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에 상추-깻잎 밭이?..."요거 내가 키웜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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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에 상추-깻잎 밭이?..."요거 내가 키웜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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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2동 '텃밭 이야기', 시민들이 직접 가꾸는 '농원'
공약 이행 강경식 의원 "많은 시민 참여 유도하겠다"

"이제 내 새끼들인데 잘 키워봐야주."

깻잎, 상추, 토마토, 고추 등 다양한 작물이 도심 한복판에서 자라난다. 누구의 힘을 빌리는 것도 아닌 시민 스스로 자신의 텃밭을 가꿔나가게 된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강경식 의원(민주노동당)과 제주시 이도2동(동장 강진호)은 16일 오전 10시 남광초등학교 옆 남광경로당 인근 공한지에서 강 의원을 비롯해 이석문 교육의원, 강진호 이도2동장, 지역 주민, 남광초등학교 학생 수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도2동 도시 텃밭 이야기' 발대식을 열었다.

텃밭을 일구고 있는 이도2동 주민들. <헤드라인제주>
텃밭을 일구고 있는 이도2동 주민들. <헤드라인제주>
새롭게 출발하는 '텃밭 가꾸기 사업'은 지난해 6.2지방선거 당시 강경식 의원의 5대 공약사항 중 하나였던 '도심지 어르신 텃밭 조성'이 발전된 형태로 추진된 것이다.

이도2동 남광경로당 옆 1600여㎡(약 500평)의 공한지는 지역 주민들과 어르신들이 작물을 심어 가꾸는 텃밭으로 꾸려지게 된다. 1인당 10평씩 분양되며, 분양받은 땅에는 자신이 선택한 묘목을 심게된다.

남광초등학교 동쪽 330㎡(약 100평)의 시유지에는 남광초 5학년 학생들이 직접 작물을 심는 땅이 마련됐다.

본격적인 밭 고르기 작업에 앞서 강경식 의원은 "콘크리트, 아스팔트에 둘러 쌓인 도심에서는 이웃들과 단절되고 멀어질 수 밖에 없었다"며 "텃밭을 가꾸면서 이웃들간의 서로를 생각하는 아름다운 공동체가 복원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제주의 척박한 땅은 어르신들이 직접 일구며 아름답게 가꿔온 것"이라며 "텃밭 사업은 생명이 깃든 땅을 직접 밟고, 농민들의 삶의 땀방울을 직접 느껴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16일 열린 '이도2동 도시 텃밭 이야기' 발대식. <헤드라인제주>
'이도2동 도시 텃밭 이야기'에서 참가자들이 모종을 심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또 강진호 동장은 "도시를 아름답고 푸르게 하기 위해 강경식 의원과 많은 고민을 하면서 텃밭 가꾸기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하며 "많은 평수는 아니더라도 직접 농사를 지어보는 계기로 인해 이도2동이 하나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강 동장은 "어린이들은 농사가 어떻게 지어지는지 직접 겪어봄으로써 체험활동은 물론, 농업인에 대한 고마움을 갖게될 것"이라며 "올해말에는 어린이들이 작성한 감상문으로 책을 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농삿일 베테랑, 밭고르기 작업 '거뜬'

발대식 행사가 끝나고, 만반의 준비를 마친 시민들이 속속 자신에게 할당된 땅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어 손 닿지 않았던 척박한 땅의 돌을 골라내는 작업에 돌입했다.

10평이라 해도 만만한 크기는 아닌터라 돌을 골라내는 작업도 쉽지 않았다. 연신 허리를 굽혔다 폈다 반복하며 돌을 나르는 작업은 노인들은 물론 젊은이들이 하기에도 고된 작업이다.

그러나 참여한 이들은 능수능란한 몸놀림을 보이며 가볍게 돌을 걷어냈다. 특히 어르신들의 연륜은 빛이났다.

"그건 어디 데껴불게 아니라 옆에당 영 쌓아 놓는거라." 골라놓은 돌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어리둥절해 있는 이웃밭 젊은이에게 돌을 밭 옆에다 쌓아 놓으라고 조언을 던져준다.

챙모자와 장갑은 물론 팔토시에 간이의자까지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25년만에 다시 밭으로 나왔다는 현순화 할머니(75)는 "오랜만에 밭을 고르려고 하니 재미있기도 하고, 참 신기하다"며 웃음을 지었다.

표선리에서 콩과 유채 농사를 지었던 현 할머니는 "내가 농사를 지을때 까지만 해도 돈 나올곳이 없으니 동네에다 씨 뿌려서 아이들 공부시키고 살았다"고 말했다.

