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에 빠진 도정, "받아들일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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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에 빠진 도정, "받아들일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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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공개토론회 제안에 당혹해하는 진짜 이유는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들이 31일 우근민 제주지사에 대해 '공개적인 정책토론회'를 제안하고 나서자, 제주도당국이 이의 수용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강정마을 주민들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공개토론회는 도지사와 강정마을이 공동으로 주관하고, 각각 발제자 1인과 토론자 2인을 선정해 진행하는 방식이다.

가능하다면 TV 생중계를 통한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 해군기지 문제를 풀어나갈 해법을 찾아보자는 것이 토론회 개최의 주된 이유다.

강정마을회는 4월5일까지 정책토론회에 수용할지 여부에 대한 답변을 달라고 했다. 만약 토론회를 수용하지 않으면 도민들을 대상으로 공개토론회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제안에 제주도당국은 내심 고민하는 모습이다.

제주도의 한 관계자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검토를 해보겠지만, 갑작스런 공개토론회 제안이 당황스럽고 참 답답하다"고 말했다.

"공개토론회를 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해군기지 문제는 정부를 상대로 해 협의하고 풀어나가야 할 문제인데, 강정마을 주민들과 제주도가 토론을 갖는다는 것은 좀 그렇다"고 난색을 표했다.

그는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좀더 진지하게 이 문제를 검토하고, 토론회 수용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표면상으로는 '공개토론회'의 수용이냐, 불수용이냐를 놓고 고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더 큰 고민은 다른데 있는 듯 했다.

실제 제주도당국이 걱정하는 것은 강정마을 주민들과의 '관계'로 보인다. 자칫 공개 토론회를 기점으로 해 도정과 강정주민들과의 관계가 급속도로 경색될 것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사실 민선 5기 제주도정 출범 후 강정마을 주민들과 제주도당국의 직접적 충돌은 거의 없었다. 소통이 거의 단절되다시피 했던 민선 4기 때와 비교하면 상당부분 완화된 것이다.

하지만 분위기는 다시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해군기지 공사가 강행되는 가운데 번번히 강정마을 주민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고, 최근에는 도의회 절대보전지역 해제 취소의결과 관련한 제주도당국의 태도에 다시 불만들이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결정적으로 공개토론회의 제안은 '평화와 해군기지의 양립문제'에 대한 시각차에서 표출됐다고 할 수 있으나, 공개토론회 제안을 기점으로 해 관계는 더욱 악화될 개연성이 크다.

민선 4기 때와 같은 정면충돌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이러한 '관계 악화'의 분위기는 공개 토론회를 선뜻 수용한다고 해서 풀릴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강정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도지사가 절대보전지역 해제처분의 직권취소를 통해 공사를 강제로 중단시켜 달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요구에 부응한 '답'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대립각은 점차 극명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제주도정의 입장에서는 직권취소와 공사의 중단이라는 답 없이는, 공개토론회의 수용 가부 어떤 카드를 선택하더라도 뾰족한 답을 찾기는 어려운 형국이다. 그야말로 딜레마다.

공개토론회 제안에 응할지, 그렇지 않을지, 5일간의 '생각할 시간'을 통해 제주도당국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가 주목된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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괸짱 2011-03-31 21:13:41 | 49.***.***.188
만약 토론회 안한다면 더큰 갈등 있을걸
덫에 떡걸린 모습하고는 ㅡ
작년여름 입지재선정 들떠하며 기뻐할때 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