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공연'은 소음이다?, "하나의 문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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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공연'은 소음이다?, "하나의 문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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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人제주] (27) 외국인 밴드 '포배가본즈' 드러머 트로이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서 공연..."재미 추구, 관객 박수에 보람"

토요일 저녁 제주시청 어울림마당. '쿵짝쿵짝' 흥겨운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시민들은 벤치에 앉아 리듬에 맞춰 박수를 치며 흥을 돋웠다.

그런데 들려오던 노래 가사는 한글이 아닌 유창한 영어. 그 곳에서는 서양계 외국인 남자 4명이 기타, 베이스, 드럼, 보컬을 맡아 거리 공연에 한창이었다.

음악소리를 널리 퍼뜨리게 할 스피커나 마이크도, 화려한 조명도 갖추지 않은 그들이었지만, 표정만큼은 진정 음악을 즐기는 듯 보였다.

트로이 맥 랠란.<헤드라인제주>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포배가본즈. 빨간 옷이 트로이. <헤드라인제주>
앞에 놓인 기타 가방에는 시민들이 놓은 100원 짜리 동전, 1000원 짜리 지폐가 차곡차곡 쌓여갔지만 액수는 1만원 남짓. 액수는 중요하지 않았다.

밴드 멤버인 트로이 맥 랠란(Troy Mac Lellan, 38)은 "돈을 벌기 위한 공연이 아니다. 그저 즐기면 그만"이라며 드럼 연주에 열을 올렸다.

밴드의 이름은 포배가본즈(Four Vagabonds). 드러머를 맡고 있는 트로이로부터 밴드 공연의 뒷 얘기를 들어봤다.

# "영어 강사 4명이 모여 밴드 결성...재미 추구"

캐나다 출신인 트로이는 지난 2007년 제주에 정착했다. 고향인 캐나다를 떠나 한국과 일본을 놓고 고민하던 중 제주의 자연을 담은 사진을 보고 제주행을 택했다.

여러 학원에서 영어 교사 생활을 하던 그는 지난해부터 제주관광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영어 강의를 맡고 있다.

학교에서는 푸근한 분위기의 영어 선생님으로 통하지만, 밴드에서는 듬직한 드러머로 변신한다.

트로이가 포배가본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음악과의 인연은 그가 15살 때부터 시작됐다. "그 무렵부터 음악을 줄곧 접했어요. 본격적으로 악기를 연주하기 시작한 것은 24살쯤? 처음엔 기타로 시작했지만 노력한 끝에 지금은 기타와 베이스, 드럼까지 연주할 수 있게 됐어요."

캐나다를 떠나 제주에 와서도 음악에 대한 갈증을 느끼던 그는 마음 맞는 동료 3명을 만나게 됐고, 포배가본즈를 결성하게 됐다.

팀 이름처럼 '네명의 방랑자'들이지만 제주를 아끼고,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 만큼은 하나 같다고.

팀명까지 만들고 멤버 각자가 하나의 파트를 맡고 있지만 엄연히 말해 전업 밴드는 아니다. 멤버들 모두 영어 강사로 활동하고 있고, 밴드 결성 목적은 '재미'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공연할 때 기타 가방을 놓고 돈을 받기는 하지만, 결코 돈이 목적은 아니에요. 그저 즐기는 거죠. 국적을 떠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 공연을 보고 박수를 쳐주는 모습에 보람을 느껴요."

# "공연하지 말라고 할까봐 걱정...하나의 문화로 봐주세요"

밴드에 대한 이야기를 한창 풀어나가던 도중, 트로이가 갑자기 걱정스런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혹시 이 기사를 읽고 제주시에서 우리 밴드의 공연을 막으면 어쩌죠?"

"아마 그럴리 없을 것"이라 안심시키긴 했지만, 내심 걱정스러웠다. 아직까지 포배가본즈의 공연이 경찰이나 제주시에 의해 무산된 적은 없었지만, 트로이는 항상 그 부분이 걱정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어울림마당에서 공연하려면 제주시에 신고해야 한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돈을 벌려는 것도 아니고, 단지 즐기기 위한 하나의 문화일 뿐인데 신고까지 해야하는 것은 좀 심하다고 생각해요."

트로이는 캐나다나 미국, 유럽국가에서는 거리에서 누구든지 즉흥적으로 공연하는 장면을 매일같이 접할 수 있다고 했다.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포배가본즈. <헤드라인제주>
그런데 제주에 와서 생활하는 5년 동안 외국인은 물론 한국인들이 거리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문화적 차이겠죠. 거리에서 공연하는 것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일 수도 있고요. 시끄럽다고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조금만 열린 마음을 갖고 있으면 거리 공연이 얼마든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주에서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요."

트로이의 포배가본즈는 조만간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그들의 공연이 방해받지 않고, 제주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는 날이 올 수 있을까. <헤드라인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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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배 어린이 2011-04-06 14:09:24 | 211.***.***.89
시청 팩토리bar에서 나랑 친구한 양반이네...역시 멋진 사람...keep it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