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의 진혼곡, "하늘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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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섬의 진혼곡, "하늘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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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63주기 희생자 위령제 봉행..."반역의 세월 넘어 화해와 상생"
김황식 국무총리 참석...궂은 빗속 추모 행렬 이어져

63년 전 1948년 4월3일 제주에서는 한국 현대사 최대 비극인 제주4.3사건이 발발, 수많은 제주도민들이 하염 없는 눈물을 흘려야 했다.

시간의 흐름 속에 4월3일은 올해에도 어김 없이 찾아왔고, 그날의 눈물은 아직도 마르지 않았다. 하늘도 4.3영령들의 아픔을 함께 했는지 3일 제주도 곳곳에 차가운 비를 뿌렸다.

제주4.3사건 제63주기를 맞은 이날 제주 섬에는 4.3영령들을 추모하는 진혼곡이 울려퍼졌다. 제주4.3평화공원에서는 제주4.3사건 희생자 위령제 봉행위원회의 주관으로 '제63주년 제주4.3사건 희생자 위령제'가 봉행됐다.

4.3사건 제63주기 희생자 위령제가 3일 평화공원에서 봉행됐다. <헤드라인제주>
김황식 국무총리(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장정언 4.3평화재단 이사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오전 10시 '혼과 백이 하나 되어'라는 식전 문화행사로 시작된 위령제는 정부대표로 김황식 국무총리를 비롯해 제주도내 각급 인사와 유족, 도민 등 1만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엄수됐다.

정치권 인사들로는 한나라당에서는 정두언 최고위원이 참석했다. 민주당에서는 박지원 원내대표가, 민주노동당에서는 이정희 대표가, 진보신당에서는 조승수 대표가 참석했다. 국민참여당에서는 유시민 대표와 오옥만 최고위원이, 창조한국당에서는 공성경 대표가 참석했다.

식전 문화행사에 이어 오전 11시 위령제 의식은 △주요 기관장의 헌화 및 분향 △경과보고 △장정언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의 고유문 낭독 △우근민 제주지사의 주제사 △문대림 제주도의회 의장이 추모사 △김황식 국무총리의 추도사 △추모시 낭송 △4.3유족회장 인사 △헌화 및 분향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사진 오른쪽부터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공성경 창조한국당 대표. <헤드라인제주>
위령제에 앞서 제주민예총 주관 식전 문화행사가 이뤄졌다.<헤드라인제주>
위령제에 앞서 제주민예총 주관 식전 문화행사가 이뤄졌다.<헤드라인제주>
위령제에 앞서 제주민예총 주관 식전 문화행사가 이뤄졌다.<헤드라인제주>

# 장정언 이사장 "영령들이여, 화해와 상생의 세상에서 영면하소서"

위령제에서는 장정언 4.3평화재단 이사장이 먼저 고유문을 낭독했다.

장정언 이사장은 "암울했던 역사의 소용돌이에 속절없이 스러져간 곱디고운 임들의 넋을 기리는 후손들은 미어지는 가슴 부여잡고 제63주년 제주4.3사건 희생자 위령제를 봉행한다"며 "해원을 염원하는 추모의 정이 오롯이 영령님들께 닿아 영면에 이르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말했다.

"4월 제주의 들판은 봄의 정취를 가득 머금은 봄꽃과 대지의 온기를 품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향기어린 봄꽃은 후손들이 바치는 헌화이며, 봄빛 아지랑이는 향불이 될 것입니다. 하오니 모든 원한 내려놓으시고, 화해와 상생의 세상에서 부디부디 영면하소서."

장정언 4.3평화재단 이사장이 고유문을 낭독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4.3사건 제63주기 희생자 위령제가 3일 평화공원에서 봉행됐다. <헤드라인제주>
우근민 제주지사가 주제사를 낭독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우근민 지사 "역사교과서에 정확한 4.3 수록, 역점 추진"

우근민 제주지사는 주제사에서 "다시 4월3일, 오늘은 예순 세 돌"이라며 "억울하게 돌아가신 4.3영령들께 머리 숙여 깊이 애도한다"며 추모했다.

