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깍지 낀 손으로..." 중증장애 디딘 아름다운 손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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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지 낀 손으로..." 중증장애 디딘 아름다운 손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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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장애인 예능발표회..."이날을 기다렸다" 10개팀 공연

거동이 불편해 무대공연은 커녕 문화활동을 하는 것조차 쉽게 엄두를 내지 못했던 장애인들. 마음속의 열정을 터뜨릴 만한 무대는 많지 않았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한 '장애인 예능발표회'는 그들이 품고있던 끼와 열정을 마음껏 표출한 소통의 장이었다. 이 날만을 벼르고 있었다던 참가자들은 예사롭지 않은 공연을 선사했다.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제주특별자치도협회(회장 박광수)는 27일 오전 10시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제3회 거주시설장애인 예능발표회 및 작품전시회'를 개최했다.

수화공연을 선보인 유진재활센터. <헤드라인제주>
'혜정원 아가의집'의 더썸 밴드. <헤드라인제주>

제주장애인요양원, 제주애덕의집, 창암재활원, 송죽원, 가롤로의집, 자광원 등 제주도내 18개 장애인복지시설이 총 출동한 이날 행사에는 시설 장애인과 관계자 등 500여명이 참석해 체육관을 가득 메웠다.

행사에 앞서 진행된 개회식에는 오정숙 제주도 보건복지여성국장을 비롯해 제주도의회 고충홍 복지안전위원장, 오영훈, 방문추, 이선화, 박주희, 강경식, 윤두호, 장동훈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날 예능발표회에는 10개 시설의 팀이 나서 퓨전댄스, 율동, 수화, 중창, 태권도, 국악 등 각자가 갈고 닦은 실력을 선보였다.

무대 뒷편에서는 시작하기 전부터 열기가 뜨겁다. 공연에 오르기에 앞서 체육관 옆 공터에서 동작을 맞춰보던 율동팀. "작년에 너무 못해서 올해는 망신이라도 당하지 않으려고 연습하는 것"이라며 서늘한 날씨에 땀을 뚝뚝 흘렸다.

첫 공연은 '혜정원 아가의집'의 밴드 공연으로 시작됐다. '음악의 바다에 빠진다'는 뜻의 아가의집 프로젝트 밴드 '더 썸(The Sea of Music)'은 베이스, 드럼, 기타, 일렉 등의 악기는 물론 종과 젬베 등 다양한 타악기까지 동원해 화음을 만들어냈다.

"황진이 황진이 내 사랑아 어얼씨구 저절씨구~" 흥겨운 가락이 울리자 앉아있던 관객들도 벌떡 일어나 어깨춤을 춘다. 보컬인 김대권(20, 발달장애 2급)씨는 빼어난 노래솜씨로 좌중을 압도했다. 노래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박수와 함성세례가 쏟아졌다.

27일 한라체육관에서 개최한 '제3회 거주시설 장애인 예능발표회'. <헤드라인제주>
무대에 오르기에 앞서 연습하고 있는 장애인시설 '벧엘'. <헤드라인제주>
'혜정원 아가의집'의 더썸 밴드. <헤드라인제주>

이날 무대를 위해 2달이 넘는 시간동안 연습을 했다는 밴드. 연습을 너무 오래하다보니 베이시스는 손가락에 물집이 두개나 잡혔지만, 이를 견디고 꾸준히 연습을 했다고 한다.

김대권씨는 "좋아하는 관객들을 보니 만족스러운 무대였다"고 말하며 "우리에게 이번 행사는 최고로 큰 행사이기도 하지만, 최고의 순간"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서귀포시 대포동 소재의 자광원은 슈퍼맨 티셔츠를 갖춰입고 재미있는 댄스를 선보여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전했다.

이어 노란 옷을 입고 무대에 오른 유진재활센터는 '아름다운 세상' 노래에 맞춰 수화공연을 준비했다. 그나마 움직임이 수월한 장애인들은 뒤편에 섰고, 중증장애인들은 앞에 앉아 선생님의 도움으로 공연을 이어갔다.

손을 올리기 조차 쉽지 않았던 장애인들은 손에 깍지를 낀 선생님의 도움에 힘입어 아름다운 손짓을 허공에 그었다.

시설 장애인 33명중에 28명이 참가했다는 유진재활센터 최은미 원장은 "중증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연습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잘 따라와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중증장애인들은 무대에 올라갈 기회가 아예 없다"며 "지난해에도 예능발표 행사를 통해 무대에 올랐는데, 참가한 친구들이 너무 좋아하기도 하고 생활하는데도 눈에 띄게 좋은 영향을 주고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수화공연을 선보인 유진재활센터. <헤드라인제주>
흥겨운 가락에 어깨춤을 추는 관객들. <헤드라인제주>
'슈퍼맨' 율동을 선보인 자광원. <헤드라인제주>
'거주시설 장애인 예능발표회'에서 열띤 응원 열기를 보이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체육관의 한켠에는 작품전시회가 함께 열렸다. 과자집, 모나리자, 액자, 액세서리 등의 작품이 전시됐고, 참가자들은 감탄사를 내뱉으며 작품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행사를 주최한 장애인시설협 제주도협회 박광수 회장은 "제주도에 18개의 장애인시설이 있는데, 이 곳에 있는 장애인들이 참여하는 무대는 없었다"며 "우리들의 잔치를 마련하기 위해 행사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지난 2009년부터 시작해 3회째를 맞이하는 행사는 해를 거듭할수록 참가자들의 호응이 좋다"며 "이제 시설 장애인들이 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릴 정도"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예능발표회에 이어 노래자랑 순서가 이어졌다. 또 투호던지기, 떡메치기, 풍선아트, 화분심기, 팝콘튀기기, 호두과자만들기 등 평소에 겪어보지 못했던 체험행사가 다채롭게 마련됐다.

모처럼 함박웃음을 짓게 된 장애인들은 1년여를 기다려온 행사에 마음껏 취했다. <헤드라인제주>

정혜재활원 국악팀. <헤드라인제주>
개회사를 하는 박광수 장애인복지시설협회 제주도협회장. <헤드라인제주>
유진재활센터의 과자의집 작품. <헤드라인제주>
제주지적장애인복지협회 부설 주간보호시설의 액자 작품.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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