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웠던 '성(性)', 이젠 당당히 말하세요
상태바
부끄러웠던 '성(性)', 이젠 당당히 말하세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장] 16일 첫걸음 뗀 '성문화센터', "부끄러운게 아니에요"
"애기 어떻게 낳는지 알게됐어요"...한정된 이용객 선결과제

왠지 꺼내놓기가 껄끄러워 감춰오기 바빴던 '성(性)'이 부끄러움을 벗어던지고 양지로 나왔다. '교육'이라는 딱딱한 껍질은 벗어던지고 '놀이터'라는 타이틀을 달고서다.

그간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쉽게 마주할 수 없었던 성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기 위해 16일 제주시 청소년성문화센터가 개소했다.

제주시 우당도서관 맞은편인 청소년수련관 1층 내부에 마련된 성문화센터는 휴무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방문객을 맞이한다.

센터는 성에 민감한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성의 소중함을 스스로 깨닫고, 서로 배려하는 성문화를 만들기 위해 첫 발을 내디뎠다.

제주시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교육을 받고있는 참가자들. <헤드라인제주>
제주시청소년성문화센터 내부 벽면에 여성의 몸을 설명하기 위한 나체사진이 진열돼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시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임산부 체험을 하고 있는 참가자. <헤드라인제주>

# 성문화센터, 무엇을 즐길 수 있나?

내부는 총 4개 코스로 구성돼있다. 첫번째 코스인 생명체험방에서는 임신의 과정과 아이가 생기는 과정에 대해 소개된다. 직접 임산부가 되어보기도 하고, 아기를 안아보는 예행훈련(?)을 해볼 수 있다.

두번째 코스인 '사춘기의 성'은 2차 성징기에 접어든 청소년들의 고민을 말끔하게 해결해준다. 가장 먼저 나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자아 정체성을 되새기라는 의미에서 거울을 마주하게 된다.
 
코너를 돌면 다소 민망한 사진들이 눈에 들어온다. 인종, 나이를 초월한 벌거벗은 남성과 여성이 각각 한 쪽벽에 자리하고 있는 것. 무조건 감출 것이 아니라 올바로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생리대와 브래지어, 남자의 팬티 등이 진열된 옆에서 선생님은 초경과 몽정에 대해 설명한다.

세번째 코스에서는 '사회속의 성'이라는 타이틀로 성폭력과 성매매를 예방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19금' 딱지가 붙어있던 윤락업소와 유흥가를 재현한 '소리의 방'은 왜곡된 성문화를 보여준다. "다 알고 이러는거 아냐?" "빼기는 뭘 빼. 2차 가자고!" 등 적나라한 대화내용이 귀를 울린다.

마지막 '성적주체로서의 나' 코스에서는 10대의 연애와 문화 등에 대해 토론해보고, 성적 의사결정 훈련이 이뤄진다.

콘돔의 사용법을 알려주는 코너. <헤드라인제주>
아기 안는법을 배우고 있는 참가자. <헤드라인제주>

# "애기를 어떻게 낳는지 알게됐어요"

전날 개소식에 참석했던 귀빈과 내빈은 제쳐두고, 첫번째로 성문화센터를 방문한 팀은 제주도 지적장애인복지협회 부설 주간보호시설이었다.

참가자들은 프로그램에 따라 정자방을 지나 자궁방에 들어섰고, 푹신하다 못해 땅이 푹 꺼지는 자궁방에 깜짝 놀라며 웃음을 터뜨렸다.아기를 직접 안아보는 코스에서는 서로 아기를 안아보려 나섰고, 옆에 놓인 무거운 임신복(?)을 들쳐메며 신기해 했다.

처음보는 생리대 사용법을 멍하니 쳐다보는 남성들과 시끄러운 유흥가의 소리에 귀를막고 뛰쳐 나오는 여성들 모두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됐다.

