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알선 취지 불구, 일부 업체 '미스매치' 아쉬움
이날 오후 시민회관에서는 보건복지부 지정 제주수눌음지역자활센터(센터장 고은택)가 주관하고 제주시가 후원한 제1회 취약계층 일자리 박람회가 열렸다.
'삶의 쉼표, 다시 잡(job)은 희망'이라는 이날 일자리 박람회의 주제는 생활이 어려운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이른바 취약계층에게 취직의 희망을 가득 안겼다.
참여 업체도 자활사업부터 단순직, 운전직, 베이비시터, 집수리, 컴퓨터 관련, 방문판매 등 다양하게 구성돼 있어 구직자들이 입맛대로 고를 수 있게 했다.
그런데 수눌음센터에서 주최한 첫 박람회였기 때문일까. 취약계층 일자리 박람회 취지에 맞지 않는 일부 업체들이 참여해 '미스매치'의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 이력서 사진 즉석 촬영, 근무 여건 설명 등 열기 '후끈'
일자리 박람회에는 50여 개의 업체가 참여, 구인 100여 명을 목표로 해 구직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취직 기회를 제공했다.
수눌음자활센터는 현장에서 이력서 작성 방법이나 면접 요령 등을 설명하며 구직자들의 취직을 도왔다.
박람회 한켠에는 말끔한 정장 몇 벌이 마련돼 있었고, 이력서에 쓰일 사진을 즉석에서 촬영해 주기도 했다.
참여한 업체들도 각자의 홍보물을 마련해 오고 가는 구직자들의 눈길을 잡기 바빴고, 관심을 보인 구직자에게는 업체의 근무 여건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퇴직 노인을 대상으로 한 A업체의 홍보 부스에는 머리가 희끗한 노인들이 자리해 업체 관계자들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A업체 관계자는 "노인 대상 자활사업을 주로 하고 있는데, 노인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2명 채용 계획이었지만 벌써 5장의 이력서가 들어 왔다"고 말했다.
이력서 작성에 한창이던 강모 씨(45, 여)는 "전에 용역일을 했었는데 마침 환경미화원을 뽑는 업체가 있어 지원해보려 한다"며 박람회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박람회를 주최한 수눌음자활센터 관계자는 "그동안 취업 교육과 취업 정보제공이 따로따로 이뤄져 오면서 구직자들이 힘들어 했는데, 오늘은 교육과 정보제공을 한 곳에서 마련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취약계층 대상인데 전문 자격증 내라니?"
그런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 박람회의 취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몇몇 업체들의 자격사항에, 발길을 돌리는 구직자들도 많았다.
이같은 '미스매치' 때문이었을까. 박람회가 시작된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시민회관은 구직자들의 발길이 뜸해졌고, 텅빈 홍보부스가 눈에 띄었다.
'창업'을 전담으로 지원하는 B센터. 이 센터 관계자는 그 스스로도 B센터가 이날 박람회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이 관계자는 "생활이 어려운 이들도 얼마든지 창업을 할 수는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창업에 앞서 취직이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뭔가 취지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식회사 C업체는 경리.회계를 모집했다. 자격사항으로는 '회계 관련 자격증 보유자'를 명시했다.
컴퓨터를 다루는 D업체는 '컴퓨터 관련 자격증 소지자' 또는 '관련 업무 유 경험자'를 모집하고 있었다.
박람회장을 둘러보던 양모 할아버지(61)는 "(이 업체들은) 뭔가 맞지 않고, 마음에 드는 곳도 없다"며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부모 씨(52)도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소개시켜준다고 해 일부러 시간을 내서 왔는데, 의외로 전문 자격증을 요구하는 업체들이 많아 의아하다"고 말했다.
생활이 어려운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좋은 취지로 마련된 수눌음자활센터의 일자리 박람회. 취지는 좋았지만, 첫 행사를 개최하는데 따른 일부 문제점들은 아쉬움과 과제로 남았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