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특성화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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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특성화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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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병연 시인/수필가
김병연 시인/수필가. <헤드라인제주>

우리나라 고교 졸업생의 대학진학률은 84%다. 미국.일본.영국의 50~60%대, 독일의 35%대와 비교하면 대단한 교육열이며 세계 최고이다. 한 통계조사에 의하면 부모의 98.9%는 자녀를 대학까지 보내고 싶어 하고, 중.고.대학생의 98.5%도 대학 이상의 교육 받기를 희망한다. 자녀를 대학에 보내고 싶어 하는 이유는 좋은 직장을 갖게 하기 위해서(44.7%), 인격이나 교양을 쌓게 하기 위해서(32.0%)이다.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이유 역시 좋은 직장을 갖기 위해서(44.7%)가 가장 많고, 다음은 자신의 능력과 소질개발(34.2%), 학력을 차별하는 분위기 때문(13.1%)이다.

현실에서는 대학 간판이 취업의 충분조건이 되지 않는다. 대학 졸업생의 취업률은 55% 정도다. 실제로 한 해에 50만명 정도가 전문대학 및 4년제 대학을 졸업한다. 이 중 구직자는 40만 명 내외다. 하지만 이들 중 절반 정도만 취업이 가능하며 나머지 20만명은 장기실업자로 남을 수밖에 없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10년 세계경쟁력 평가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사회부합 정도는 조사대상 58개국 가운데 46위다. 사회인으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소양이나 자질을 갖추지 못한 대학생이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대학은 무질서한 공급자 시장이다. 저질대학을 명품대학이라고 포장하여 같은 값을 받는 대학이 부지기수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취업률 부풀리기에 여념이 없다. 저질학생과 명품학생을 구별할 수 없도록 하는 학점 부풀리기는 학기마다 되풀이된다.

대학경쟁력은 국가경쟁력이고 대학은 연구개발의 산실이며 인적자원 개발의 산실이다. 하지만 우리의 대학은 몇몇 대학을 빼곤 국력에 걸맞은 국제경쟁력이 없다. 대부분의 대학이 없는 학과가 없을 정도니 백화점식 대학이다.

선진국의 대학을 보면, 우리는 대부분 미국 최고의 대학을 하버드대라고 알고 있다. 하버드대는 의학과 인문사회학의 많은 분야에서 최고를 달리고 있지만 이공계는 MIT, 버클리대, 미시간대, 칼텍, 스탠포드대가 미국의 5대 명문대학이다. 경영학은 스탠포드대가 최고이고 법학은 예일대가 최고다.

명문대학들은 선택과 집중으로 특성화돼 있어 최고의 분야가 있다. 오늘날 미국의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힘이 대학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일본도 인문사회학은 도쿄대(東京大)가 최고이고 이공계는 교토대(京都大)가 최고이다. 프랑스의 에꼴 폴리테크닉과 독일의 뮌헨공대도 특성화된 세계적 공과대학이다.

우리의 대학을 보면 인문사회학은 대부분 서울대가 최고다. 하지만 이공계는 카이스트가 부동의 1위, 포항공대 2위, 서울대 3위이다. 의학은 지난 1월 발표된 제75회 의사고시 학교별 합격률을 보면 서울대 84.4%, 고려대 92.6%, 연세대 88.8%, CHA의과학대 100%다.

법학은 고려대가 서울대의 턱밑까지 추격했고, 사범대는 교원임용고시 합격률이 한국교원대가 서울대를 앞지른 지 오래다. 여러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없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입증됐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일수록 선택과 집중이 어렵지만, 자원빈국인 우리는 세계 최고의 인재양성을 위한 선택과 집중으로 대학을 특성화해야 한다. 이는 나라가 사는 길이다. <헤드라인제주>

<김병연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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