우 지사는 "한국 현대사를 통틀어서 제주4.3사건처럼 한 지역 전체가 철저히 유린되는 큰 아픔을 겪은 곳은 제주 밖에 없다"며 "하지만 아직도 4.3해결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어 민선도지사로서 4.3유가족과 제주도민 여러분께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과제와 함께 향후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4.3해결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진상 규명과 객관적 역사를 국민들께 알리는 것"이라며 "이러한 이유에서 4.3희생자 및 유족의 추가 신고를 위한 4.3특별법 시행령 개정은 아주 긴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제주4.3사건의 원인이 무엇인지, 여기에 따른 참상과 결과는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제주4.3의 정확한 진상규명에 기초한 객관적 역사적 사실을 초.중.고교 검인정 역사교과서에 올곧게 수록하는 일을 역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우 지사는 "제주4.3해결이 제주공동체가 소중하게 지켜온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중요한 선결 과제임을 확신한다"며 "4.3해결을 통해서 제주도민 모두가 하나가 되고 이념적 굴레에서 벗어나 평화와 인권의 보편적 가치가 꽃피울 수 있도록 4.3위령사업을 다양하고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우근민 제주지사와 문대림 도의회 의장이 4.3영령의 넋을 기리며 헌화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홍성수 4.3유족회장과 장정언 4.3평화재단 이사장, 우근민 제주지사, 문대림 도의회 의장이 4.3영령의 넋을 기리며 헌화하고 있다.(왼쪽부터)<헤드라인제주>

# 문대림 의장 "4.3완전 해결 위한 정부 지원 절실"

문대림 제주도의회 의장은 추모사에서 "오늘 우리는 4.3 63주기를 맞아 다시 영령들의 제단에 향을 사르고 제를 올린다"면서, "불행한 역사 속에서 무고한 희생을 당해야 했던 그 큰 한을 모두 푸시고 부디 영면하시길 바란다"며 추모했다.

문 의장은 "4.3특별법이 제정되고 대통령의 공식 사과도 있었지만, 여전히 가야할 길은 멀고 해결해야 할 숙제는 많다"며 "4.3을 국가추념일로 지정해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4.3희생자 및 유족의 추가신고 기간도 연장돼야 한다"며 "또 4.3생존 희생자와 고령 유족에 대한 정부 차원의 예산 지원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4.3평화공원 조성사업과 4.3유적지 복원 및 정비사업도 차질없이 진행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4.3완전 해결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관심과 지원, 그리고 제주도민들의 열정과 헌신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라며 "오늘 위령제에서 모아진 뜨거운 열기로 4.3 완전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황식 총리 "4.3은 현대사 소용돌이 속에서 빚어진 큰 비극"

김황식 국무총리는 추모사에서 "제주4.3사건은 굴곡진 우리 현대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빚어진 큰 비극이었다"면서 "4.3사건으로 무고하게 희생되신 분들의 영전에 머리 숙여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언은 과거 노무현 정부시절 '공권력에 의해 많은 희생이 발생한 사건'이란 정의에 비해서는 구체성이 떨어졌지만 '무고하게 희생된'이란 말로 이념적 갈등을 넘어 화해와 상생으로 가야함을 분명히 했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추모사를 낭독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김황식 국무총리가 4.3영령의 넋을 기리며 봉헌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김황식 국무총리가 헌화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김 총리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을 가슴에 안고 살아오신 유가족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유족들을 위로했다.

그는 "그러나 반세기가 넘도록 억울하다는 말도 못한 채 통한의 세월을 살아오신 유가족과 제주도민 여러분의 한(恨)은 아직도 온전히 씻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정부차원의 지원을 계속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김 총리는 "지난달 말 뒤늦게 그동안 행방불명인 채로 땅속에 묻혀있던 396구의 유해를
봉안관에 모셨지만, 이렇듯 우리 가슴 속에 4.3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지난 2000년 '제주 4.3특별법'이 제정된 이래 정부 차원에서 진상규명과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왔다"고 말했다.

