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재앙 그리고 일본의 이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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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재앙 그리고 일본의 이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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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오경중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오경중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헤드라인제주>
지난달 11일 일본 동북부 지역에는 역사 이래 최악의 지진과 쓰나미가 휩쓸었다. 엄청난 사상자와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인한 불안감 속에도 일본인들이 보여준 초인적이고 침착한 대응에 전 세계가 찬사를 보내고 있다.

생사의 다툼을 눈앞에 두고도 더 힘든 상황에 처한 남을 먼저 배려하고 슬픔을 참아내는 모습을 보이는 일본의 모습을 보며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인류가 더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극찬을 보내기도 했다.

이런 일본인들의 초인적이고 성숙한 대응은 국민성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일본의 부모들은 아이에게 먼저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메이와쿠 가케루나, 他人に 迷惑を 掛けるな)’고 가르친다고 한다.

기본적인 사회 질서를 준수하고, 대지진, 쓰나미, 원전 폭발 방사능 유출 등 초유의 사태가 벌어져도 침착할 수 있는 것은 이런 교육을 기본으로 한 국민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일본인들은 타 민족에 대해서도 동일한 가치관을 적용하고 있는 것일까?

전무후무한 지진.쓰나미.원전폭발.방사능 유출.일본산 먹거리 방사능 위험.세계 각 국의 일본산 브랜드 보이콧이라는 연속 위기 속에서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우리나라는 일본과의 역사를 잠시 뒤로 한 채, 인도주의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런 우리에게 일본이 보여준 모습은 어떠한가. 원전 폭발사고 7등급으로 최악의 방사능 유출이 계속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는 과정에서 이웃나라에 사전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또한 일본 문부과학성은 독도를 일본의 영토라고 기술한 일반사회, 지리, 역사 교과서 12종 사회 교과서에 대한 검정을 통과시켰다.

일본 국내에서 자국민끼리는 그렇게 배려하고 질서를 잘 지키고 양보 잘하는 일본인들이 왜 이렇게 무고한 그리고 과거의 역사도 뒤로 한 채 도와주려하는 이웃나라 국민들에게는 잔인하고 무책임한 것일까.

이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는 ‘메이와쿠 가케루나(他人に 迷惑を 掛けるな)’라는 문구를 잘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 문구의 이면에는 ‘남의 일에 상관하지 않는다는, 남의 일에 간섭 말라는 자기중심주의’가 어느 정도 깔려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일본은 그 묘한 이중성을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발휘하는 것은 아닐까.

역사적 과오를 진실한 마음으로 인정하고 이웃나라들과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독일의 모습에서 일본이 본받아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웃나라의 온정도 곧 사라질 것이며, 일본이 자랑하는 브랜드(캐논, 올림푸스, 아사히맥주, 마일드세븐, 소니 등 역사 왜곡 교과서 주도 우익단체 지원)를 통한 국익도 모두 잃을 것이 분명하다.

오랜 시간 ‘메이와쿠 가케루나(他人に 迷惑を 掛けるな)’ 를 새기며 남을 철저하게 배려하는 일본이라고 세계를 향해 이야기하고 싶다면 먼저, 그 문장이 가진 진정한 배려, 그 참 된 의미를 이웃 국가 그리고 전 세계에도 동일한 가치관을 가지고 베풀어야 할 것이다. <헤드라인제주>

<오경중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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