차분히 앉아 토론을 하면서 "안돼요!", "싫어요!" 라고 단호하게 거절하는 방법도 새로 배우게 됐다.

교육을 마친 지적장애 2급의 양성렬씨(33)는 "교육을 받아보니 좋았다"면서 "전에는 잘 몰랐는데, 이제 어떻게 애기를 낳고 임신을 하는지를 알게됐다"고 말했다.

함께 있던 인솔 교사들은 "성교육이라고 해서 뻔한 내용일 거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우리가 더 즐거웠다"고 덧붙였다.

정자방과 자궁장. <헤드라인제주>
브래지어 생리대, 남성속옷 등이 진열돼 있다. <헤드라인제주
유흥가를 재현한 소리의 방. <헤드라인제주>

# 대상자별 천차만별 맞춤형 교육 진행

코스는 한가지지만 대상자에 따라서 교육내용은 여러갈래로 분류된다. 초등학생에게는 초등학생에 맞는 교육을, 중.고등학생에게는 그들에게 맞는 교육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김정량 청소년문화센터팀장은 "초등학생의 경우 곧 사춘기를 맞이하기 때문에 관련된 교육이 주를 이루게 된다"고 설명했다. 임신하는 과정과 초경, 몽정에 대해 보다 자세한 설명이 이뤄지는 것이다.

괜히 보여줄 필요 없는 소리의 방 같은 경우 초등학생들은 그냥 지나치게 된다.

반면, 2차 성징기를 지난 중고등학생들에게는 그들이 갖고있는 왜곡된 성문화를 바로잡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김 팀장은 "청소년들에게는 성폭력 예방법과 10대에는 어떻게 연애를 해야하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다룬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다음주에는 보호관찰소에서 방문일정이 잡혀있는데, 이들에게는 더 깊이있는 성에 대해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코스라도 각 대상자에 맞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교육효과의 극대화를 꾀했다.

청소년들의 메시지를 담은 발언대. <헤드라인제주>
청소년들의 메시지를 담은 발언대. <헤드라인제주>

# 운영시간 비효율...단순한 프로그램 해결과제

아직 과제는 남아있다. 가장 먼저 교육운영시간의 비효율성은 극복해야하는 문제다.

현재 오전 10시부터 낮12시,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두 차례에 걸쳐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또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면 사전에 예약해야 한다.

그 외 시간의 방문객은 그저 센터를 둘러보는정도만 허용이 된다. 센터 운영의 핵심이 교육이기에 그냥 둘러보러 온다면 다소 맥빠진 경험을 하게될 수도 있다.

또 10명 이상의 참가자가 있어야 교육이 진행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단체 방문객에 특화된 프로그램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오후 6시까지 운영하는 센터의 특성상 이 같은 교육이 가장 필요한 중.고등학교 청소년들의 경우 주말밖에 센터를 이용할 수 없게된다. 개별적으로 방문해도 '수박 겉햝기 식'의 교육일 수밖에 없다.

김 팀장은 "현재 인력운영 등의 문제로 이 같은 과제가 남아있다"며 "앞으로 지원이 확대되면 차차 해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단순한 프로그램으로 한번 방문했던 팀이 다시 찾아오게 될지에 대한 우려도 인다. 똑같은 교육이 진행되는데 굳이 찾아오겠느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김 팀장은 "6개월이나 1년을 주기로 새로운 코스를 추가하고, 필요에 따라 시설까지 개조해야 한다"며 필요성에 대해 동의했다.

그는 "프로그램의 단순화를 피하기 위해 제주도나 제주도의회 복지안전위원회의 도움이 필요하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일단 출발은 좋다. 특별한 홍보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3월달 예약이 가득찼고,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

음지에서 벗어난 성문화가 제주사회 청소년들에게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시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교육을 받고있는 참가자들. &lt;헤드라인제주&gt;
제주시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교육을 받고있는 참가자들. <헤드라인제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