또 "이런 가운데 지난 1월 제주4.3위원회를 열어 희생자 결정과 평화공원 3단계 사업 추진계획안을 의결했다"며 "저는 이번 위원회를 통해 그동안 지연되어 온 희생자 결정을 마무리 할 수 있게 된 것을 매우 뜻 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랜 시간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주신 유가족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정부는 앞으로도 4.3의 진실을 밝히고 가신님들의 넋을 기리는 일에 온 정성을 다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4.3 원혼들의 억울한 죽음이 헛되이 잊혀지지 않도록 그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는 일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어 "오늘 이 위령행사가 열리고 있는 이곳 제주 4.3평화공원은 평화와 인권의   성지로 자리 잡고 있다"며 "우리는 이곳에서 세계의 냉전과 민족의 분단이 빚어낸 우리 현대사의 비극을 화해와 상생으로 극복해낸 제주도민의 위대한 정신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사의 아픔을 딛고 제주 또한 평화와 번영의 섬으로 거듭나고 있다"며 "이제 제주는 우리나라 유일의 특별자치도로서 고도의 자치권을 가지고 모범 지자체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한 후,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을 비롯한 모든 도민이 더욱 힘을 모아 나간다면 제주는 우리가 꿈꾸는 선진 일류국가 건설의 소중한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위령제가 봉행된 4.3평화공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김황식 국무총리가 위령제가 봉행된 4.3평화공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추모시..."진흙 속에 핀 꽃이 좋더라"

이어 올해 제주4.3사건 63주기 전국 청소년 문예작품 시 부문 대상으로 선정된 고나윤 학생(제주서중 3학년)의 추모시 '꽃'이 낭송됐다.

고나윤 학생이 추모시를 낭독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온실 속에 곱게 자라는 꽃들은 좋겠다.

여린싹을 뒤 흔드는 성난 바람에
맞서 싸울 일이 없으니 좋겠다.

뜨거운 햇살 아래 애타게
물 한 모금 구걸할 일도 없으니 좋겠다.

그래도 나는.
진흙 속에 핀 꽃이 좋더라.

언 땅을 뚫고 힘겹게 피어난
꽃이 더 좋더라.

가뭄 속에 끝끝내 긴 긴 생명줄을 지켜 낸
꽃이 눈물겹도록 좋더라.

웬만한 바람은 몸으로 받아들이고
아픔을 견뎌 아름다워 질 줄 아는

그런 진흙탕 속에 핀 꽃들이
난 정말 좋더라.
 
#홍성수 유족회장 "이 대통령 참석치 못해 안타깝다"

홍성수 제주4.3사건희생자 유족회장은 유족을 대표한 인사말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4.3위령제에 참석해줄 것으로 크게 기대했으나 참석치 못하게 된 것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의 불참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그러나 김황식 국무총리가 대신 참석해 그나마 위안을 갖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4.3을 국가추념일로 지정하고, 제주가 화해와 상생으로 평화의 섬으로 우뚝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위령제 의식이 마무리된 후에는 마지막 순서로 헌화 및 분향이 이뤄졌다. 제단 앞에 길게 줄을 서서 국화꽃을 헌화하는 유족들은 영령의 명복을 빌며 눈시울을 붉혔다. <헤드라인제주>

제주지역 각 정당 대표들이 헌화.분향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도의회 의원들이 헌화.분향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김태환 전 제주지사와 신구범 전 제주지사가 헌화.분향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도의회 의원들이 헌화.분향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4.3희생자 유족들이 헌화.분향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4.3희생자 유족들이 헌화.분향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4.3희생자 유족들이 헌화.분향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김황식 국무총리(사진 오른쪽)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lt;헤드라인제주&gt;
김황식 국무총리(사진 오른쪽)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김황식 국무총리가 4.3영령에 묵념하고 있다. &lt;헤드라인제주&gt;
김황식 국무총리가 4.3영령에 묵념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문대림 의장이 추모사를 낭독하고 있다.&lt;헤드라인제주&gt;
문대림 의장이 추모사를 낭독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4.3희생자 유족들이 헌화.분향하고 있다. &lt;헤드라인제주&gt;
4.3희생자 유족들이 헌화.분향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4.3희생자 유족들이 헌화.분향하고 있다. &lt;헤드라인제주&gt;
4.3희생자 유족들이 헌화.분향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4.3영령의 넋을 기리며 분향하고 있는 김병립 제주시장.&lt;헤드라인제주&gt;
4.3영령의 넋을 기리며 분향하고 있는 김병립 제주시장.<헤드라인제주>

4.3희생자 유족들이 헌화.분향하고 있다. &lt;헤드라인제주&gt;
4.3희생자 유족들이 헌화.분향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김황식 국무총리가 4.3영령의 넋을 기리며 분향하고 있다.&lt;헤드라인제주&gt;
김황식 국무총리가 4.3영령의 넋을 기리며 분향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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