텃밭을 일구고 있는 이도2동 주민들. <헤드라인제주>
텃밭을 일구고 있는 이도2동 주민들. <헤드라인제주>
양종선 할머니(81)도 사정은 비슷했다. 30년전까지 농사를 지었던 양 할머니는 보리와 유채를 심으며 가족들을 부양해왔다. "농삿일 한다고 아이들 고생시킨거 지금도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고 말한 양 할머니.

그러나 30년만에 나온 밭은 무겁고 고되던 그 때의 농사와는 사뭇 달랐다. 자신의 밭에 콩을 심겠다며 양 할머니는 "생각날때 한번씩 오면서 거름도 주고, 물도 주다보면 잘 자라지 않겠나"라고 말하며 미소를 띄었다.

이도2동 골든별어린이집도 10평의 땅을 분양받았다. 이날 밭을 갈러 온 어린이들은 선생님보다 더 열심이다.

임복순 골든별어린이집 원장은 "수확물은 아이들의 급식 재료로 쓰이게 될 것"이라며 "직접 농사를 지어보는 현장학습 차원에서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가지와 고구마를 심을 계획이라는 임 원장은 "특히 아이들은 겉으로 보여지는 나무나 밭에서 나는 수확물보다 땅 속에서 여물은 고구마나 감자 등을 볼 때 놀라고는 한다"며 손을 쉬지 않았다.

상자텃밭을 준비하는 관계자들. <헤드라인제주>
토지에 밭을 분양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서는 '상자텃밭'이 분양됐다.

제주이어도지역자활센터의 주관으로 분양되는 상자텃밭은 약 1㎡ 크기의 나무상자에 상추와 겨자, 치커리, 쑥갓, 샐러리 등의 모종을 심고 집에서 키울 수 있도록 나눠졌다.

저소득층 주민들에게는 무료로 주어졌고, 일반 참여자에게는 1만원의 참가비를 받았다. 모인 자금은 이후 이도2동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될 예정이다.

# "옥수수, 토마토 언제 자랄지 기대되요"

같은 시간 남광초등학교 동쪽의 시유지에서는 남광초 학생들이 고사리 손으로 밭을 일구고 있었다.

어른들의 경우 콩이나 고추, 상추, 깻잎 등이 인기가 있었던 반면, 어린이들의 땅에는 옥수수, 토마토, 방울토마토 모종이 심겨졌다.

의욕이 앞선 어린이들은 신발과 바지가 흙으로 더럽혀져지만 모종을 심는데 열심이었다. 혹여 심어놓은 모종을 밟게되지는 않을까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기는 어린이들의 모습도 진풍경이었다.

이미 '학교 옆 우리밭'은 생태 체험의 장으로 변모한 모습이었다.

모종에 물을 주는 어린이들. <헤드라인제주>
남광초등학교 5학년 7반 고지원, 이소원, 이주연, 방주희, 조원정, 김윤우, 장수민, 강승미, 조찬미, 고채연 어린이. <헤드라인제주>
생드르영농조합 선생님에게 설명을 꼼꼼히 챙겨들은 김나영 어린이는 "파란 잎사귀의 모종은 보통 토마토가 나오고, 노란 잎사귀의 모종에서는 노란 토마토가 나온다"며 친구들에게 다시 설명을 해줬다.

특히 남광초 5학년 7반 어린이들의 단합은 단연 돋보였다. 7반 어린이들은 선생님의 지도하에 질서있게 밭을 가꿨나갔다.

옥수수를 심었다는 방주희 어린이는 "너무 즐겁고 재미있다"며 "TV에서만 보던 농촌체험을 한 것 같다"며 웃었다. 이주연 어린이도 "방울 토마토랑 옥수수가 언제 자라게 될지 너무 기다려진다"며 "앞으로도 우리 밭을 잘 가꿔나가겠다"고 말했다.

# 강경식 의원 "도시텃밭 양성과정 계획 중"

강경식 의원은 "지난 6.2지방선거 당시만해도 공약을 내걸때 어르신들을 위한 공약으로 제시했는데, 주민들의 반향이 상당히 좋아 어린이와 마을주민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동에서 예산을 지원받고, 이도2동 주민들의 땅을 빌려 제주이어도지역자활센터, 생드르영농조합 등의 기술적인 도움까지 받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제주도의회 강경식 의원. <헤드라인제주>
그는 "이번에 사업을 추진할때도 40여명이 넘는 신청자가 몰려 모두에게 땅을 분양해주지 못했다"며 "현재는 500평으로 시작하지만,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사업을 확장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강 의원은 "앞으로 도시텃밭 지도자 양성 과정 등을 운영해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활용하는 등의 방안도 모색할 계획이고, 어린이들을 위한 친환경 교육과 텃밭교육도 병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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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종을 심는 어린이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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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2동주민되고파 2011-04-18 17:19:06 | 119.***.***.72
이도2동주민들은 참 좋겠다~ 텃밭가꾸기 전 지역으로 확산됐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