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장애인 "눈높이 기기로 교체요구는 당연한 권리"
지난달 15일, <헤드라인제주>는 스크린과 키패드의 위치가 너무 높아 휠체어를 타고 이용하는데 애를 먹게했던 제주시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 내 현금인출기(CD) 문제를 보도했다.
<손 닿지 않는 '현금인출기', 휠체어장애인 '속상'>이라는 제하의 이 기사는 장애인종합복지관의 특성상 휠체어를 탄 방문객들이 수없이 드나듬에도 불구하고 현금인출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는 부분에 있어 문제를 제기했던 것이다.
당시 복지관 입구 옆에 설치된 현금인출기는 휠체어를 타고 접근하면 화면과 키패드가 머리보다 위에있어 사용하는데 많은 불편을 겼어왔다.
그나마 상체가 긴 성인 남성의 경우는 애를 쓰면 화면이 보이기도 했지만 여성 장애인들은 더욱 사용하기가 어려웠다.
일부 휠체어 장애인들은 팔 힘으로 상체를 겨우들어 화면을 한번 쳐다본 후 키패드를 누르는 식으로 사용해야만 했다.
당시 휠체어를 타고다니던 황모씨는 "다른 곳도 아니고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장애인복지관'인데 조금 더 신경을 써줬어야 하는 부분이 아니냐"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동네 편의점에 설치된 현금인출 기계도 이용할 수 있게끔 만들어졌는데 어떻게 복지관에 이런 기계가 설치됐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 보도 후 고심하던 장애인복지관, 은행측에 '현금인출기 교체' 요청
관련 내용이 보도된지 3일 후인 지난달 18일, 탐라장애인복지관은 이 문제에 대한 회의를 갖고 현금인출기 인근의 경사로나 휠체어 리프트를 설치하는 등의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나, 휠체어장애인 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이나 목발을 사용하는 장애인 등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들이 사용하는 복지관의 특성상 경사로나 휠체어 리프트는 자칫 타 유형의 장애인들에게 위험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고심끝에 복지관은 경사로나 리프트 설치보다 최선의 방법은 현금인출기를 교체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회의가 끝남과 동시에 사무국장과 총무팀장이 직접 제주은행 남문지점장과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제주은행 남문지점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문제지만 본점과의 협조를 통해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좋은 소식을 전해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 한달만에 교체된 현금인출기..."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
그로부터 한달이 지났지만, 별다른 소식이 없어 아무런 조치가 없는 것인가 의아해 하던 찰나 23일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새로운 기기로 교체된 것이다. 보도가 나간 후 한달여만이다.
예상했던 최신식 ATM기계로의 교체는 아니지만, 이용의 편의성을 위해 기기의 높이가 낮아진 것이 새 기기의 특징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큰 차이가 없는것 같아도 휠체어장애인들은 "현금인출기를 사용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며 이를 반겼다.
최신식 기계는 아니지만 인출기의 외부 '틀'을 교체하며 화면과 키패드가 낮아졌다. 아무런 불편함 없이 사용케 된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 설치됐던 기기에 비해서는 한결 나아졌다는 평이다.
휠체어를 타고 정면으로 다가서면 사용하기 힘들기는 마찬가지지만, 휠체어를 측면으로 세워놓고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키패드가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복지관내에 위치한 지체장애인협회의 한 관계자는 "장애인들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를 찾게됐다"며 기뻐했다.
제주은행 남문지점 관계자는 "사용하기 편하게끔 높이를 낮춰달라는 요청에 빠른 조치를 취하려고 노력했다"며 "영업점에서 담당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었지만, 본점과 관련부서와의 협의를 통해 현금인출기의 교체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번 일련의 현금인출기 교체논란은 장애인들이 사용하기에는 불편하니까 배려해달라는 차원이 아니라, 휠체어 장애인의 당당한 요구로 얻어진 권리적 측면의 성과로 받아들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