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난간 '아찔'...보수요청에도 '묵묵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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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난간 '아찔'...보수요청에도 '묵묵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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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제주여고 인근 부서진 난간...한달넘게 방치된 이유는?
민원 쇄도에도 파악조차 못한 행정..."우리 소관 아니다" 발뺌

제주시 아라동 제주여자고등학교 버스정류장 인근 큰 길가에는 바로 옆으로 산지내가 자리 잡고 있다. 평소에 물이 흐르는 것은 아니지만 약 3m높이의 물길이 아랫동네로 쭉 이어져있다.

그런데, 하천 옆을 지나가는 시민들의 보행을 지켜야 할 난간이 군데군데 빠져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흡사 이가 나간 모습이다.

떨어져 나간 난간. <헤드라인제주>
떨어져 나간 난간 아래로 상당한 높이의 낭떠러지가 있다. <헤드라인제주>
난간이 유실된 모습. <헤드라인제주>
부서진 난간 너머 하천의 높이는 아찔함을 더한다. 잘못 발을 헛디뎌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사고가 나도 단단히 날 듯한 높이다.

인근지역 시민들은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난간이 지난 겨울 폭설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쌓인 눈의 무게 때문인지, 눈과 함께 몰아친 바람 때문인지, 난간의 나무가 썪어서 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폭설을 전후로 난간이 부서진 것만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같은 상황을 재빨리 파악하고 보수해야 할 행정당국의 늑장대처다.

# 듬성듬성 떨어져 나간 난간

약 1.3m 높이로 하천 인근에 설치된 나무 난간은 3단으로 설치돼 있다. 간격을 두고 지탱할 수 있는 목재기둥을 박아놓고 그 사이를 3개의 나무봉으로 연결하는 식이다.

3단으로 설치된 난간에서 가장 아래쪽 나무봉이 떨어져 나간 것은 그나마 양호한 축에 속한다. 이중 맨 위쪽 나무봉이 떨어진 난간부터는 보기에도 불안함을 안겨준다.

이보다 심한 난간도 수두룩하다. 맨 위쪽 난간과 중간 난간이 함께 떨어져 나간 것이며, 이를 지탱하는 나무기둥 자체가 흔들거리는 곳도 더러 있다.

심지어는 아예 난간기둥이 뽑혀 나가며 뻥 뚫려버린 난간까지 발견됐다.

이가 나간 난간에는 언제부터 둘러져 있었는지 빛이 바래 글씨를 읽을 수 조차 없어진 '안전제일' 띠만 흩날리고 있었다.

떨어져 나간 난간에 '안전제일'띠로 임시방편해 놓은 모습. <헤드라인제주>
심하게 기울어진 난간. <헤드라인제주>
떨어져 나간 난간에 '안전제일'띠로 임시방편해 놓은 모습. <헤드라인제주>
빛이 바래 글씨조차 확인할 수 없는 안전제일 띠. <헤드라인제주>
부서진 난간이 더욱 우려되는 이유는 이 일대가 학교가 밀집된 지역이라는 점이다.

불과 100m 간격으로 제주여자고등학교와 제주여자중학교, 아라중학교가 위치하고 있어 매일 수백명의 학생들이 오가는 지역이다.

게다가 한라산 방면으로는 제주에서 가장 큰 교회로 꼽히는 제주성안교회가 위치해 있어 많은 시민들이 지나다니는 곳이다.

# "위험한 난간 고쳐주세요" 요청에 '묵묵부답'

시민 조모씨는 한달전께 부서진 나무난간의 보수를 지역 동사무소에 요청했다.

이를 접수받은 아라동주민센터는 이틀 후 임시방편으로 '안전제일'이라고 적힌 띠를 부서진 난간에 둘러놓았다.

빠른 조치에 조씨는 안심하고 난간의 보수를 기다렸다. 그러나 이제 곧 고쳐지겠거니 싶던 난간은 한달을 훌쩍 넘기고도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조씨는 다시 아라동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물었고, 직원으로부터 "동에서 소관하는 사업이 아니라 제주시 관련 과에 업무를 요청해 놓았다"는 대답을 들었다.

대답을 듣고 2주가 지났지만 그는 난간이 고쳐지기는 커녕 이를 점검하는 모습조차 보지 못했다.

인근 지역에 살고 있는 박씨는 "다 큰 어른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아이들도 많이 돌아다니는 길인데 저렇게 내버려두면 어쩌나"라며 "사고가 난 뒤에나 고쳐질런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민원을 제기한 것은 조씨뿐만이 아니었다.

조금만 힘을 가해도 심하게 기울어지는 나무 난간. <헤드라인제주>
부서진 난간 너머로 떨어진 나무봉이 보인다. <헤드라인제주>
성안교회의 강철용 사무국장은 "동사무소에 보수를 요청했는데 아직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며 "그냥 말로만 전해서는 처리가 안될 것 같아 정식으로 공문을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 국장은 "뽑힌 나무 뿐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난간이 삭아 있어 굉장히 위험하다"며 "안전을 위해서 교회 내부적으로라도 보수를 하고싶지만 나라에서 관리하는 것인데 건드릴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지금 부착돼 있는 안전제일 테이프가 떨어져 나가려고 하면 우리가 직접 가서 다시 묶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 보수요청 받은 제주시? "아...거기가 부서져 있었나요?"

당장에라도 사고가 날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지만, 제주시는 이 사안에 대해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가장 먼저 민원을 접수받은 아라동주민센터는 "동 예산으로 처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제주시 건설과와 재난관리과에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임시로 안전제일 띠를 둘러놓았고, 나머지 일은 시청에서 검토해 보수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를 처리해야 할 관련 부서들은 "담당 부서가 애매하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제주시 한 관계자는 "이 일대가 어떻게 보면 도로고, 어떻게 보면 하천이고, 또 어떻게 보면 재난시설이라 확실히 담당하는 부서가 없었다"고 밝혔다.

먼저 재난관리과는 "해당 난간은 하천옆의 교량시설물이라 건설과 소관"이라고 주장했다. 건설과에서는 계로 나뉘어져 도로관리계인지 도로정비계인지 뚜렷이 밝히지 못했다.

더 황당한 것은 이 모든 부서들이 문제지역의 난간이 부서진 것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최초 아라동이 이 사안과 관련된 보수를 요청했다고 설명한 것과는 거리가 있다.

건설과 관계자는 "최근 아라동으로부터 요청 받은 사안은 이 부분의 시설이 아니라 다른 곳의 시설물이었다"고 설명했다.

아라동은 분명 공문을 전했다고 거듭 주장했지만, 막상 부서에서는 파악조차 하지 못했으니 어디서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시민들과 가장 인접해 있어야 할 동사무소가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사후조치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도 아쉽기만 하다.

사안을 파악한 제주시는 일주일 안으로 해당 지역의 난간을 보수하겠다고 약속했다.

제주시 건설과 관계자는 "현재 설치된 난간과 같은 종류의 목재는 없지만, 비슷한 목재라도 구해 당장의 위험한 난간이라도 임시로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문제가 파악되면 불과 일주일안에 조치될 수 있는 사안이었지만, 행정 내부의 먹먹한 소통체계 탓에 시민들은 한달이라는 시간동안 안전을 보장받지 못했다.

설치된 시설물이 부서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해도 매끄럽지 못한 대처를 보여준 행정의 모습에 시민들은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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