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벚꽃축제에 없었던 것은 벚꽃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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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벚꽃축제에 없었던 것은 벚꽃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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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권 이야기] (11) 이상협 /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코디네이터

이상협 활동보조코디네이터.<헤드라인제주>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제주의 가장 큰 축제 중 하나인 제주왕벚꽃축제가 열렸다. 이번 축제는 제주시민복지타운에서 개최됐다. 하지만 행사장을 찾은 나는 이곳 행사장에는 없는 것이 너무 많다는 걸 느꼈다.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바로 장애인이다. 이런 행사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올 법도 한데 그 많은 인파속에 휠체어를 탄 사람은 한 사람도 보지 못했다. 왜일까? 축제현장을 가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알지만 인식은 못했을 것이다.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전혀 없었다는 것을.

장애인 화장실도 없었고, 휠체어가 들어 갈 수 있는 길도 없었다. 하다못해 장애인을 위한 안내 표지판 하나 없었다.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를 물었을 때 모두들 ‘도민을 위한 축제?!’라고 행사를 진행하는 사람, 홍보하는 사람, 심지어 TV 에서도 들었던 말이지만, 정작 그 도민에서 장애인은 빠져 있었던 것이다.

너무나도 어이가 없었다. 행사진행을 하는 사람들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행사를 진행하도록 한 것일까? 이번 행사는 제주시에서 주최한 행사라는 점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의거된 제8조 제2항의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 등에게 정당한 편의가 제공 될 수 있도록 필요한 기술적,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하여야 한다.’는 조항에 위배되는 행사 진행이었다.

사람들이 걷고 있는 길은 휠체어가 전혀 갈 수 없는 자갈밭 길이었고, 즐비한 음식점 안에 비좁게 놓여 진 탁자들 역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들어갈 수 없는 좁은 공간만을 내주고 있었다.

내가 만약 휠체어를 탄 장애인과 함께 행사장에 왔으면 오히려 내가 힘들어 축제를 즐길 수 없는, 그야말로 장애인과 함께 할 수 없는 축제현장이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그저 불쌍하고 이런 행사랑은 어울릴 수 없는 존재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일까?

옆으로 유모차를 밀고 지나가는 한 가족을 보았다. 작은 돌부리에 걸려 몇 번을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며 힘겹게 아이를 데리고 다니던 어머니의 얼굴은 즐거운 축제현장과는 대조되는 힘들고 불만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장애인 뿐만 아니라 어린아이를 데리고 다닌 이 가족들도 도민의 축제인 이번 행사에서 편의가 배제된 사람들인 것이다.

많은 사람이 공감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주변에 장애인이 함께 살고 있고, 어느 장소든 어떤 행사든 어떤 물건, 건물 등을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누구든 이용 할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은 쉽게 잊는다. 아니, 인식조차 못한다.

장애인만 이용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장애인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나 물건은 누구든 쓰고 이용할 수 있다는 걸 우리는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편의시설이 견비(兼備) 된 건물을 생각해보면 계단 옆의 경사로는 장애인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니라 계단을 오르기 힘든 사람은 누구든 옆의 경사로를 통해서 올라 갈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든 분들께 말하고 싶다. 앞으로는 이런 행사뿐만 아니라 식당이나 공공장소, 어느 장소이든 간에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한번쯤 생각 해보는 ‘인식(認識)’이 필요하다는 것을. <헤드라인제주>

<이상협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보조코디네이터>

장애인인권 이야기는...

   
장애인인권포럼 심벌마크.<헤드라인제주>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앞으로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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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금 2011-04-13 14:28:19 | 125.***.***.177
저도 개최 첫날 다녀왔는데 님 말씀처럼 휠체어는 한대도 못 본거 같네요..
장애인편의시설이 되어 있으면 장애인뿐아니라 비장애인도 더 편해지는데 왜 그걸 모를까요~ 안타까워요^^

동의합니다. 2011-04-13 14:04:10 | 119.***.***.14
좋은 글입니다. 김병립 시장은 제발 좀 정신차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