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멀티미디어시대에 있어 과학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빠른 성장을 해 나가고 있지만, 제주도내 각급 학교의 과학실험실은 강산이 한번 변하도록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2003년형 실험실'을 그대로 유지하는 학교가 상당수에 이른다. 국정과제로 제시된 '과학기술 중심사회의 구현'이 무색케 하는 대목이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해마다 학생들의 과학 학력과 흥미도를 높이기 위해 과학체험 활동을 제공하고 재미있는 수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과학 실험실 '현대화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현대화'라는 타이틀이 붙은 '낡은 실험실'의 환경개선사업은 2003년부터 시작됐다.

올해에도 초등학교 5곳, 중.고등학교 각각 2곳 등 모두 9곳에 2억1000만원을 들여 현대화 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문제는 각급 학교의 낡은 실험실을 현대화시키는 사업이 매해 찔끔찔끔 이뤄지다 보니, 이미 '현대화'라는 실험실 개선 혜택을 받은 학교의 경우에도 다시 개선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2003년 첫 현대화 혜택을 받은 학교는 17곳으로, 햇수로도 벌써 10년 가까이 됐다. 2004년에 14곳, 2005년에 19곳의 실험실이 '현대화'라는 타이틀의 시설개선이 이뤄졌다.

그러나 시간이 상당기간 흐르면서 이들 학교 실험실 역시 '낡은' 실험실이 돼 버렸다. 현 시점에 맞게 다시 시설보수를 해야 하나, 제 때 보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학생들은 여전히 '낡은 실험실'에서 실험.실습을 하고 있다.

물론 과학교육 선도 시범학교 혹은 연구시범학교 등으로 지정된 학교의 경우 일부는 추가 보수가 이뤄졌다.

하지만 나머지 대다수 학교의 경우 '현대화' 됐다는 꼬리표만 붙었지, '2003년형' 혹은 '2004년형', '2005년형' 낡은 실험실 그대로의 모습이다.

10년전 '최신가요' 테잎을, 지금껏 '최신'이라는 포장에 위안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제대로운 과학 학습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서, 실험실 현대화를 언제 했느냐에 따라 학교간 격차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

즉, 최근에 실험실 현대화 사업이 이뤄진 학교에서는 그야말로 '현대식'의 실험실을 확보하게 됐지만, 가장 먼저 혜택을 얻은 '2003-2005년형' 학교들은 '낡은' 실험실에서 실습을 해야 하는 환경에 처하게 된 것이다.

2003년에 실험실이 개선됐던 한 학교 관계자는 "교육청 당국에 추가적인 현대화 시설 도입을 주문했지만 '예산이 부족해 현대화가 어렵다'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전했다.

그는 "추가로 현대화 시설을 도입해 학생들의 실험 환경을 개선하려 해도 예산 상의 문제로 어렵다는 답변만 들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제주도교육청 당국도 최근에 현대화된 실험실과 수년전에 개선된 실험실 간에 생기는 격차 문제를 일정 부분 인정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시간 경과에 따라 격차가 발생하는 것을 인정한다"면서 "우선 현대화가 이뤄지지 않은 실험실을 우선적으로 사업 대상으로 삼고, 예산이 확보되는대로 오래된 실험실을 보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래된 실험실부터 점차적으로 다시 개선한다는 교육청의 방침은 앞으로도 순차적인 격차를 반복시킬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제주도내 학교 실험실 현황을 전체적으로 체크하고, 최신 기준에 맞게 시설을 평준화시키는 업데이트 작업이 필요하다고 학교현장에서는 입을 모은다.

과학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발전돼 가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미래 주역의 청소년들의 과학실험실은 이에 부응하지 못하면서 국정과제인 '과학기술 중심사회'는 과연 얼마나 구현될 수 있을까. <헤드라인제주>

조승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