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춘, 어디 가실거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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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춘, 어디 가실거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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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효실 서귀포시 성산읍사무소
김효실 서귀포시 성산읍사무소. <헤드라인제주>

성산읍사무소에서는 우천시 민원인 수송을 특수시책으로 발굴, 2003년부터 시행하여 오고 있다. 우천시 민원인 수송은 말 그대로 민원편의 제공을 목적으로 날이 궂은 때 원하는 경우 민원인을 목적지까지 수송해주는 시책인데, 실질적으로는 꼭 날씨와 관계없이 나이 드신 분들이나 거동이 불편하신 분 등 민원인이 필요로 할 때 원하는 곳까지 수송하여 줌으로써 탄력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읍사무소 민원실을 찾아오는 민원인들은 대부분 노인들이 많다. 검게 그을린 피부, 억센 손마디, 지나온 세월을 말해주는 듯한 주름잡힌 얼굴은 우리 어머니,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를 떠올리게 한다.

“삼춘, 어디 가실거꽈?”
“나 호끔 성산 수협드레 태와다 줘시믄...”
“기꽈? 이레오십서. 나가 모셔다드리쿠다예..”
“아이고, 고맙다이!”

대충 이런 대화가 오고가고 민원인을 차에 모시게 된다.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할머니께서는 집안 얘기며 자식들 얘기며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하시는데 마치 우리 어머니, 할머니께서 하시는 말씀 같아서 참으로 정겹게 느껴진다.

“삼춘, 여기 세워드리믄 되쿠과?”
“기여.. 고맙다이.”
“예.. 조심행 가십서예.”

오늘도 이렇게 삼춘 한분을 편안히 모셔다 드렸다는 생각에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이 즐거웠다.

민원실에서 처음 근무를 하게 되었을 때엔 ‘삼춘’이라는 그 말이 너무 어색했었다. 그러한 이유로 대부분 상대를 높이면서도 적당히 거리를 둘 수 있는 말인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썼었다. 하지만 동네 어르신을 두고 ‘선생님’이란 호칭은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민원인 중에 젊으신 분이거나 타지역 분에게는 ‘선생님’, ‘손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지만 마치 우리 부모님, 할아버지, 할머니 같으신 분들에게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오히려 어색하고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어느 순간부터는 ‘삼춘’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기 시작했다.

까맣게 그을린 얼굴에 깊은 주름살이 정겨운 우리 할머니 같았던 분. 앞으로도 민원인을 대할 때 ‘삼춘’이라는 그 정겨운 말이 뜻하는 의미를 잊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저기 한 할머니께서 소나기가 쏟아지는 바깥 하늘을 올려다 보시며 난처해 하시는 표정을 지으신다.“삼춘, 어디 가실꺼마씨?”하며 이러한 작은 친절이 고객 만족을 위한 참된 봉사행정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헤드라인제주>

<김효실 서귀포시 성산읍사무소>

# 외부 원고인 '기고'는 헤드라인제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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