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수풀이 우거진 마을이란 뜻으로 이름이 유래된 제주시 한림(翰林)읍. 해안지역에는 평지가 대부분으로 용천수가 흐르고 있어 여러 마을이 형성됐다고 합니다.
이 곳 한림에도 제주를 고스란히 담은 올레가 남아있습니다.
29일 찾은 한림의 올레. 몸부림치던 꽃샘추위가 물러가고 화창한 봄을 맞은 올레가 모처럼의 따스함을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봄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도 잠시, 다시 카메라에 잡힌 또 다른 올레.
입구에는 정낭(제주의 옛 대문)이 반쯤 내려져 있고 '언제든지 찾아와도 좋아요'라고 무언의 말을 남기고 있습니다. 반가움과 아련한 어릴적 추억에 잠시 머뭇거립니다.
제주올레를 연재하며.. |
어느 순간 제주의 시골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면 형형색색의 등산복을 입고 삼삼오오 걸어다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이른 바 '올레꾼'들이다. 천천히 걸으며 제주의 구석구석을 들여다 보는 올레꾼들은 그 길에서 삶의 또 다른 평온을 발견한다고 한다. 참신한 관광 모델로 자리매김한 '올레코스 걷기'는 새로운 관광 대안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 올레코스와 제주의 전통적 의미의 '올레'와는 다른 점이 있다. 한마디로, '올레'라는 말이 올레걷기붐에 맞춰 잘못 전달되어지는 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의 주거형태의 특징적인 구조라 할 수 있는 '올레'는 "마을 길에서 집안으로 이르는 좁다란 골목길"을 의미한다. 또다른 의미로는 앞서 설명한 것과 비슷하기는 하지만 "큰 길에서 집까지 이르는 골목"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제주의 거친 바람으로부터 가옥을 보호하기 위해서 집 주변으로 돌담을 쌓았는데, 그러면서 좁은 골목들이 많이 생겨나고, 이 과정에서 올레길도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다. 대문이 없던 제주에서는 올레가 방문객을 집안으로 유도하는 배려적 공간이기도 하고, 바람이 많은 섬 기후 특성상 집안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완화시키거나 입구에 큰 나무들을 심어 그늘을 제공하는 주택의 안정적 보호요소이기도 하다. 또한 다양한 형태를 보여주는 올레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신비감을 주는 그런 공간인 것이다. 어쩌면 너무도 유명해진 '올레코스' 혹은'올레 트래킹' 때문에 올레의 원뜻을 잘 모르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요즘들어 수려한 경관의 숲길을 걷는 코스가 '올레'인 것인양 잘못 전달되는 측면이 있다. 물론 제주의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각광받는 '올레코스' 또한 그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필자는 다만 '제주의 올레'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올레코스'가 각광을 받으면서, 정말 우리가 보존해야 할 제주의 올레는 혼돈 속에 잊혀져가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올레는 세계적으로도 유일한 제주만의 독특함을 보여주는 가옥 구조의 산물로서 그 가치나 민속 자료적 중요성이 대두되어 왔다. 서구의 건축계에서도 근래 들어 제주의 올레와 같은 건축구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제주의 올레를 미래의 건축 모델로서 극찬한 사례도 있거니와 국내외의 많은 연구자들에 의해 제주올레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지만 정작 이런 소중한 제주의 자산인 올레들이 요즘 몸살을 앓고 있다. 이미 수많은 올레길들이 우리들의 기억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올레길 사진연재를 통해 아름다운 올레들을 들여다 보고 제주의 보배라고 할 수 있는 올레의 소중함과 보호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김환철 사진기자 / 헤드라인제주> |
김환철 사진기자 그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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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구좌읍 출신으로, 사진을 무척 사랑하는 '사진 마니아'입니다.
2008년 12월 헤드라인제주 객원기자로 위촉돼 <김환철의 포토뉴스>를 고정연재하고 있다. 그동안 제주의 해녀, 제주의 풍경 등을 소재로 한 많은 보도사진을 연재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전통적 의미의 '제주올레'를 재조명하기 위해 제주 각지를 돌아다니며 올레를 앵글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수상경력 |
* 이 글의 1차적 저작권은 김환철 사진기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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