"면서 "합의한 사항에 대해 사용자측이 노조와 협력해가며 잘 지켜간다면 문제가 생기진 않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예전보다 더 심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러한 생각들이 단순한 기우일 수 있다. 천신만고 끝에 간신히 합의가 이뤄진 상황에서 다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측 모두 원하지 않는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노동조합의 주장에 대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161일간 노숙투쟁이 벌어진 점과 노동조합 측에서 크게 물러선 내용의 양보안을 제시한 후에야 이뤄진 합의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언제든 다시 문제가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은 남아있다. <헤드라인제주>

<김두영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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