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없는 도서관..."왜 그런가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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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없는 도서관..."왜 그런가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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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도서관 장애인시설 '부실'..."1층만 쓰라는게요?"

매년 4월 12일부터 18일에는 시민들에게 도서관의 가치를 일깨워 주기 위한 '도서관 주간'이 운영된다. 전국적으로 진행되는 이 기간중 제주도내 도서관들은 시민들이 책과 친해질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도서관 주간'에 각 도서관은 '감명깊은 작품 구절 공모전', '잡지 과월호 무료배부', '북아트.책 캐릭터 만들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대부분 평소에 찾아오지 않았던 시민의 발걸음을 돌려보겠다는 취지로 운영되는 이벤트들이다.

사용이 중지된 우당도서관 승강기. <헤드라인제주>
하지만, 제주지역 3만명에 육박하는 장애인들은 여전히 도서관을 방문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편의시설이 너무나 열악한 탓이다.

'도서관 주간'을 맞아 우당도서관, 탐라도서관, 제주도서관 등 제주시내 가장 많은 시민들이 찾고 있는 3개 주요도서관 장애인 시설의 실태를 살펴봤다.

# 우당도서관, 승강기는 '있으나 마나'

3개 열람실을 운영하고 있고, 보유 자료량도 풍부해 구도심 지역 시민들이 즐겨찾는 제주시 우당도서관. 낡은 시설을 탓해야 하는 것일까.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은 상당히 열악했다.

계단수가 많은 우당도서관. <헤드라인제주>
지난해까지 얕은 턱이 있던 진입로에는 어느새 휠체어 전용 통로가 개설돼 있었다. 그러나, 막상 건물 내부로 들어가면 휠체어 장애인들의 활동 범위는 극히 좁아졌다.

도서관의 구조상 2층과 3층에 주요 이용시설이 몰려있는데, 건물 중앙의 승강기에는 '사용중지' 딱지가 붙어있었던 것이다. 도서관 이용자들은 승강기가 멈춘 것이 꽤 오래전부터라고 설명했다.

현 상황대로라면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1층에 위치한 몇몇 자료실뿐이고, 2-3층에 위치한 디지털자료실이나 열람실 등은 사용할 수 없는 형국이다. 도서관의 층간 계단수도 상당히 많은 편이라 장애인들이 오르기에는 애를 먹을 수 밖에 없다.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도 1층 계단 앞에만 설치돼있을 뿐 도서관 입구나 다른 층계에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장애인화장실이 별도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부분도 아쉬움을 남겼다.

승강기가 설치돼 있지 않은 탐라도서관. <헤드라인제주>
경사면이 가파른 탐라도서관 건물 내부. <헤드라인제주>
# 탐라도서관, 3층 자료실 이용은 '그림의 떡'

신제주에 위치한 탐라도서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1988년에 준공된 탐라도서관 건물에는 승강기 자체가 아예 없다. 건물 내부도 대체로 좁은편이고, 계단이 많아 이동이 자유롭지 못했다.

열람실은 1층에 있었지만, 종합자료실이나 디지털자료실 등은 3층에 위치해 있어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없었다. 나름 2층까지는 경사로를 만들었지만, 이 또한 경사각이 매우 가파른 모습이었다.

장애인화장실이 마련돼 있는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탐라도서관 내 장애인화장실. <헤드라인제주>
사정이 이렇다보니 탐라도서관과 우당도서관에는 수 많은 시민들이 방문함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이용객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고 전해졌다.

# 제주도서관, 별도 장애인열람실 조성

반면 제주학생문화원과 인접해있는 제주도서관의 경우 나름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에 갖춘 것으로 보여졌다.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승강기에는 '장애인과 노약자만 이용해주세요'라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특히 제주도서관에는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장애인열람실'이 따로 조성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제주도서관 내 장애인화장실. <헤드라인제주>
제주도서관에 비치된 보청기와 확대기. <헤드라인제주>
다른 열람실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장애인열람실 내부에는 휠체어를 타고 온 이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전동형 테이블이 마련돼 있었다.

자료실에는 청각과 시각에 문제가 있는 방문객을 위한 보청기와 돋보기 등의 장비도 비치돼 있었다. 1층에는 장애인전용 화장실도 마련돼 있어 큰 불편함이 없도록 조치됐다.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이용하는 장애인이 있다는 점도 장애인시설의 편의성을 모색했기 때문으로 평가되고 있다.

제주도서관 고병률 자료지원부장은 "도서관 운영에 있어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에만 모든 초점을 맞출 수는 없기에 미흡한 점이 있을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시설을 갖추기 위해 고민하며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서관 주간', 시민들을 도서관으로 불러모으기 위한 취지로 운영되는 것이라면 우리 사회의 한 축인 장애인들이 찾아오게끔 하는 지원도 다시금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헤드라인제주>

제주도서관에 비치된 전동형 높낮이 조절 테이블. <헤드라인제주>
제주도서관 내 장애인열람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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